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책 저런 얘기

한국학도서관 개원 40주년 특별전

-일제강점기 잡지로 보는 근대 출판-

문은희사진
문은희
한국학도서관 문헌정보팀 책임사서원

한국학도서관에서는 개원 제40주년을 맞이하여 잡지 창간호와 학술적 가치가 높은 문예 잡지를 선보인다. 잡지란 계속적으로 발행된다는 점에서 신문과 같고, 책자 형태로 보면 서적과 같아 보이지만 그 내용 전달이나 독자층이 다르다 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 잡지를 통해 100년 전 출판 상황과 힘들고 고단했던 근대 지식인들의 삶의 모습 속에 담겨 있는 시대적 흐름과 정서를 느껴본다.

개화의 열풍이 날로 불길을 더해 가고 있었던 조선 말, 여러 견해들이 있지만 우리나라 근대 잡지의 효시는 1896년 최초의 유학생 잡지 『친목회회보』 와 우리 손으로 만든 첫 잡지 『대조선독립협회회보』의 출현으로 본다. 한일합방 전까지의 잡지의 성격은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외국 사정을 소개하고 근대문명과 과학사상 보급 그리고 교육의 시급함을 각종 논설들을 통해 주장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이 시기 잡지들은 대체로 국토와 국가를 상징하는 세계지도 안의 한반도, 붉은 국토, 태극기 같은 국가 상징물의 표지가 돋보인다.


근대잡지 표지

초기 잡지 중 일반적으로 근대잡지의 효시는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가 실린 『소년』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이전과는 다른 진일보한 체제의 잡지형태를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표지 디자인 기획은 그야말로 혁신적어서 흥미를 끌기 충분했고 다양한 읽을거리와 최남선의 남다른 편집 능력은 이후 본격적인 종합잡지와 전문지 등의 토대가 되기도 했다.

『소년』 (1908) 창간 이후의 한국정세는 정치적으로나 언론에게나 모두 암흑기였다. 무단정치라고 하는 이 혹독한 시기에는 여러 종류의 일간지들이 모두 폐간되었고, 겨우 종교잡지와 일본에서 유학생들이 발행한 잡지가 주를 이루게 된다. 대표적인 것으로 기독교의 기관지였던 『시조』가 있다. 정치와 사상의 자유가 극도로 제약되어 종교지와 문예지가 중심을 이룰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한국 초창기 동인지이며 순수문예지인 『청춘』과 『창조』가 창간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일제의 탄압과 식민통치에 항거한 3.1운동이 펼쳐지면서 일본은 ‘무단정치’에서 ‘문화정치’로 정책의 변화를 꾀하게 된다. 따라서 이전보다는 잡지 출판도 활발해져 다양한 작가군이 탄생하고 문예지 및 대중잡지도 활기를 띄게 된다. 『금성』, 『폐허』, 『백조』 등 문학동인지가 등장하고, 발행기간은 짧았지만 사회주의 경향의 『신생활』, 『비판』이 발행되기도 했다. 이들 잡지는 총독부의 온갖 압박을 받으면서도 잡지문화를 한 단계 높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데 3.1운동의 실패로 인한 실망과 지식인들의 고뇌가 엿보이기도 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일제하 민족 수난사이며, 민족사상의 대변지였던 『개벽』에 실린 김소월의 「금잔디」와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이 오는가」를 선보인다. 문인들이 중요한 필자로 참여하게 되면서 문학이 잡지의 방향에도 큰 영향을 미치며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1936년 일제의 황국신민화가 추진되면서 잡지계는 또 다시 최대의 암흑과 절망의 시기를 맞는다. 대중적 저널리즘이 본격화 되고 다양한 장르별 전문지가 다양하게 발간됐지만 대부분의 잡지가 일문으로 발행되었고, 몇 안 되는 한글잡지 조차도 친일적인 색채를 띠지 않을 수 없었다. 문학사적 의미가 컸던 『삼천리』, 『인문평론』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그야말로 한국 잡지계의 암울한 시기였다.

한편, 이러한 일제치하의 그 숨 막히던 시절에도 대중오락지가 있었다는 것은 흥미롭다. 최남선이 혼자서 집필한 『괴기』라는 이름의 잡지가 그것이다. 비록 2호로 종간되지만 그의 관심범위가 얼마나 폭넓은지 알 수 있다. 잇달아 김동인의 『야담』, 개벽사에서 발행된 『별건곤』이 창간되어 흥미를 줄 만한 이야기들을 실었다.

일제의 탄압 속에서 한국 잡지는 단지 영리지상주의의 잡지가 아니었다. 검열난, 원고난, 재정난 등의 어려운 상황 가운데서 1호 잡지, 2호 잡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잦은 필화사건, 원고의 불허가, 발행정지 처분을 받고 폐간되는 것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문지법’과 ‘출판법’에 의한 철저한 탄압으로 시련을 받았던 한국 근대 잡지사, 뜨거웠던 지난 100년간의 과거를 경험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heyaff@a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