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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한국 바로 알리기

한국문화교류센터 한국바로알리기사업실에서는 외국 교과서를 수집·분석하여 내용을 개선하고 분석 결과에 근거하여 교과서 집필이나 교사의 수업 등에 활용될 수 있는 한국 이해자료를 개발·보급합니다. 이 글은 프랑스 현지통신원 노유진씨가 현지에서 생생히 전하는 한국바로알리기 경험입니다.


어느덧, 내가 프랑스에 발을 처음 디딘 지 이제 거의 17년이 되어간다. 내가 고등학생이니만큼 나는 한반도에 대한 외국 학생들의 시각에 관해서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며칠 전, 버스로 등교할 때, 친한 프랑스 고등학생 친구가 역사 시험을 준비하면서 나에게 너무나도 천연덕스럽게 물어봤다. “한국전쟁 때 미국이 이겼니, 소련이 이겼니?” 그 질문을 들었을 때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이 아이가 방금 뭐라고 물어본 거지?’ 그 친구와 알아온 지 이제 거의 6년이 다 되어간다. 꽤 오랜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그간 학교에 다니며 남북한의 분단, 미국과 소련, 그리고 한국과 일본 그리도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 수없이 질문을 받고, 대답해왔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가장 먼저 받는 질문이 보통 “남북한 중 어떤 나라에서 왔느냐?” 또는 “한국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 나라냐?” 이다. 내가 이 질문에 대답할 때마다 그 아이는 내 곁에서 내 대답을 들었다. 그리고 그 친구는 대부분의 프랑스 사람들보다는,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 비교적 잘 알고 있다. 그런 아이에게 그런 질문을 받으니 아찔했다. 이 아이가 이런 질문을 한다면, 다른 프랑스 학생들이나 프랑스인들 더 나아가 다른 나라 사람들은 한국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겁이 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프랑스 학교에서 역사 시간에 한국전쟁과 분단에 대해 다룰 때, 너무나도 단편적이고 수박 곁 핥기 식으로 접근하고, 주로 일본과 미국의 관점에서 한국 역사를 이야기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답답하고 안타까울 때가 많다.

우리 민족은 긴 역사만큼이나 숱한 수난을 겪었다. 민족의 국난극복사가 우리 민족정신의 전개사였다고 생각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은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교해 특이한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예로부터 엄청난 수난을 겪어 왔다는 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것이다. 남과 북으로 갈라진 우리 민족이 단일민족으로서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와 우리 겨레의 역사를 바르게 아는 것, 그리고 바른 역사와 바른 한국의 실상도 해외에 알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대한민국에서 한국사를 공부할 때만큼 자세히 배울 수 없다는 점은 당연하다. 그러나 남북 분단의 이유, 이산가족과 전쟁의 쓰라린 아픔에 대해 단 한 줄도 언급이 안 된다는 것은, 씁쓸한 일이다.

‘역사는 승리자의 것’이라고들 한다. 나는 프랑스에서 여느 프랑스인과 같은 교육을 받으며 어쩌면 이 문장은 틀린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여기서 느낀 것은, 역사는 승리자의 관점으로 쓰인 것이 아니라, 권력을 쥐고 있는 자, 소위 ‘권력자’의 위주로 쓰인 듯하다. 승리자와 권력자. 언뜻 보면 비슷한 단어 같지만, 내포된 의미는 너무나도 다른 것 같다. 제2차 세계 대전 후, 일본은 패전국이었고, 잔학무도한 살생과 많은 비도덕적 만행을 저지른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프랑스, 그리고 유럽의 교과서를 보면, 일본의 눈부신 경제력과 지리적 영향력, 그리고 동아시아에서의 독보적인 영향력만 언급되는 경우가 많다. 중국도 마찬가지로 경제력, 인구, 그리고 앞으로의 성장 전망 및 역사를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고등학교에서 말이다. 다른 나라들의 체제와 입장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동북아시아의 국가인 중국과 일본에 비교하면, 한국에 대한 부분의 분량이 현저히 적다는 것은 한국인으로서 굉장히 분하고 속상한 일이다.

프랑스 중고등학교에서 역사 시간에 ‘대한민국’이 언급되는 경우는 실제로 거의 없다. 일본의 식민지들을 언급할 때, 만주국과 더불어 이름만 나오거나 냉전에 대해서 배울 때 한국전쟁이 언급만 돼도 다행이다. 프랑스 중학교에선 ‘냉전’에 대해 이야기할 때 쿠바 사태 아니면 한국 전쟁, 둘 중의 한 주제를 공부하게 돼 있다. 대부분의 프랑스 교사들은 한국보다는 더 친숙한 쿠바를 선택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2012년 중학교 졸업자격 시험(Diplôme National du Brevet des Collèges)에서, ‘냉전’과 관련해 ‘쿠바 사태’ 또는 ‘한국 전쟁’에 대해 쓰라는 문제가 나왔을 때, 많은 학생이 한국이라는 나라의 존재 여부, 그리고 한국 전쟁에 대한 지식 부족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프랑스 교육부에 항의해서 큰 논란이 되었었다.

하지만 더 심각한 것은 한국에 대한 인식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한국에 대한 인식은 있지만, 올바르지 못한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이다. 특히 북한과 관련해서는 더더욱 그렇다. “한국에서는 요즘도 전쟁 상태니?”, “남한과 북한은 다른 언어를 쓰니?”, “남한은 왜 북한에 원조를 안 하니?” 식으로 말이다. 해외에서 살다 보니 이러한 질문을 받는 것이 익숙한 일상생활이 되었다. 특히 “한국이란 나라는 어디 있니?”가 가장 단골 질문이다. 그나마 한국의 존재를 아는 사람 중에 어떤 사람은 아직도 한국이 찢어지게 가난한 나라인 줄 알고 있고, 어떤 사람들은 전쟁지로 생각하며, 물론 요즘은 이례가 없는 경제 성장을 이룬 나라라고 감탄하는 사람도 종종 있다. 참으로 놀라우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같은 나라에 대한 인식이 이리 다르다니.

이런 예들을 통해 볼 수 있듯이, 프랑스에서는 한국이 잘 알려지지 않았고 또는 잘못 알려졌다. 한국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너무나도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프랑스뿐만이 아니라, 다른 많은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씁쓸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프랑스와 다른 나라에 한국을 더욱 더 잘 알리고 한국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하도록 하기 위해 ‘한국에 대한 인식 개선 및 한국 홍보 활성화’에 대한 방안들을 제안하고자 한다.


1. 프랑스 중등교육 기관 내에서의 공식적인 한국어 교육을 활성화해야 한다.

지금 현재 프랑스에서는 세종학당과 같은 기관과 사설 어학원은 물론 공립 중고등학교에서까지 프랑스 현지 학생들을 상대로 한 한국어 수업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파리는 ‘고등학교 간 연계 수업’의 목적으로 수도권 모든 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백여 명의 학생들이 공식적인 학교 교과목의 하나로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으며, 보르도와 루앙 등의 지방 도시에서도 대학 수능 시험 중 선택과목으로 한국어 수업을 개설해 학생들의 인기를 끌며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예산 문제로 다른 언어, 상대적으로 수요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 아랍어 수업을 없애는 마당에 말이다.

그리고 올해 한불 수교 130주년 기념 개막식을 위해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프랑스의 올랑드 전 대통령은 프랑스 수능시험에 한국어를 필수선택인 제2외국어로 넣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실제로 파리의 귀스타브 플로베르 중학교에서는 유럽 최초로 제2외국어로서의 한국어 수업이 이미 시작되었다. 그러니까 이제 중학생 때부터 한국어를 배워 대학 수능 시험을 보는 프랑스 학생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정은 어떤 외교적인 홍보보다 앞으로 큰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는 엄청난 일이고 프랑스에서 태어나거나 어렸을 때부터 산 나와 같은 한국 학생들에게는 엄청나게 반가운 소식이다. 이는 프랑스와 대한민국 양 나라의 교육적 교류를 강화하는 중요한 포석이 될 것이다.

따라서 국가적인 차원에서 프랑스 내에 한국어 교육 활성화에 더욱 힘쓴다면 막 불이 댕기기 시작한 한국어 교육이 이 모든 열정과 노력에 힘입어 더욱 큰 결실을 볼 수 있으리라고 본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학교에서 정식으로 한국어 수업을 받은 학생들은 프랑스 내에서 한국을 알리는 «전도사»가 될 수 있고, 나중에 양국 간의 교류와 협력을 위해 이바지할 중요한 ‘고리’가 되는 인재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 프랑스인들의 ‘의식주(衣食住)’를 노려야 한다.

어느 나라에서 살든지 인간의 근본적인 ‘의식주’의 중요성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이 세 가지는 인간의 삶에서 가장 우선하여 충족돼야 할 기본적인 요소이다. 그런데 생존을 위한 의무로써 늘 자신이 먹고 마시고 입는 익숙한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이색적인 분위기나 독특함이 들어 있는 것들을 먹고 마시고 입게 된다면, 그리고 그것을 좋아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분명 그 나라에 더욱 관심이 생기게 되고 더 친숙해지고, 더 호감이 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예를 들어 ‘한국요리 경연대회’라든지 ‘한복 공모전’이나 ‘한국의 건축물 사진 전시회’ 같은 것을 통해 우리의 의식주 문화를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한국 음식은 일단 맛을 본 프랑스 사람들에게 이미 좋은 평판을 받고 있다. 게다가 프랑스 사람들이게 한식은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미 프랑스나 다른 외국에서 꽤 대중화되어 있는 중국 음식이나 일식과는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른 독창적인 우리의 음식은 외국인들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특히 전통 음식 같은 경우엔 모양과 차림새가 빼어나 보기만 해도 탄성을 자아내니 말이다. (구절판이나, 신선로 등) 이것과 더불어 음식에 대한 호감은 옷에 대한 관심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사실 한복은 그 아름다운 자태와 고운 색감과 독특함으로 이미 높게 평가받아오고 있다. 더 많은 공모전이라든가 많은 디자이너의 합작으로 인해 ‘퓨전’ 느낌으로 일상복으로도 실용화한다면 예술적인 방면으로 민감한 프랑스인들은 분명한 더 큰 관심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또한, 한국 특유의 문양, 목각 장식 등 우리나라 고유의 장식들을 응용해 실내장식품들을 소개하거나, 온돌 집의 특성과 기능성, 그리고 건강에 얼마나 좋은지를 부각하면, 한국 전통에 대한 관심도 더더욱 높아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3. 젊은 층에는 요즘 주목 받는 K-Pop으로 다가가야 한다.

몇 년 전,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엄청난 인기를 끌며 한국을 알리는 데 크게 이바지를 했다. 이 놀라운 성공에 대해선 수많은 분석 자료들이 있지만, 나는 그 이유가 ‘흥’ 그리고 열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많은 외국 가수들은 흔히 콘서트를 할 때, 가장 뜨겁고 가장 열성적인 관객들로 한국 사람들을 뽑는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바로 K-Pop 팬들한테서도 그러한 열정과 흥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니 한국인들의 ‘흥’이 소위 ‘먹히는 거다.’ 그리고 음악, 드라마, 라디오, 콘서트 등 문화적 행사들은 직접 가서 느낄 수 있고, 아니면 드라마 같은 경우엔 역할 몰입이 가능한 것들이니 이런 흐름을 탄다면 젊은 층에는 훨씬 더 다가가기 쉽고 편하다. 이러한 문화적 교류를 더 활성화한다면, 양국 간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듯하다. 그러나 한국인들에겐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 외국인들에게는 이해하기 쉽지 않을 수 있으니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해설집이라든가, 설명, 아니면 자막이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

4. 한국에 대한 프랑스 전문가들을 길러야 한다.

어찌 보면 앞에 언급한 것들은 다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들의 관심과 인식의 발달이 주된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성세대들, 그리고 중년층을 염두에 둔다면, 프랑스 내의 한국 전문가 양성은 불가피한 것이다. 그분들에겐 우리의 여러 방면으로 뛰어난 기술과 경제력, 그리고 전통에 관해서 설명하고, 알릴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효율적으로 알리려면, 그저 말과 소문만이 아닌 실질적인 전문 서적, 전문 강의, 그리고 통계들이 뒷받침해주어야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프랑스인이면서도 대한민국에 애정을 가진, 그리고 출중한 능력의 인재들을 꾸준히 양성하고 지원함으로 인해 앞으로의 한국과 프랑스의 경제 및 다방면의 협력을 준비해야 한다.

5. 외국인을 상대로 한 올바른 지식을 교육이란 매체를 통해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전파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나는 현재 프랑스에 사는 한 여고생으로서 프랑스 교과서에 한국 역사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중요성이 간과되어 있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프랑스는 학교마다 원하는 출판사의 교과서를 쓰기에, 내용 통일에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으나, 나는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프랑스뿐이 아니라, 전 세계의 중고등학생을 겨냥하여 외국 학생들이 접하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내용으로 학년별로 한국에 대한 소개를 담은 책, 아니면 교과서에 들어갈 1~2장의 요약본을 집필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비록 모든 나라 교과서에 한국 역사를 비중 있게 언급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단 다섯 나라에서라도 그렇게 언급을 한다면 그것을 시발점으로 앞으로 더 많은 나라에 더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한국에 대한 정보와 올바른 인식을 제공하여 자랑스러운 한국을 세계 곳곳에 널리 알릴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린 민족은 나라의 긴 역사에 비례하여 많은 수난을 겪었다. 한민족의 한과 정신은, 겨레에 속하지 않은 이상,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각 세대, 시대마다 각자의 소임이 있다. 우리 전 세대가 눈부시고, 믿기 힘든 경제발전을 이룬 것처럼, 우리에게도 역할이 있다. 우리의 정체성을 잊지 않고 세계화에 맞추어나가며, 사회복지에 힘쓰고, 개개인이 행복하고 각자의 재능을 펼칠 수 있으며, 나아가 분단이라는 진행형의 민족적 시련을 극복함으로써 현재 남북으로 찢어진 우리 민족의 단합을 추구해야 한다.

그리고 조금 더 관점을 넓혀 다른 나라에 우리의 올바른 역사관, 우리 전통과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또한, 세계사의 흐름에 발맞추어 가며 외국어와 외국 문화에도 관심을 기울이면서 우리의 말과 글을 계승, 발전시키고 나아가 세계화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제적 중요성만을 부각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서 한국 문화를 널리 알리고, 그리고 상호 인류애의 큰 관점 속에서 세계의 눈을 통해 우리를 바라본다면, 우리 대한민국이 세계의 선진국들과 같이 세계의 비전을 같이 논의할 수 있는 진정한 ‘아시아의 횃불’이 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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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바로알리기사업실 국제교과서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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