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책 저런 얘기

기증기탁 遺物의 발견

임지영 사진
임지영
장서각 자료보존관리팀 선임사서원

필자가 근무하는 장서각은 일반적인 도서관이라기보다 라키비움(Larchiveum: 도서관(Library), 기록관(Archives), 박물관(Museum)을 합성한 신조어)이란 용어에 걸맞는 복합공간이다. 국가왕실과 민간에서 수집된 방대한 양의 기록문화유산을 보존·관리할 뿐 아니라 연구·전시·교육하는 역할까지 감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각의 박물관적 특성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민간으로부터 기증·기탁 받은 다양한 형태의 유물이 아닐까 싶다 (표 1 참조).

연번 기증기탁처 유물(점) 연번 기증기탁처 유물(점)
1 仁同張氏 旅軒宗宅 139 16 全州李氏 長川君 後孫家 8
2 固城李氏 臨淸閣 35 17 晉州柳氏 節度使公 後孫家 2
3 務安朴氏 武毅公宗宅 478 18 原州金氏 斗巖宗家 3
4 密城朴氏 慕先齋 17 19 驪興閔氏 宣傳官 後孫家 7
5 淸州郭氏 浩齋宗宅 3 20 星山李氏 陽溪宗家 6
6 慶州金氏 直閣宗宅 35 21 尹大燮 2
7 豊壤趙氏 2 22 吳文煥 8
8 原州李氏 26 23 李祥鉉 15
9 潘南朴氏 判官公宗宅 1 24 東萊鄭氏 東萊府院君 宗家 254
10 長興任氏 水使公宗宅 6 25 金泳鎬 敎授 (茶山學術資料) 15
11 潘南朴氏 錦溪君宗宅 11 26 慶州崔氏 貞武公宗宅 293
12 淸風金氏 夢梧宗家 23 27 延安李氏 載寧公 後孫家 1
13 忠州朴氏 忠原君宗家 2 28 咸陽朴氏 九堂宗宅 3
14 坡平尹氏 邵南宗宅 34 29 順興安氏 定峰宗宅 1
15 慶州金氏 鶴洲後孫 校理公家 2 총 계 1,432

장서각에서 이들 유물을 적극적으로 수집했다기보다 보통 고서·고문서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함께 맡게 된 것이 대부분으로, 장서각의 보존·관리·연구·전시가 거의 지류 문화재 중심으로 이뤄졌기에 지금껏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표 1>에서 알 수 있듯이 몇몇 소장처 에서는 대량의 유물을 기증 또는 기탁하였고 그 결과 필자가 관리하는 기증기탁 자료 수장고에는 어지간한 소규모 박물관만큼의 유물이 자리 잡게 되었다.

학예사 출신이 아닌 필자로서는 이들 유물을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좋을 지 잘 몰라 난감하기도 했고, 고전적에 비해 그다지 중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민간 자료 기증기탁을 담당하시는 연구직 선생님들께 앞으로는 가급적 고서·고문서만 받아와 주십사 부탁 아닌 부탁(?)을 드리기도 했었다.

<그림1> 칼 (경주최씨 정무공종택 기탁)

<그림1> 칼 (경주최씨 정무공종택 기탁)

<그림2> 칼 (성산이씨 양계종택)

<그림2> 칼 (성산이씨 양계종택)

<그림1> 칼 (경주최씨 정무공종택 기탁)

<그림3,4>고가구(동래정씨 동래부원군 종가 기증)/문서함(장흥임씨 수사공종택 기탁)

그런데 최근, 보존처리 사업 관련하여 수장고를 방문하신 외부 전문가들이 기증기탁 유물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것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필자는 마음을 고쳐먹게 되었다. 가치가 높으리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조선시대 칼(그림 1, 2 참조) 뿐 아니라, 연대가 그다지 오래되어 보이지 않는 고가구(그림 3 참조), 심지어 수장고에서 보기 흔한 문서를 담았던 함(그림 4 참조)까지, 모두 희소가치가 있는 유물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장서각에서 이처럼 다종 다기한 기증기탁 자료를 관리하는 것은 때로는 벅차지만, 도전적이고 흥미로운 일이라고 매일 수장고 문을 열 때마다 생각한다. 귀한 자료를 장서각에 맡겨주신 소장자의 마음으로 유물에 대해서도 조금씩 알아가야겠다고 마음먹어본다.

yjy@a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