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포럼

복식고증의 현재와 미래

이민주 사진
이민주
장서각 왕실문헌연구실 선임연구원

2019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사극드라마 킹덤이 있다. 이미 시즌 1, 2가 종료되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시즌 3을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예상치 못한 큰 관심을 모은 것은 다름 아닌 조선의 모자 ‘갓’이다. 갓은 대나무로 만든 양태 부분이 시대에 따라 넓어지기도 하고 좁아지기도 하며, 대나무를 얼마나 잘게 쪼갰느냐에 따라 빛의 투시도가 달라져 음영에 의한 환상적인 이미지를 제공한다. 상황에 따라 갓의 색과 소재를 달리하며 흑립·주립·백립·전립(氈笠) 등으로 불리는가 하면 장식물에 따라 신분 및 역할을 구분한다. 갓 하나만으로도 수많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평상시 가장 많이 착용하는 갓의 대명사는 흑립이다. 흑립에는 두 종류의 끈이 달린다. 하나는 갓을 고정시키기 위한 비단 끈이며, 다른 하나는 산호·마노·호박·대나무·수정·유리 등을 꿰어 가슴 밑까지 늘어뜨린 장식용 패영이다. 전립에는 호수·공작우·밀화·상모·정자 등의 장식을 함으로써 신분에 따라 권위와 위엄을 더한다. 이는 역사 속 갓에 대한 정확한 연구와 고증의 결과이다. 갓은 서양의 ‘hat’과 같이 크라운(crown)이라고 부르는 대우와 브림(brim)이라고 하는 양태가 연결된 모자로 서양인들에게도 익숙하다. 그런데 조선의 갓은 모정의 높이에 따라 키가 20cm이상 커 보이게 할 뿐 아니라 흰색 옷과 검은색 갓이 흑백의 대비를 이루며 멋스러움을 더한다. 같은 듯 다른 조선시대의 갓이 서양인들의 마음을 뺏은 것은 바로 ‘새로움’이다.


드라마 킹덤 사진

드라마 '킹덤' 장면 중


복식고증에 대한 최초의 연구논문은 1978년 최옥자의 「실물고증으로 본 이조시대 여성 패물에 관한 고찰」에서 시작된다. TV 사극드라마가 인기를 얻고, 1986년 KBS 복식고증위원회가 발족되면서 본격적인 고증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물로 조선시대까지의 복식을 고증하고 재현한 『한국복식도감』이 발간되었으며, 이후 2020년 5월 현재까지 복식고증에 관한 연구는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컬러TV가 확대되면서 사극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고증보다는 영상미에 중점을 두면서 복식고증의 중요성이 밀려나는 듯 보였다.


그러나 1995년 지방자치제가 시행되고 1999년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이 제정되면서 복식고증에 대한 관심은 다시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는 복식 관련 대표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1978년부터 2020년까지 복식고증 관련 연구논문의 수는 총 148편이다. 그중 한국자료만을 정리하면 111편으로 <표 1>과 같다. 고대에서부터 통일신라시대까지 총 16편, 고려시대 10편, 조선시대 72편, 대한제국 3편, 일반논문 10편 등으로 조선시대 복식고증이 전체의 65%에 해당한다. 연구가 진행된 시기를 보면 2000년 이전에 8편이 게재되었으며, 2000년 이후 103편이 게재됨으로써 전체 연구 수의 94%를 차지한다. 이는 2000년 이후 ‘조선 왕실문화’에 대한 관심과 함께 궁중의례 재현행사 및 각 지방별 문화행사가 거행되면서 신분별·의례별 복식에 대한 연구와 고증이 본격화되었음을 시사한다.


도표 사진

<표 1> 시대별·년도별 복식고증 논문게재 현황 분석


더욱이 최근에는 지역별 의례 재현행사 및 문화행사를 문화재로 등재시키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선정되기 위해서는 역사성, 예술성, 학술성, 경관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복식고증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인식의 공감대는 이미 형성된 상태이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예산부족과 짧은 사업기간으로 인해 충분한 연구 및 복식고증의 결과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는 앞으로 개선되어야 할 방향으로 충분한 연구 및 고증 결과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1년 사업이 아닌 중장기계획에 의한 충분한 기반을 구축한 후에 의례 재현행사 및 문화행사가 추진되기를 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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