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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 최고위 과정’ 3기 입학식, 인문학 열기로 넘쳐

판교 테크노밸리에 인문학 최고위과정 오픈

제3기 한국학 최고지도자과정 입학식사진
환영사 - 전경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대행 사진

환영사 - 전경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대행

강좌 소개-한도현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처장 사진

강좌 소개-한도현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처장

한국학중앙연구원(이하 ‘한중연’)이 10월 19일 ‘제3기 한국학 오픈 아카데미’ 입학식을 개최하였다.

경영학과 과학기술 분야의 최고지도자과정은 많으나 인문학 분야의 최고지도자과정은 매우 드물며, 특히 한국학에 집중된 최고위 과정은 한중연의 본 과정이 유일하다. 본 과정의 주임 교수인 한도현 교수는 “제4차 산업혁명의 표어가 요란해질수록 인문정신의 지혜에 대한 열망은 높아지고 있다. 9월초에 강좌 준비를 시작했지만 불과 한 달 반 만에 본 과정을 성공적으로 개강하게 되었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의 인문학 열기 덕분이다 ”라고 말하면서 흥분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그는 “본 프로그램을 홍보하기 위해 기업체, 기업체 연합, 공공기관 등을 방문했을 때 고급 인문학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전경목 원장대행은 환영사에서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고 말을 시작하면서 퇴계 선생과 추사 선생의 예화를 들어 인문학 공부의 기쁨에 대해 강조했다. 퇴계 선생은 눈보라 속에서도 망울을 틔우는 한 떨기 매화 속에서 세상을 밝히는 인간의 냉철한 지혜를 얻었고, 추사 선생은 경전 연구에 천착하여 평소에 그토록 좋아했던 시를 읊조리는 일조차 그만 두었다고 하여, 이것이 바로 인문학의 열정이고, 또한 한국학의 즐거움이라고 했다.

100년 기업을 일구기 위해 오백 년 명가에서 그 지혜를 얻는다

한중연 최고위 과정의 수강생은 일반 대학과 달리 독특하게 짜여 있다. 오피니언 리더, 500년 명가, 외국인 유학 장학생 등 3 그룹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회의원, 대학총장, 기업대표 등은 일반 대학의 최고위 구성과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한국의 500년 명가들이 대거 참가한 것은 한국학 최고위 과정의 자랑이다. 이들 명가들은 전쟁, 재난, 도적 등의 온갖 어려움을 뚫고 수백 년간 귀중한 고문서들을 보존해온 우리 역사의 수호자들이다. 이들은 값으로 칠 수 없는 귀중한 고문서를 아무 대가 없이 장서각에 기증•기탁한 집안들이다. 또한 해외한국학의 교수요원들인 외국유학생들이 장학생 자격으로 수강하게 되어 한국학 최고위 과정은 국제적 프로그램이 되었다. 한국학 대학원의 150 여 해외 유학생 가운데 성적이 탁월한 학생들이 특별장학생으로 선발되었다. 이들은 유명 강사들의 강의를 한국의 지도층과 함께 직접 수강하게 된 데 대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 학생들이 유창한 한국어로 자신의 전공 분야에 대해 발표하자 수강생들은 외국인 유학생들의 한국학 지식에 대해 놀라움을 표시했다. 울자나(키르기스스탄)는 “대학원 수업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놀라운 경험이다. 한국사회의 지도층 인사들과 동창생이 된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기업체 대표님들과 총장님 등 정말 바쁜 분들이 자기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기 위해 밤늦게까지 수업을 한다는 것이 매우 놀랍다. 박사학위를 마치고 키르기스스탄에 돌아가면 키르기스스탄의 지도자들을 위해 이런 과정을 운영해보고 싶다”고 했다.

환영공연 - 바이올리니스트 백진주

환영공연 - 바이올리니스트 백진주

아바타, 해리포터 등 800여 편의 작품에 참가한 세계적 영화 음악 작곡가 겸 바이올리니스트인 백진주 교수(전 캘리포니아 주립대 교수)가 축하 공연으로 최고위 입학식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그녀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공연을 할 때마다 한국인임이 자랑스러웠다”며 인도에 공연을 갔을 때 태극기를 선물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축하연주로 B rossette, Adoro, Besame Mucho, 사랑하기 때문에, 첫인상 등 명곡들을 연주하였다. 특히 멕시코의 마약 사범 감옥에서 Adoro, Besame Mucho를 연주하였을 때 그 강력범이 갑자기 눈물을 흘려 크게 당황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어 모든 입학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왜냐하면 그 강력범은 백진주 교수 음악의 인연으로 새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Adoro, Besame Mucho는 그 강력범의 어린 시절에 어머니가 요리하면서 늘 부르던 것들이어서 그는 이 노래를 듣고 참회의 눈물을 흘렸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인문학이 지닌 치유의 힘을 보여주었다. 구아테말라 출신의 아나이스 양은 백진주 교수의 음악 연주를 “아름답고 감동적이다”고 극찬했다. 라틴 아메리카의 대표 음악인 Adoro, Besame Mucho 연주에 특히 감동했다고 말했다.

축하인사 - 손병두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

축하인사 - 손병두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

손병두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은 축사에서 “한중연 최고 지도자 과정은 국내 유일의 한국학 최고 지도자 과정으로 국내 석학 및 전문가들의 강의로 이루어졌다”며 “본 과정을 통해 우리 문화와 역사를 더 깊이 이해하고 여러 분의 직장 일선에서 한국학 지식을 활용하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범죄소설 만큼 흥미진진했던 윤진영 실장의 미술사 특강

장서각 윤진영 실장은 <풍속화로 역사 읽기>라는 주제로 추리 소설을 방불케 하는 스토리텔링으로 흥미진진하게 강의를 진행했다. 그는 수강생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구한말 전직 무관이자 서울의 상업가였던 주인섭(朱寅燮)의 가족사진과 조선시대 궁중 그림인 <십장생도(十長生圖)>에 얽힌 비밀을 추적하는 것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주인섭의 가족사진은 주인섭 부인의 회갑날 찍은 사진으로 남편의 양쪽에 부인과 첩실이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노비들도 앞쪽에 함께 앉아 사진을 찍은 것을 보면 노비들도 집안의 구성원으로 여긴 당시의 풍속을 알 수 있다. 윤진영 실장은 사진에 드러난 단서를 통해 주인섭이란 인물을 추적하였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주었다. 그는 화려한 가족사진을 보며 주인공이 크게 성공한 상업가였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수개월 간 신문 광고를 추적한 끝에 마침내 주인섭이 낸 광고를 발견하였다. 광고를 통해 주인섭이 책이나 그림 등 종이와 관련된 상품들을 매매하는 상인이었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또한 그는 사진 속 병풍을 관찰한 결과 그것이 조선 왕실에 있던 <십장생도>임을 발견했다. 왕실에 있던 병풍이 구한말 국권 쇠망기에 종이를 매매하던 주인섭에 의해 민가로 나오게 되었고, 이것은 다시 미국 오리건 대학에 의해 정식으로 매매되어 현재 미국 오리건 대학 박물관에 소장돼있다. 윤진영 실장은 십장생도의 복원작업의 자문가로 초청되어 오리건 대학 박물관에 방문했을 당시 느꼈던 감동과 매매했던 영수증을 확인했을 때의 했다. 이처럼 사진 한 장에 얽힌 풍부한 이야기는 수강생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그림 1 주인섭의 가족사진

그림 1 주인섭의 가족사진

[세종의 인성 교육 프로젝트 <삼강행실도>]

<삼강행실도>는 백성이 법을 몰라서 지은 죄 때문에 처벌을 받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교화(敎化)하려는 세종의 프로젝트였다. 글을 모르는 백성도 그 뜻을 알 수 있도록 글과 함께 그림도 그려 넣었다. 이날 강의에서는 충, 효, 열 중에서도 효에 관한 그림들을 살펴보았다. 부모님께 모기가 달려들지 않도록 모기를 자기 몸쪽으로 유인하는 아들들의 이야기, 허벅지를 베어 약을 만드는 모습, 70대의 노인이 부모 앞에서 색동옷을 입고 재롱부리는 모습 등 조선시대의 효의 모습을 그림을 통해 이야기했다. 그 중에서도 부모를 위해 손가락을 잘라 약을 만드는 풍속은 1960년대까지도 지속됐는데, 이러한 풍속을 비판하는 당시의 신문 사설을 제시하여 이 이야기의 사실감을 높여주었다.


[만남과 인연을 기록하다: 과거 동기생들의 파티 기록]
그림 2 임오사마방회도(壬午司馬榜會圖), 1630년, 견본담채, 42.5×56.0㎝, 개인소장, 1582년 생원진사시 동기생들의 방회

그림 2 임오사마방회도(壬午司馬榜會圖), 1630년, 견본담채, 42.5×56.0㎝, 개인소장, 1582년 생원진사시 동기생들의 방회

조선시대 관료들은 모이면 사진 대신 ‘계회도’라는 그림을 그려 모임을 기록했다. 계회의 범주는 같은 관청의 동료, 국가의 주요 사업에 함께 참여한 관리들, 과거시험의 합격 동기생, 나이가 같은 관리들의 사적인 모임 등이다. 이날 살펴본 계회도는 과거시험 동기생 계회도 두 점인데, 같은 모임을 각기 다른 시기에 그린 것이다. 윤진영 실장은 두 점의 그림을 보며 당시 계회의 풍속을 설명함은 물론, 시간이 흐르며 계회의 구성원 중 일부가 사망하거나 새 구성원이 들어온 사실 등 그림 속에 숨은 이야기를 들려주어 그림에 생기를 더했다.

[조선의 밀레, 윤두서, 풍속화의 서막을 열다]

윤두서는 선비나 신선이 아닌 당시 열심히 땀 흘리며 살아가는 서민을 풍속화 속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다. 윤두서의 그림에서는 서민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확인할 수 있다. 그 따뜻한 시선이 화폭을 펴고 붓을 들게 한 토대였다.

김홍도와 신윤복은 같은 시대를 살면서도 서로 다른 사회의 단면을 보았고, 이를 수준 높은 화격(畫格)의 그림으로 승화시켰다. 그 결과 조선시대의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우리 눈앞에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다. 윤진영 실장은 풍속화를 통해 역사를 재현하고 스토리를 재밌게 풀어내고 있다.

그림 3 윤두서, 짚신삼기, 18세기 초

그림 3 윤두서, 짚신삼기, 18세기 초

그림 4 	김홍도, 서당

그림 4 김홍도, 서당

그림 5 	신윤복, 청금상련(聽琴賞蓮)

그림 5 신윤복, 청금상련(聽琴賞蓮)

유홍준, 박웅현, 조용헌 등 대한민국 명강사들의 강의 예정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로 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는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자 명지대 석좌교수의 강의가 이 강좌에 들어있다. 유홍준 교수는 <한양도성과 5대 궁궐>이란 주제로 강의한다. 이 강의에서 그는 서울의 널리 알려진 지역과 배제되었던 지역을 아우르며 세계에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수도 서울의 진면목을 소개한다.

「책은 도끼다」의 저자이자 광고기획의 최고봉 박웅현 TBWA CCO는 <광고업에서 배운 창의력> 강의를 통해 조직의 리더에게 창의력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함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마련한다. 「조용현의 담화」의 저자, 국민 칼럼니스트 조용헌 원광대교수는 <이판경영>의 중요한 요소인 사주, 풍수, 관상을 소개한 후 이를 기업 경영에 적용시킨 사례를 소개한다. 'KBS 역사저널 그날'의 신병주 건국대교수는 <세종시대와 인재등용>이란 주제로 적재적소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여 ‘함께하는 정치’를 보여준 세종의 정치절학에 대해 강연한다.

「붓다의 치명적 농담」, 「허접한 꽃들의 축제」로 많은 팬들을 자랑하는 한형조 교수는 <유교, 오래된 삶의 기술>를 강의한다. 이 강의에서 한 교수는 「성학십도(聖學十圖)」에 나타난 퇴계 이황의 궁극의 삶의 노하우를 소개한다. 드라마 <장희빈>의 김선영 작가는 <한국적 스토리텔링의 이해와 미래>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활용될 수 있는 한국적 스토리텔링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을 마련한다. 고전 소설 연구의 최고 권위자이자 소설가인 임치균 교수는 <조선 왕실의 소설>을 강의한다. 이 강의에서는 조선 왕실의 소설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감동과 교훈은 무엇인지 찾아가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외에도 명강사들의 강의들이 준비되어 있다. 조성택 고려대교수는 <화쟁의 정치학>,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는 < 18세기 서울의 음주풍속과 술집>, 송혜진 국악방송 사장은 <조선 선비의 일상과 음악>, 셈 베르메르쉬(Sem Vermeersch) 서울대 교수는 <고려도경: 고려사회의 창문>을 강의한다. 한중연 교수로 이강한 교수는 <고려인들의 세계조우>, 김학수 교수는 <고전을 통해 본 한국인의 상생과 화합>, 신익철 교수는 <매화로 본 조선시대 사대부 문화와 내면 풍경>, 한도현 교수는 <예치 공동체의 안팎: 시기, 갈등, 조정>, 전경목 교수는 <고문서로 조선시대 생활사 들여다 보기>의 강의를 할 예정이다.

이번 한국학 최고지도자과정은 10월 19일부터 12월 28일까지 11주간 진행되며, 한국인문정신의 핵심을 모은 총 18강의 강의와 안동문화권의 현장답사로 편성되어 있다.

수강생은 강구태 넥스테크(주) 대표이사, 김규승 도서출판 어은 대표, 김두한 안동 광산김씨 대종회 상임고문, 김영민 국민은행 수내역지점 지점장, 김홍석 성남 이노비즈협회 경영기획본부장, 박미순 ㈜렉스코드 실장, 손병두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 양동기 가비양 대표, 오문환 해주오씨 추탄 오윤겸 선생 종손, 이규철 광주이씨 한음 종중 총무이사, 이기우 인천재능대학교 총장, 이상표 전주이씨 완양부원군 후손, 이상현 ㈜태인 대표이사, 이수연 (사)한국식문화디자인협회 회장, 이용준 삼도관세법인 대표, 이종원 광주이씨 광원군파 종회장, 정기용 일양종합운수(주) 대표이사, 정연현 ㈜풍림푸드 대표이사, 조금희 가락고등학교 교사, 한혜정 드림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황보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한국학대학원 박사과정 율리아(러시아), 울자나(키르기스스탄), 아나이스(구아테말라), 한국학대학원 석사과정 안또니아(그리스) 등 25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