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연 사람들

주제의 내러티브와 탄탄한 스토리텔링이 가져다 주는 파급력을 몸소 느끼고 있습니다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은 우리나라 시군구 단위로 편찬하는 지역문화 백과사전이다. 문화콘텐츠편찬실에서 멀티미디어 콘텐츠 제작 업무를 하는 오태환 선생의 영상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오태환 사진

문화콘텐츠편찬실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2003년 시작된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http://www.grandculture.net)과 2011년 시작된 세계한민족문화대전(http://www.okpedia.kr) 편찬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부서입니다.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은 우리나라 시군구 단위로 편찬하는 지역문화 백과사전이며, 세계한민족문화대전 세계 곳곳의 한인들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내는 재외 한인 백과사전입니다. 모두 인터넷으로만 서비스되는 온라인 지식 콘텐츠이며, 네이버, 다음, 구글 등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국내외 주요 포털사이트에서도 서비스 되고 있습니다. 네이버 지식백과는 연간 3천만명이 이용하고 있으며, 유튜브 공식 채널에서도 연간 2백만명이 향토문화전자대전 관련 동영상을 보고 있습니다. 특히 동영상은 4,000여건의 우리나라의 지역 문화, 재외 한인의 역사와 문화 콘텐츠들이 유튜브 K-Culture 채널(https://www.youtube.com/user/kculturechannel)을 통해 전 세계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세계한민족문화대전에 수록되는 사진, 동영상 콘텐츠를 기획하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현장에 가서 제작자들에게 저희 사업의 제작 원칙을 교육하고, 전체적인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방향성을 수립하는 업무입니다. 때로는 제가 직접 촬영하여 백과사전에 수록하기도 합니다. 더불어 백과사전 항목 관련 사진, 동영상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기관·단체·개인을 통해 자료를 획득하는 업무도 하고 있으며, 출판사, 방송사, 기관 등 외부에 저희 콘텐츠를 제공하는 업무를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업무하시면서 전국적으로 많은 지역들을 다녀보셨겠어요.


세계한민족문화대전 사업에 참여하면서 출장도 많이 가게 되고 그에 따른 에피소드도 많은데요. 저는 2011년 백두산 출장이 기억에 남습니다. 백두산 촬영을 위해 새벽 3시에 연길을 출발해서 5시간 걸려 도착한 백두산 입구에서 날씨가 좋지 않아 촬영에 잘 될지 걱정이었는데 차로 이동하여 올라 간 정상에서 기적처럼 안개가 걷히면서 천지와 산 구름과 하늘이 조화로운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또 작년 제작한 동영상 중에는 사할린 한인 관련 이야기(https://youtu.be/W1vomn4C9sI)가 있는데요. 이 영상에 사할린 강제동원 1세대로 김윤덕 할아버지(95세, 경상북도 경산 출신)를 섭외하여 인터뷰하게 되었습니다. 작년 8월에 사할린 현지에서 생생한 육성을 통해 강제동원 당시 실상을 전해들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종편집 시사회에서 10월 그분이 작고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먹먹했던 순간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저희가 촬영한 영상이 생전 마지막 영상이 되었던 거에요.

중국편 현지조사 및 자료 수집을 위해 2014년 12월 훈춘시를 방문했었는데요. 발해 유적은 대부분 미공개 시설이라 접근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영하 25도의 추위 속에 여러 현지인들에게 물어 겨우 발해 팔련성 터를 찾아갔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관리자(?)가 자리를 비운 시간이어서 핫팩으로 언 손을 녹여가며 운좋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일반적으로 구할 수 없는 귀한 자료를 운좋게 수집한 겁니다.

이 외에도 현지 출장이 자주 있다보니 에피소드가 어마어마하게 많은데요. 지면 한계상 다 말씀드리지 못해 아쉽네요.

백두산 천지에서 촬영했던 사진

백두산 천지에서 촬영했던 사진

고 김윤덕할아버지 인터뷰 장면

故 김윤덕 할아버지 인터뷰 장면

팔련성

팔련성(몰래 찍었던 사진)

근무가 없을 때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내시나요?


가족사진

저는 야구를 참 좋아합니다. 사실 저도 우리 연구원 야구단 창단 멤버였습니다. 다만, 불의의 부상(양쪽 발목 인대 파열)으로 현재 활동을 못하고 있어서 아쉽습니다. 언제가는 복귀하려고 준비중입니다. 평상시에는 주로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합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첫째 아들과 5살인 둘째 아들, 그리고 아내와 최대한 주말시간을 함께 합니다. 아들들과 캐치볼, 축구를 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닌텐도 스위치의 캐주얼한 게임(피트니스 복싱, FIFA19, 마리오카트 등)들을 가족과 함께 즐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모두 잠든 밤에는 저만의 시간을 갖는데요. 바로 홀로 침대에 누워 보는 미드입니다. 이 시간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매력적인 분야네요. ‘미드’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요.


어렸을 적 누구나 한번쯤 맥가이버, 전격Z작전, 머나먼정글 등 해외드라마를 보셨던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저도 공중파를 통해 미드를 즐겨 봤었습니다. 이후 인터넷의 발전, 플랫폼의 다양화로 최근에는 해외 현지 드라마를 거의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10여년 전부터 키퍼 서덜랜드 주연의 ‘24’, 그리섬 반장의 ‘CSI’, 호라시오 반장의 ‘CSI Miami’ 등등 수사물을 중심으로 미드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24’의 경우는 DVD로 전편을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제가 좋아하는 드라마 중 하나입니다.

국내 드라마도 최근 장르물이 대중화되어 전문성을 갖춘 드라마들이 나오고 있지만 미드, 영드 등 해외 드라마는 심도있는 스토리, 짜임새있는 구성, 실제적인 표현력 등 국내 드라마와는 비교할 수 없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것이 미드의 차별화된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와 견주어도 결코 적지 않은 막대한 예산, 장비를 투입하여 제작되는 ‘왕좌의 게임’ 같은 대작들도 저와 같은 미드 광팬들을 사로잡는 작품입니다. 또한 방영하면서 다음 화를 찍는 우리나라 드라마의 제작 시스템과는 달리 시즌제, 사전 제작 드라마이다 보니 대중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고, 작품 완성도도 우수합니다. 또 미드는 좀비·SF·휴먼·의학·수사·과학 등등 분야별로 전문화된 드라마가 다양히 구성되어 있어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심도있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더불어 40분 단위 하나의 에피소드가 24부작으로 한 시즌이 구성되어 시즌별 작품의 흐름을 알 수 있으며, 에피소드별 스토리 전개도 늘어지지 않아 배우들의 연기력과 시청자의 몰입도가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한가지, 브랜드 노출이 자유로워서 감상 시 어색(?)하지 않은 점도 장점이네요. ^^


혹시 직원분들이나 독자들에게 추천할 만한 미드가 있나요?


시카고 시리즈

몇 해 전부터 관심있게 정주행 중인 드라마가 바로 시카고 시리즈입니다. 시카고 소방서를 배경으로 하는 ‘Chicago Fire’, 경찰서를 배경으로 하는 ‘Chicago PD’, 종합병원 응급실을 배경으로 하는 ‘Chicago Med’, 검찰청을 배경으로 하는 ‘Chicago Justice’가 바로 그것이죠. 2012년 시카고파이어를 시작으로 매해 스핀오프 시리즈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들이 개별적으로 에피소드가 구성되다가도 큰 사건에 있어서는 크로스 에피소드 형태로 연작 방송이 된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입니다. 시카고파이어에 시카고 PD 경찰이 나오고, 시카고메드에 시카고파이어 소방관이 나오기도 하구요. 어떤 에피소드는 Law & Order라는 드라마에서 어린이 유괴사건이 벌어지고, 이후 수사를 시카고PD에서 공조하여 수사를 진행하고, 시카고메드, 시카고파이어에서 사건이 마무리 되는 형태입니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방송 형태죠. 미국 NBC 드라마 가운데 유명한 제작자인 딕 울프의 시카고 시리즈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 이러한 크로스 에피소드를 가진 시리즈는 몰입도가 더해져서 그 재미를 극대화 시켜 줍니다.

그리고 이 드라마들은 정의로운 보스라는 공통 분모를 가진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시카고파이어의 보든 소방서장은 인종차별에도 끝까지 소방서를 지켜가며 팀원들을 믿는 소통의 소방서장이죠. 시카고 PD의 보이트 정보(Intelligence)부장은 갱들의 뒷돈을 받는 부패 경찰이지만, 이렇게 모은 비자금을 피해자와 약자들에게 몰래 후원하는 특이한 의리를 지닌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입니다. 시카고 메드의 굿윈 응급센터장은 의사가 아닌 간호사 출신으로 응급센터장이 되어 갖은 차별에도 현실을 부딪쳐 이겨내며 해결하는 정의로운 인물입니다. 시카고메드에는 한국인 캐릭터 닥터 초이(최이든)도 등장하는 데요. 아무래도 시카고 한인이 많다는 현실이 반영된 캐릭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마담 세크리터리

직장인에게 추천하고 싶은 넷플릭스 드라마가 있습니다. 바로 ‘마담 세크리터리(Madam Secretary)’입니다. 전직 CIA 분석가이자 교수였던 엘리자베스가 CIA 재직 당시 상관이었던 현직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제안을 받고 국무장관이 되어 정치, 외교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정치, 휴먼드라마입니다. 엘리자베스는 세 아이의 엄마로서, 가정과 일 양쪽에서 균형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입니다. 아침에 아이 학교 행사에 참석하다가 갑자기 전용기를 타고 사우디아라비아로 가서 외교 문제를 해결하고 백악관으로 가서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일정이 나오기도 합니다. 때로는 자녀와 남편과 친지들과 친구, 직장 동료들과 부딪히며 살아가는 이야기가 우리들의 삶인것처럼 묘하게 공감하게 됩니다. 단지 그들의 모습이 궁금해서 보는 드라마가 아닌 공감을 통한 감동을 받고 싶으시다면 '마담 세크리터리'를 한번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영상에 대한 조예가 깊으시네요. 앞으로의 계획은 여쭤봐도 될까요?


오태환 사진

입사 초기에는 사진에 대한 관심이 커서 개인적으로 촬영을 많이 하기도 했구요. 지금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글로벌문화콘텐츠 박사과정을 하며 백과사전 사진콘텐츠에 관한 박사논문도 준비하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최근 동영상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에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과 세계한민족문화대전 동영상 제작에 관여하면서 영상이 가지는 스토리의 힘을 느끼고 있는데요. 단순히 CG를 화려하게 하거나 유명 성우의 나래이션, 최신의 편집 기술로 제작하는 우수한 영상물보다 주제의 내러티브와 탄탄한 스토리텔링이 가져다 주는 파급력을 몸소 느끼며 업무적으로 제작하는 영상에도 그 핵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영상이 성공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주제 선정, 시나리오 기획, 촬영, 편집까지 이야기의 구조와 흐름이 시청자로 하여금 얼마나 공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지가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다. 실제로 세계한민족문화대전 북미편 동영상을 만들면서 도산 안창호 선생의 활동상으로 영상을 채우기보다 아버지 안창호의 모습에 주목하여 막내 아들인 랄프안 선생님이 기억하는 아버지 안창호 선생의 모습을 담아 본 것도 저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일이었고 생각의 전환점이 되는 계기였습니다.


앞으로 공감할 수 있는 동영상을 제작하여 효과적으로 대중에게 더 많이 알릴 수 있는 길을 찾아보려 합니다. 특히, 대중에게 좀 더 다가가기 위해 방송사, 제작사들과 한국학 콘텐츠를 주제로 콜라보레이션을 통한 영상 제작도 시도해 보려고 준비중입니다. 저의 노력이 한중연에 그리고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세계한민족문화대전 이용자들에게 작은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smplus@a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