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습재 일기

다양한 경험의 장, 즐거운 나의 집

노보윤 사진
노보윤
대한민국(한국학대학원 인문학부 국문학 석사과정)

대학원에 진학하여 만난 나의 집, 곧 나의 기숙사 당호는 ‘時習齋’이다.


學而時習之면 不亦悅乎아.


논어 첫 편인 학이편의 첫 구절이다. 이 말 중 ‘時習’은 ‘(배운 것을) 시간이 날 때마다 다시 익힌다.’의 뜻인 바, 나는 요즘 ‘時習齋’에서 시간이 허락될 때면 한문 문장을 외우고 선학들이 쓴 논문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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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나는 독서광이었다. 특히 소설 읽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시절, 고전소설의 매력에 푹 빠졌다. 선조들이 어떤 생각과 상상을 하면서 즐거워했는지 살피는 것이 흥미롭고 신기했기 때문이다. 대학교에 다닐 때에는 고전학회 학회장을 하면서 고전소설을 텍스트로 정해 중점적으로 공부했고, 대학원에 진학하면 이와 관련된 연구를 할 것이라는 다짐을 하였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학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을 때, 나는 고전소설의 배경 같은 캠퍼스에서 공부하게 될 것이라는 신비로운 느낌을 받았다. 특히 고소설 자료가 많기로 유명한 장서각이 이곳에 있어, 손쉽게 많은 자료를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가슴이 설렜다. 대학원에 진학해서 이용하게 된 도서관은 역시 자료도 풍부하고 관리 및 지원 시스템도 잘 되어 있어서 예상했던 대로 늘 편하게 이용하고 있다.

또한, 연구원에서 주최하는 다양한 행사는 견문을 넓히고 폭넓은 공부를 하는데 매우 유익하다. 많은 학회, 콜로키움, 세미나, 전시, 음악회 등의 행사가 수시로 열리기 때문에 국적이나 전공에 상관없이 많은 학문적 자양분을 흡수할 수 있다.


강의실 사진

나는 대학원 진학 전 기숙사 생활을 한 적이 없다. 그래서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기숙사에 입실했다. 이곳 기숙사인 ‘시습재’는 나에게 또 다른 가족과 집을 만들어 준 공간이다. 신입생 때 만난 룸메이트와 성격이 잘 맞아서 지금까지도 줄곧 한 방을 쓰며 자매처럼 잘 지내고 있다. 공부와 앞날에 대한 비슷한 고민을 허물없이 진솔하게 나누다 보면, 때로는 가족보다 더 가까운 존재가 되기도 한다. 밖에서 룸메이트와 대화를 나누다가 무심코 집에 언제 들어가느냐고 서로 묻는 경우가 있다. 이때 말하는 집은 물론 기숙사 방이다. 기숙사 방이 우리에겐 어느새 집처럼 편안해진 것이다.

기숙사와 연구원은 단순히 방 하나, 책상 하나의 의미가 아니다. 같이 공부하는 마음과 뜻이 맞는 친구들도 마치 가족과 같고, 친척과 같다. 또한 여러 교수님께서 늘 부모님과 같은 마음으로 친절하게 살펴주신다. 내가 상상한 대학원 생활은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나 혼자서 끊임없이 책을 읽는 그저 외롭고 고독한 그런 모습이었다.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그래야 할 때도 많고 또 그런 생활도 감수해야 하는 운명이지만, 그것이 대학원 생활의 전부는 아니다. 대학원 내에서 여러 국적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고, 여러 전공의 친구들과 교류할 수 있다. 한국에 와서 공부하는 다른 국적의 친구들을 보면 대단하고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우리나라 학문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에 대해 고맙고 뿌듯한 마음이 생길 때도 많다. 그리고 한국 사람보다 한국학에 대한 관심, 애정, 이해도 높고 자국 학문과 비교까지 하며 깊이 연구하는 친구들을 볼 때마다 내가 더 많이 배우고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지게도 된다.

연구원 전경사진

가끔 답답하거나 머리가 복잡할 때면, 무심히 연구원 교정을 걷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자연의 정기를 받는 듯하고, 또 공기가 좋아 숲속에서 새벽 산책을 하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캠퍼스를 내 집 정원처럼 마음껏 거닐 수 있는 환경이 참 좋다. 남들은 일부러 시간 내서 찾아 와야 하는 우리 연구원 뒷산도 우리들만의 특권으로 살짝 올라가 산림욕을 즐길 수도 있다.

이렇듯 대학원에 와서 갖게 된 나의 집, 곧 ‘시습재’는 공부와 건강과 문화를 모두 챙길 수 있는 곳이자, 또 하나의 가족을 만들어준 곳이다. 이런 환경에서 나는 맑은 머리로 공부에 더 집중하며, 한국학과 한국학대학원을 빛내는 학자가 되어야겠다고 매일매일 마음속 깊이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