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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거(典據): 너의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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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희
한국학학술정보관 문헌정보팀 인턴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대표작 『꽃』의 첫 구절이다. 그런데 나와 당신이 그를 부르는 이름이 서로 다르다면? 그와 같은 이름을 가진 다른 이들이 있다면? 누구나 일상에서 처음 만난 외국인의 이름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고민하거나, 동명이인을 동시에 만나 어떻게 구별해야 할지 고민한 적이 있을 것이다.


문헌정보학에서도 이형동의어 혹은 동형이의어를 구분하기 위해 ‘전거(典據, Authority)’라는 작업을 진행한다. 전거(典據, Authority)란 서지 데이터인 서명, 저자명, 주제 등의 키워드를 일관성있게 관리함으로써 관련 자료를 모으기 위한 활동을 의미한다. 이는 ‘특정 저자의 모든 저작과 특정 저작의 모든 상이한 판을 목록 상에서 집중한다’는 목록의 집중 기능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이다. 단순히 말하면 毛沢東, 毛泽东, 마오쩌둥, Mao Zedong 등의 여러 이형(異形) 중에서 통일되는 전거형(典據形)을 정하고, 이형(異形)과 전거형(典據形)을 서로 연결함으로써, 이용자들이 더욱 편리하게 자료를 검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이용자들은 자료를 검색할 때, 같은 저자의 다른 자료들, 같은 자료의 다른 형태들 또한 함께 검색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거에 필요한 여러 이형과 전거형을 작성한 파일을 전거 레코드라고 하는데, 서지 레코드와 별개로 구축해야 한다. 그런데 전거 레코드를 구축하는 국내 도서관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일부 대규모 대학도서관만이 자체적으로 전거 레코드를 구축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도서관 또한 전거 레코드를 구축하고 있지 않아, 정리 담당 사서가 재량껏 각 서지 레코드에 수많은 이형(異形)을 입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역사언어학과 언어유형론』이라는 책의 저자인 松本 克己(송본 극기)를 표기하는 방법은 총 10가지다. 먼저 우리 도서관은 일본인 이름이 일본어, 로마자, 한글의 세 가지 방법으로 검색될 수 있도록 규칙을 정해두었기 때문에, 松本 克己, Matsumoto Katsumi 의 두 가지 방법으로 서지 레코드를 작성한다.


문제는 한글 표기인데, 松本 克己는 국립국어원 외래어표기법에 따라 '마쓰모토 가쓰미'로 표기한다. 하지만 위의 단어가 외래원표기법에 따라서만 읽히는 것은 아니다. 松本(송본)이라는 글자는 ‘마쓰모토’와 ‘마츠모토’로 읽힐 수 있고, 克己(극기)라는 글자는 ‘가쓰미’, ‘가츠미’, ‘카쓰미’, ‘카츠미’로 읽힐 수 있다. 따라서 '마쓰모토 가츠미', '마쓰모토 카쓰미', '마쓰모토 카츠미', '마츠모토 가쓰미', '마츠모토 가츠미', '마츠모토 카쓰미', '마츠모토 카츠미'도 서지 레코드에 입력해야 한다.


만약 정리 담당 사서가 松本 克己(송본 극기)의 10가지 이형을 모두 파악하지 못해, 서지 레코드에 입력하지 않았다면, 그 중 하나인 ‘마츠모토 가츠미’로 검색했을 때에는 그의 저작 중 일부만 검색 결과에 나타날 것이다. 이처럼 전거 레코드가 구축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검색시 재현율이 떨어진다. 재현율(recall ratio)은 검색의 효율성을 측정하는 척도 중 하나로, 검색된 키워드에 적합한 전체 자료 중에서 검색된 적합 자료의 비율을 의미한다. 전거 레코드의 미구축은 이용자에게 효율적이지 못한 검색 결과를 제공하는 것으로 연결된다.


정리 담당 사서 입장에서도 새로운 서지 레코드를 생성할 때마다, 가능한 이형을 모두 생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전거 레코드를 구축해놓고 새로운 데이터가 등장할 때마다 수정 혹은 갱신 작업만 하면 된다. 정리 담당자의 업무는 장기적으로 효율성이 높아지고, 이용자는 더욱 편리하게 자료를 검색할 수 있다.


* 참고문헌
문헌정보학용어사전 편찬위원회 편. 2010. 개정판 문헌정보학용어사전. 서울: 한국도서관협회.
한국도서관협회 목록위원회 편. 2003. 한국목록규칙 제4판. 서울: 한국도서관협회.
이미화. 2012. 대학도서관 전거제어 현황분석을 통한 전거제어 방안 모색. 한국도서관정보학회지, 43(3), 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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