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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각 『일출심상소학교 사진첩』 그리고 영화 ‘덕혜옹주’

임지은
한국학학술정보관 문헌정보팀 선임사서원

역사적 사실은 문화콘텐츠의 주요 소재로 활용된다. 특히 방송 산업에서 사극(史劇)이라고 불리는 영화나 드라마의 제작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장서각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는 기록문화유산도 외부 방송사, 출판사, 박물관을 통해 문화콘텐츠로 재생산되고 있다. 그 중 장서각의 『일출심상소학교 사진첩』은 영화 ‘덕혜옹주’ 제작사에 이미지를 제공하여 주인공의 인물 고증에 활용되었다.

『일출심상소학교 사진첩』 표지
보통 교실 수업장면
경성역에서 일본으로 출발 순간

영화는 관객 수 550만명을 넘어 흥행에 성공했다. 조선이라는 힘없는 나라의 옹주로 태어나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본에 끌려가 살아야 했던 한 여인의 인생 스토리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까닭일 것이다. 그런데 흥행에 성공할수록 언론에서는 역사왜곡을 이유로 영화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었다. 덕혜옹주가 독립운동에 가담하거나 독립운동가를 지원한 역사적 기록이 없는데 영화에서는 덕혜옹주가 마치 독립운동가인 것처럼 묘사되었기 때문이다.


팩션(faction, fact와 fiction의 합성어), 즉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에 대한 기록을 바탕으로 작가가 상상력을 더해 만든 창작물은 언제나 논란에 선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가 창작인지 팩션에는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에 방영된 드라마 ‘바람의 화원’도 그 예이다. 여기서는 역사적 인물인 신윤복을 구체적 근거없이 남장여자로 설정하였고, 이를 본 청소년들이 신윤복을 진짜 남장여자로 믿게 된 일도 생겼다.1)

청소년들이 영화나 드라마에서 허구로 재현된 내용을 역사적 사실로 인식한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역사적 소재를 바탕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대중에게 일종의 교재 역할도 한다는 사실에 비추어볼 때, 팩션의 창작범위에 있어 보다 신중함이 요구된다.


문화콘텐츠의 일부로 팩션은 무거울 수 있는 역사적 소재를 대중에게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단순히 극적 재미와 상업적인 흥행을 위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일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참신한 문화콘텐츠를 기대해본다.

lovyaho@aks.ac.kr


1). 박일호, 신윤복을 여자로 만든 죄, 동아일보 문화칼럼, 2008-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