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습재 일기

한국 기숙사 적응기

파이완타애 사진
파이완타애
캄보디아, 인문학부 국문학 석사과정3차

어느새 한국에 온 지 거의 1년 반이 되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모든 것을 낯설었고 이곳에서 적응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캄보디아에서 대학 생활을 했을 때에는 집과 학교 간의 거리가 가까워 기숙사 생활을 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기숙사 생활에 대한 환상이 있었던 것 같다. 한국 드라마 속의 기숙사 장면도 그 환상에 한 몫 했던 것 같다. 나도 드디어 한국에서 기숙사 경험을 하는구나! 기대하고 있었다.

생각지 못했던 향수병

하지만 직접 생활해보니 현실은 환상과 많이 달랐다. 가족과 멀리 떨어져 살게 되어서 허전하고 그리운 마음이 쌓여 점점 외로움과 향수병까지 걸릴 지경이었다. 특히 기숙사 생활은 스스로 빨래, 청소 등을 직접 챙겨야 하고, 먹는 것까지 내가 신경 써야 하기 때문에 예전에 어머니께 거의 맡기던 일을 직접 처리해야 했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점점 가족들이 생각나고 어머니의 든든한 보살핌이 그리워 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한국 계절에 적응하기

외국인으로서 한국 날씨에 적응하는 것도 무척 힘들다. 캄보디아의 열대몬순기후에서 온 사람이 한국의 날씨가 뭐가 문제냐고 할 수도 있지만, 한국의 여름은 바람이 잘 불지 않고 습해서 숨쉬는 것 조차 힘들었다. 캄보디아에서 조차 추위를 잘 타는 나는, 한국 겨울을 견디기가 정말 힘들었다. 세계 30여개 국가에서 온 유학생이 모두 모여있는 우리 기숙사에서는 러시아에서 온 학생은 겨울이 힘들지 않고, 아프리카에서 온 학생은 여름이 덜 힘들어서 계절마다 만족과 불평의 소리가 여기저기 쌓인다.  최근에는 다행히 학교측의 배려도 있고, 이제 적응에 자신도 생겨 올해 여름은 작년보다 잘 지냈고, 올 겨울도 이제 자신이 좀 생긴다.

룸메이트와 함께하는 기숙사

한국학대학원 앞에서 친구들과

한중연 기숙사, 또 다른 작은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모여 자신의 문화와 생활습관을 그대로 가지고 새로운 환경에 같이 적응해 나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겪게 되는 자잘한 불편함, 중요한 순간에 갑자기 느려져 답답하게 만들었던 인터넷, 밤새 싸우고 우는 고양이, 문화가 다른 학생들의 작은 배려가 아쉬웠던 점 등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힘든 점, 불편한 점도 많았다.  하지만 아플 때 약을 챙겨주고, 시험날 시험 잘 보라는 응원 메모도 남겨주는 룸메이트 언니, 늦게 들어가는 날은 걱정해 주고 슬프고 스트레스를 받는 날에는 웃게 해 주려고 우스운 사진도 찍어 보내주는 기숙사 친구들이 있다.  전 세계 각지에서 온 친구들이 모여 사는 기숙사가 나에게는 이제 우리 집이 되고,  가족이 되어간다. 

시습재에서의 소소한 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