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포럼

학문과 기술의 발전 속도

이영준 사진
이영준
한국학대학원 교학실 선임연구원

네이버 개발자 회의인 DEVIEW 2017에서 새로운 기술들이 소개되었다. 그 중에서 눈에 띈 것은 음성 합성 기술이었다. 문자 텍스트가 특정인의 발화 습관을 포함한 음성 그대로 재생되었다. 기계음이 아닌 문재인 대통령, 손석희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려 신기할 따름이었다. 알파고의 충격이 너무 커서 웬만해서는 새로운 기술에 그러려니 했는데 어학 전공자로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흔히들 학문의 발전 속도가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말한다. 정보가 공유되고 서로 링크되는 현실에서 개발자의 작업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개발자의 능력은 기존의 기술자, 프로그래머 등으로 일컬어지는 사람들의 능력을 뛰어넘고 있다. 10%의 능력밖에 없는 개발자라고 해도 링크의 마법은 그 한계를 넘어 100% 능력을 발휘하도록 만든다. 한편 학자는 대학 캠퍼스에 갇혀 자신의 이론을 고수하는 외로운 성주로 비친다.


사실 기술의 발전은 학문의 발전을 토대로 이루어진다. 언어학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20세기 중반 형식주의자들은 하나의 문장을 한 장의 종이에 수학 증명식으로 가득 채워 넣는 것에 자부심을 가졌다. 이러한 경향에서 범주문법, 생성문법 등 여러 이론들이 태어나고 세계 언어의 보편성을 찾는 작업이 이루어진다. 특히 연산자 개념을 도입하여 문장의 의미를 규명하는 샤우미얀(S. K. Shaumyan)의 연산생성문법은 이후 컴퓨터 언어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다. 현재 기계번역, 검색엔진의 발전은 물론 음성 인식, 음성 합성까지 가능케 했다.


그러나 언어학의 근간을 이루었던 음운론, 형태론, 통사론 등은 벌써 오래된 학문으로 치부되는 실정이다. 화자의 의도를 분석하는 의미론, 문장을 넘어 맥락까지 살피는 화용론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현재 수집되고 있는 말뭉치나 데이터 양으로는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에 부족하다. 앞으로는 빅데이터로 무장한 개발자가 언어학을 선도할지도 모를 일이다.


스마트 기기를 보고 있는 학생들의 사진

교육학도 마찬가지이다. 이제는 학습자 중심의 교육을 위해 스마트 교육이 현장에서 시도되고 있다. 최근 교육 현장에서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는 플립드러닝을 위해 동영상 강의 환경과 온라인 학습 생태계가 구축되고 있다. 이미 전통적인 교실 환경은 수준 높은 교육 기자재로 채워져 있으며 상호작용을 촉진하기 위한 방향으로 계속 발전하고 있다. 현재 개발자들은 교수-학습 생태계를 끊임없이 업데이트하며 진화시키고 있다.


그렇지만 결코 학문이 기술의 발전에 뒤처지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깊은 사색과 성찰을 바탕으로 앞으로 나가야 할 기술의 방향을 애초부터 제시해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학문 융합의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고 말할 수 있다. 각자 가지고 있는 능력 10%에 다른 정보와 지식, 기술을 링크할 수 있는 능력이 더해진다면 앞으로 학문의 발전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 기대한다.

juny92@a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