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가 추천하는 한국학 추천 도서

4월 23일은 ‘세계 책의 날’이다. 이 날은 1995년 세계인의 독서 증진을 위해 유네스코에서 제정한 기념일로, 정확한 명칭은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World Book and Copyright Day)’이다. 책을 산 사람에게 장미꽃을 선물하는 세인트 조지 축일과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가 사망한 날을 기리기 위해 4월 23일을 세계 책의 날로 정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부터 한국출판인회의 주최로 뜻을 같이하는 행사를 기획 개최하기 시작했으며,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는 2016년부터 참여하여 올해로 두 번째 도서 전시 부스를 꾸렸다. 이번에는 특별히 강문종 책임연구원이 한글 고전소설을 주제로 한 ‘작가의 방’을 열어 저자와 독자가 직접 만나 이야기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2017세계 책의 날 기념 두근두근 책속으로 4월 22일(토) ~ 23(일) 12:00 ~ 18:00 청계광장 특설무대와 현장사진

세계 책의 날 행사는 몇 해 전부터 장소를 옮겨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열린다. 열린 공간인 청계광장을 찾는 방문객은 대부분 미세먼지·황사·꽃가루의 공격에도 물러날 생각이 없는 활동적인 봄 나들이객이다. 책의 날 행사 준비에는 특별히 고민이 많다. 어떤 책을 가지고 나가야 할지, 우리 책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우리 책은 연구자를 주요 독자로 생각하는 전문 학술서가 많고, 일반인이 읽을 만한 한국학 도서는 아직 제대로 구색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행사의 보람과 즐거움은 의외의 독자를 발견하는 데 있다. 한국사에 관심이 많다며 “한국 왕실여성 인물사전”을 꼼꼼히 읽어나가는 진지한 눈빛의 초등학생, “이 소설 진짜 재밌는 거 맞지요?” 거듭 확인하는 중년 여성, 교양수업 중간고사 주제라며 세종의 리더십 관련 책을 반가워하는 대학생 등 이번에도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독자들을 만났다. 책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만든 책을 어떻게 독자들에게 전해줄 수 있을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우리 출판부에서는 매주 1종 이상, 일 년이면 80여 종의 한국학 도서를 발간한다. 이번 달에도 벌써 4종의 책이 세상으로 나왔다. 「고행록, 사대부가 여인의 한글 자서전」, 「한국의 통일 연구 30년」,「한국 여성, 가족, 사회변화 70년」,「The Korean Diaspora: A Sourcebook」 등......

그러나 이번 달에는 새로 나온 책을 소개하는 대신, 전문 연구자가 아닌 한국학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 여러분께 우리 책 몇 권을 추천해 본다.

차례

가장 존경받는 정치지도자 세종대왕의 리더십
세종은 조선 개국의 정당성을 알리고 왕실의 권위를 회복하기 위해 『용비어천가』 편찬 사업을 기획 추진했다. 『용비어천가와 세종의 국가경영』은 편찬의 배경이 된 정치사상에 주목하여 『용비어천가』의 중심 메시지를 전한다. 한편 세종의 정치는 지식경영으로 요약할 수 있다. 『세종의 지식경영 연구』에서는 세종 리더십의 원천이 되는 지식이 어떻게 취사선택되고 활용되었는지 살펴본다. 『세종 리더십의 핵심 가치』에서는 중용, 국가적 실리, 민본, 공공, 인간 존엄 추구 등 세종 리더십 핵심 가치의 의미와 실현 과정을 읽을 수 있다. 『청소년을 위한 세종 리더십 이야기』는 훈민정음 창제, 측우기 제작, 4군 6진의 개척 등 세종의 주요 업적을 리더십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함으로써 청소년들이 존경하고 따를 수 있는 위대한 역사 인물상을 제시한다.


조선의 르네상스, 영조 시대 이야기
영조는 조선 역대 임금 중에서 가장 오랜 기간 재위하며 조선의 중흥기를 이루어낸 임금이다. 정치적으로는 철혈의 군주였지만 학문과 문화를 사랑하고, 백성을 아끼는 임금이었다. 재위 기간 중 여러 차례 반란과 정통성 시비를 겪으면서도 군주로서의 중심을 잃지 않고 개혁을 추진했다. <영조 시대의 조선> 시리즈는 영조의 개인사는 물론, 정치·문화·사회를 아우르는 19가지 주제로 구성된다. 『혜경궁 홍씨, 회한의 궁중생활 칠십 년, 영조와 사도세자 이야기, 장수한 영조의 식생활』 등 흥미로운 이야기로부터 시작해서 한 권씩 읽어나가다 보면 18세기 조선을 이해하는 혜안을 얻게 된다.


오백년 조선을 이끈 지식인 관료 사대부
<조선의 사대부> 시리즈는 고려 말의 혼란을 정리하고, 새로운 조선을 세워 500여 년을 이끌어간 지식인 관료 사대부의 생각과 행동, 그들의 역할과 가치를 들여다본다. 왕조사회를 이끌어간 지배층의 모습을 통해 현재의 우리를 돌아보는 기회가 된다. 『혼인, 세상을 바꾸다-조선시대 혼인의 사회사』는 혼인의 풍속을 바꿈으로써 자신들이 꿈꾸던 유교 사회를 만들고자 했던 사대부의 이야기다. 『조선시대 가문의 탄생』은 우리 조상들이 왜 가문을 중시했고 어떻게 명문 가문을 일구었는지 두 가문의 이야기를 통해 추적해본다. 『조선 사대부가의 살림살이』에서는 글공부만 중시한 것이 아니라 살림살이를 예의 실천으로 여겨 격조 있는 차림새와 살림살이를 유지하고자 했던 사대부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역사의 그늘에 가려진 한국 여성의 자리
한국사 속 여성은 개인의 능력과 업적으로 평가받기보다는 남성 중심의 시각에서 부정적이고 과장된 이미지로 왜곡되었고, 역사의 조연으로 치부되거나 조연조차 되지 못하고 잊혀졌다. 『한국 왕실여성 인물사전은 고대부터 대한제국 시기까지 활동한 588명의 왕실여성들의 가족관계와 혼인·출산 같은 사적 영역뿐 아니라 권력의 중심과 주변부에서 활동한 공적인 영역을 전문적으로 다룬 인물사전이다. 또 한 편의 사전 형식으로 쓰여진 책 『한국 근대 여성 63인의 초상』은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도전하며 자신의 길을 개척해 간 근대 여성 63인의 생애와 그들의 시대를 조명한다. 『고행록, 사대부가 여인의 한글 자서전』은 명문가의 규수로 태어나 숙종 대 남인의 영수였던 유명천의 부인이 되었으나, 자신이 남긴 자서전의 제목처럼 괴로움으로 점철된 ‘고행’의 삶을 살았던 사대부가 여인의 일생을 이야기한다. 죽는 날까지 게속된 지독한 불행과 고난의 삶을 견디며 살아낸 조선 여인의 강인하고도 애처로운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드라마보다 재밌다. 한국 고전소설
조선 왕실에서도 소설을 읽었다. 『삼국지연의』, 『금병매』 같은 중국 소설만 읽은 게 아니라 조선 작가가 지은 당대 소설도 즐겨 읽었다. 조선 왕실 서재였던 덕수궁 낙선재에 창작소설 48종을 포함하여 84종의 소설이 보관되어 있었던 것을 보면 『홍길동전』, 『춘향전』이 아니더라도 조선의 소설이 다양하게 창작되어 인기를 누렸음을 알 수 있다. 그중 가장 흥미로운 작품은 단연 해양 판타지 소설 『태원지』이다. 원나라를 물리치고 천하를 되찾고자 바닷길에 나선 임성 일행이 풍랑을 만나 대양을 떠돌며 겪게 되는 모험담의 스케일은 기대 이상이다. 길고 험난한 여정 끝에 도착한 미지의 땅 태원에서는 중국이 아니라 자신들의 나라를 세상의 중심으로 알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 <조선 왕실의 소설> 시리즈는 사랑과 우정, 효와 충, 입신양명이라는 보편적인 가치들을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자유롭고 과감하고 기괴하기까지한 표현 방식으로 그려내는 한국 고전소설의 세계를 소개한다. 『낙성비룡』, 『청백운』 등 현대어로 번역 소개된 13편의 고전소설을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