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포럼

한국 궁궐 연구의 방향

안장리 사진
안장리
연구정책실 책임연구원

금년 11월 10일 문화재청에서는 1년 3개월간 보수한 창경궁 식물원을 재개장하였다는 보도가 있다. 문화재청 홈페이지에서는 이 식물원을 폐위된 순종을 위로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당시에는 동물원도 함께 지었다고 하였다. 창경원으로 개명되었던 창경궁이 1983년 창경궁 복원사업에 의해 원래의 이름을 찾고 또 동물원의 동물들이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진 일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이 식물원은 일본제국의 원예학자 후쿠바 하이토가 설계한 서양식 식물원으로 조선시대 군왕이 직접 농사를 지으며 농정을 살폈던 내농포터 및 풍년을 기원하여 세웠던 관풍각 등 이 지역에 있던 수많은 건물을 훼손시키고 건립한 건물이기도 하다.

창경궁 대온실

창경궁의 동물원이 왕궁의 위상을 격하시켰다고 옮겨진 반면 식물원은 대한제국 말기 서양건축모습을 지녔다고 하여 존치되고 등록문화재로 인정받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1909년 식물원이 들어서기 이전 이 지역에 있던 내농포와 관풍각 등 수십 채의 건물에 대한 연구는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가?


창경궁 전경

현재 궁궐에 대한 연구는 건축학과 조경학 그리고 서울학 분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전통조경학회지」, ’「대한건축학회 논문집」 그리고 「서울학연구」 등에서 수십 편의 관련 논문이 발표되고 있으며, 2006년 건축분야에서는 「일제강점기 이후 창덕궁 후원연구사」라는 연구사논문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건축분야 등에서는 실질적으로 문화재인 궁궐을 수리하고, 발굴하는 작업을 수행하면서 궁궐 연구의 기반을 닦았고, 「조선왕조실록」, 「궁궐지」 등 관련 자료들에 대한 번역이 축적되면서 궁궐의 현재의 모습은 물론 과거의 현황까지 연구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들의 연구가 확대되면 내농포와 관풍각 등에 대한 연구도 보다 심도 있게 이루어질 것이다.


궁궐은 건물과 경관으로 조성되어 있으므로 이에 대한 연구가 건축과 조경 분야 위주로 이루어진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조선 궁궐에 대한 총체적 이해를 위해서는 문학·역사·철학·예술 분야와 함께 학제간 연구가 이뤄져야 하며 특히, 조선왕실을 연구하는 인문학연구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본원의 장서각이나 서울대학교의 규장각처럼 「궁궐지」는 물론 영건도감의궤 등 조선시대 궁궐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기관의 인문학연구자들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angel@a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