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책 저런 얘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밴쿠버 공공도서관을 담다.

문은희 사진
문은희
한국학학술정보관 문헌정보팀 책임사서원

도서관에 가면 그 나라의 미래가 보인다는 말이 있다. 도서관이 국가의 경제 ·문화적 수준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의 기업인 로저 밀리켄(Roger Milliken, 1915~2010)은 “벤치마킹은 부끄럽지 않게 훔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렇듯 이 글은 올해 9월, 캐나다 밴쿠버 공공도서관을 방문하고 선진 도서관의 우수한 서비스를 벤치마킹하여 우리가 무엇을 고려할 것인지 고민해보기 위해서이다.

북미지역 공공도서관의 핵심가치는 ‘사람’ 중심의 도서관으로 자료 보존에서부터 소외 지역까지 이용자에게 찾아가는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고, 아울러 북미 사서들 또한 수집에서 창조의 역할로 확대하고 있다. 상징성, 고유성, 역사성을 바탕으로 좀 더 전통적이고, 한국적이며, 첨단 시설까지 갖춘 미래의 우리 도서관을 상상하면서 캐나다 밴쿠버 공공도서관을 만나본다.

‘사람과 책이 만나서 지식을 교환하는 콜로세움’

벤쿠버 공공도서관 사진

벤쿠버 공공도서관 외경 사진

벤쿠버 공공도서관 내부모습

벤쿠버 공공도서관 내부 모습

밴쿠버 공공도서관은 주위 벽면에 서가를 배치하고 건물 중앙 한복판에 이용자를 불러들여 마치 고대 원형경기장 한복판에서 검투사가 목숨을 걸고 싸우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고 한다. 당시 지식인들이 고대의 철학자처럼 지식을 짜고 학문을 토론하는 현장을 여기에 재현했다고 하는데 책으로만 읽었던 밴쿠버 공공도서관에 도착했을 땐 실제 거대한 옛 로마의 원형 경기장인 콜로세움 앞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로마의 콜로세움은 로마시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거나 아니면 인기를 얻기 위해 만든 경기장인데 건축가는 어떤 철학으로 도서관을 설계했을까 궁금증이 더해졌다.

타원형 건물의 모습을 한 밴쿠버 도서관, 외곽에서 보면 4층이지만 ‘Vancouver Public Library’sign 아래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니 신기하게 지하 1층을 포함한 9층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외벽 쪽에는 카페와 간이식당, 기념품 판매점이 나란히 마주 보고 있는데 그 모습은 더욱더 공공도서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광경이었다. 시끌벅적하다는 느낌보다는 자유로움 속에 나름대로 질서가 있는 모습이 요즘 국내 도서관들이 추구하는 복합문화공간이라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리모델링을 성공적으로(?) 마친 국내 우수 대학의 도서관들이 복합문화공간을 만드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하다못해 예산이 부족한 작은 도서관들도 창가에 독서대와 소파를 놓고, 휴게실과 북카페를 설치하는 등의 노력을 하는 상황이다.

품격 있는 도서관은 건물이 특색이 있고 아름다우며 이용자 수준을 고려한 충분한 장서와 유용한 시설물을 충분히 갖추는 것이라 한다. 밴쿠버 공공도서관의 품격 있는 건축 미학은 명품 도서관의 묘미를 더해주고 있다.

‘책을 넘어선 사람 중심의 도서관’

도서관을 이용하는 주민들

밴쿠버 주민들이 다운타운에 살면서 가장 편리하게 이용하는 시설 중의 하나가 바로 밴쿠버 공공도서관이라 한다. 도서관 카드 소유자만도 40만 명이 넘으니, 밴쿠버 인구가 60만 정도인 것을 생각하면 거의 모든 사람이 도서관 카드를 갖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소프트웨어적으로 보면 밴쿠버 공공도서관은 사람 중심 즉 이용자 중심으로 도서관 서비스를 하고 있다. Human Library, Outreach Services, Aboriginal Storyteller in Residence, Teen Advisory Group 등의 프로그램은 장애 및 다른 이유로 도서관 방문이 어려운 사람들, 정서적 장애 어린이, 원주민, 청소년 등 소외될 수 있는 주민들을 도서관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촉진하고 이들과 신뢰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을 지역에서 육성하기 위해 실시한 Teen Advisory Group과 Writing & Book Camp 프로그램은 아이들의 풍부한 창조력이나 사고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프로그램이 적극적으로 개발된 이유는 최근 캐나다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의 독서 기피 현상이 가속되고 있어, 읽고 쓰는 능력의 저하가 지적되었다고 한다. 밴쿠버 도서관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고려하여 청소년 서비스를 충실히 하여 책의 흥미와 즐거움을 끌어내고 있다.

‘밴쿠버 공공도서관에서 배우다’’

밴쿠버 공공도서관이 설립된 후로 이 주변에 아파트 단지들이 늘어나고 맞벌이하는 가정이 많아지면서 육아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이 지역 아이들의 교육과 성장을 돕기 위해 도서관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어린이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러한 bottom-up 방식의 의사결정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까지 우리 도서관들은 반세기 동안 너무 급격한 변화를 겪으면서 아직도 top-down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우리도 주민, 학생 즉 모든 도서관 이용자들의 의견을 모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로비 등 전시공간을 활용해 지역주민들의 문화예술 감상의 장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과 밴쿠버 공공도서관 카드로 지역 내 예술센터 등 문화시설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하는 서비스는 밴쿠버 공공도서관이 밴쿠버의 문화와 예술을 선도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벤쿠버 도서관 내부사진

미래 도서관의 공간은 지식 정보를 넘어선 예술 및 유희를 제공하는 장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연구원의 전통과 명성을 상징적으로 대변해줄 수 있는 도서관이 되기 위해서는 도서관을 넘어선 협력도 중요하다. 지역도서관이나 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방법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실제 미국 수잘로 앤 알렌 도서관은 빌 게이츠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가이젤 도서관은 업체에 장소를 빌려주고 Writing Center를 운영하고 있다.

BBC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밴쿠버 공공도서관’우리는 이 만남을 통해 한층 더 진일보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며, 사서로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변화하는 자세와 사서의 존재가치를 높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깊이 생각해본다. 또한 미래 도서관은 아늑함과 개방감을 바탕으로 편안한 서재에 온듯한 공간이여야 하며, 더불어 예술공간,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는 새로운 접근 방식과 지원이 필요한 때다.

heyaff@a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