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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14주년을 맞은 「한국고전적보존협의회」의 성과와 과제

이재준
장서각 자료보존관리팀 책임사서원

「한국고전적보존협의회」는 전적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유일한 고전적 소장 기관 협의체이다. 「사료수집보존협의회」, 「국외문화재협의회」 등의 유사 협의체가 존재하지만 이들은 전적(책이나 문서와 같은 지류) 외에도 석재, 목재, 철재, 직물 등 모든 종류의 문화재를 대상 범위에 두고 있어 사실상 전적만을 다루는 협의체로는 「한국고전적보존협의회」가 유일하다.

「한국고전적보존협의회」는 "고전적 보존 전반에 관한 연구 및 자료의 공유, 공동 활용을 통하여 고전적을 영구히 보존하고, 학문발전에 기여하며, 국내외 관련기관 및 단체와의 유대관계를 가짐은 물론 회원 상호간의 협력 증진을 목적으로 한다."는 취지로 고전적을 소장하고 있는 43개 기관이 참여하여 2004년 3월 창립하였다. 초대 회장 기관인 서울대학교 규장각에 이어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국립중앙도서관, 한국국학진흥원 등의 주요 기관을 중심으로 회장 기관을 교체하는 정기적 순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창립 당시 회원 기관은 고전적 전문도서관과 대학도서관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나 점차 규모가 확대되어 현재는 공공도서관, 박물관자료실을 비롯하여 고전적을 소장하고 있는 문고와 문중(종중)까지 폭넓게 참여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 소재 비율이 가장 높은 일본을 비롯하여 미국, 중국, 대만, 러시아, 캐나다, 프랑스, 카자흐스탄 등 국외의 국ㆍ공ㆍ사립 기관과 MOU를 체결하여 고전적 서지정보를 수집ㆍ관리하고 공동연구 및 정보공유에 노력하는 등 국외 고전적 소장 기관과의 교류 활성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고전적종합목록시스템


협의회가 수행하는 주요 사업은 고전적 보존관리를 주제로 한 <세미나 개최>, <정보화 사업>, <학술지 간행>, <국내외 답사> 등이 있으며 더 많은 양질의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한 최선을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핵심 사업인 ‘한국고전적종합목록시스템’은 110여개 기관의 고전적 서지정보를 통합 관리하며 검색 및 활용할 수 있도록 개별 홈페이지도 운영하고 있다.

‘한국고전적종합목록시스템’은 구축 시작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전통시대부터 산업화시대에 이르기까지 활용 가능한 검색 도구는 오프라인 중심의 책자목록과 카드목록이 전부였고 1990년대부터는 자동화목록이 활성화되며 검색의 편리함이 구현되었으나 여전히 자관의 서지 목록에만 의존하던 검색 환경은 크게 변화되지 못하였다. 그러던 중 2000년 초반 인터넷망이 활성화되고 퍼스널컴퓨터가 급속도로 보급되던 환경에 부응하여 국내외 다수 기관의 서지 정보가 통합 검색되는 ‘한국고전적종합목록시스템’이 협의회를 통하여 구축되었는데 당시 학계와 업계의 입장에서 ‘작은 혁명’이라 불릴 만큼 큰 성과로 인정받았다.

이 시스템을 통해 기관 간 서지 정보를 대조ㆍ분석하고 전적의 분포 현황 등을 조사ㆍ연구하며 관련 분야에 새로운 정보와 이론을 생산하는 등 현재까지도 학문 발전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러나 혁신적인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제기되는 단점도 적지 않다. 광범위한 기관의 서지 정보를 한데 모았기 때문에 통일성 및 체계성을 담보할 수 없고 처음 구축될 무렵인 2005년에 한 차례 통합 수록한 후 정기적인 수정ㆍ보완이 이루어지지 않아 정확성 및 최신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예산이 부족하여 사업을 확장하지 못하고 전담 인력조차 선발할 수 없어 발생하는 상투적인 문제들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잘 극복하고 통일성, 체계성, 정확성, 최신성을 아우르는 시스템의 고도화를 이루어 낸다면 고전적 서지의 통합 정보원으로써 유일하고 핵심적인 위치에 서게 될 것이다.

‘한국고전적종합목록시스템’은 아직 저평가 되어있는 일반 콘텐츠에 불과하지만 거대한 확장성을 가진 블루오션임에 틀림없다. 주력 사업으로 잘 관리하고 성장시켜 한국학에 관련된 모든 분야의 연구에 핵심적 토대로 자리매김하길 바라며 모체가 되는 「한국고전적보존협의회」의 무궁한 발전도 함께 기원한다.


ljj7523@a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