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포럼

스무 돌 넘은 RKS가 앞으로 나아갈 길

고찬미 사진
고찬미
출판문화부 학술지간행실 정전문위원
(The Review of Korean Studies 편집주간)

본원에서 발행하는 한국학 분야 영문학술지 The Review of Korean Studies (이하 RKS)에게 2018년은 특별한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1998년 창간 이후 꾸준한 성장을 해 온 RKS는 올 한 해 만 스무 살이 넘은 청년으로서 지나온 발자취도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그 어떤 때보다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술지도 마치 한 사람처럼 성장통 끝에 더욱 성숙해지는 과정을 거치기도 하며 본인의 힘만으로는 온전히 성장치 못하고 주변의 수많은 도움과 애정이 절실히 필요한 존재인 것 같다. 따라서 RKS의 지난 20년 역사가 이룬 발전과 더불어 여전히 미흡한 면을 되짚어보고 앞으로 주어진 과제를 풀어나가는 데 힘 찬 응원을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RKS는 그동안 양적, 질적 차원에서 모두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왔다. 통상 학술지의 운영안정화 계량지표로 여겨지는 투고논문대비게재율이 꾸준히 개선되어 올해는 30%대로 접근해 해외 유수 학술지 수준에 도달하였다. 또한 학술지의 인지도와 명성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인 영향력지수도 국내에서 발행되는 한국학 및 아시아학 영문학술지들 사이에서 최근 몇 년 동안 상위권을 유지해 왔다. 그리고 이 지표보다 요새 더 각광받고 있는 중심성지수1)로 볼 때는, RKS가 이들 중 가장 선두에 있다. 이런 정량 비교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본 학술지는 내실 있는 발전도 함께 이뤄 왔다. 본 학술지의 게재 논문 국내외저자 비율이 점차 균형을 이뤄 갔고 특히 해외 저자 지역도 매우 다양하여 비록 지면을 통해서이긴 하지만 국내외 학술교류에 매우 큰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외부에도 알려져 2018년 한국연구재단 등재지 유지 평가에서 우수한 점수를 획득했을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국제학술인용색인 SCOPUS에도 등재되는 성과로 이어졌다. 최근 한국학의 발전과 본원의 위상에 걸맞게 본 학술지도 진일보해 온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이러한 발전과 성과의 기쁨에 취해있을 새도 없이 동시에 RKS가 앞으로 한국학 발전을 이끄는 데 얼마나 유용할지라는 도전적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되었다. 주변을 돌아보면 이미 국내에 한국학 제분야를 주제범위로 하는 유사한 영문학술지의 수가 많고 그 내용도 대부분 연구논문과 서평으로 비슷하게 구성됐기 때문에, RKS만의 정체성과 의미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국학의 인적 자산과 국내외 연구자 네트워킹 등 한국학 인프라가 풍족한 본원이 발행하는 학술지로서 보통 타학술지들이 쉽게 하지 못하는 것에 도전하고 어려운 과제를 완수해나가야 할 소명을 무시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현실적으로 유사한 학술지들이 과포화 된 상황에서 차별성을 띄는 것만이 향후 제대로 존립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지만, 학술지 이용자인 연구자들에게 제대로 쓰임 받을 수 있도록 유의미한 연구 자료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요구에도 부응해나가는 것이 RKS의 또 다른 의무이다.


그렇지만 학술지의 주제범위와 성격을 작위적으로 갑자기 바꾸는 것이 온당한지에 대한 고민도 없지 않았다. 학술지의 그간 역사를 무시하고 급선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학술지의 성격을 규정짓는 주인은 발행기관 단독이 아니며, 의결기구인 편집위원회도, 편집주간인 필자도 아니며 그동안 학술지를 읽어 온 독자층과 노력의 결실인 연구 성과를 열심히 투고하고 게재해 온 연구자들이야말로 바로 RKS의 진짜 주인이라 볼 수 있다. 이 연구자들이 본 학술지에 기대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나가는 것이 첫 과제일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RKS는 기존에 지속적으로 게재해 오던 연구논문과 서평, 그리고 한국학사료 주해 영역 자료만이 아니라 일종의 기획 리뷰를 추가로 시도해보았다. 하나의 주제로 묶인 다수의 서평이나 학술활동 리뷰 원고들을 기획하여 독자들에게 더욱 집약적이고 접근성 높은 연구 자료를 제공하려고 노력 중이다. 또한 더 어려운 과제이기는 하지만, 영문학술지에서 유독 전통 한국학 연구가 덜 소개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더 이상 묵과하지 않고 한국학의 제면모에 대해 균형 있는 국내외 소통이 가능하도록 전통 및 전근대 한국학 분야의 논문 투고를 독려해나가고 관련 기획을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가고자 한다.


올 한 해 또 다른 도약을 위한 치열한 고민 이후의 결심과 노력이 결국 RKS의 주 독자층 그리고 이용자들과 제대로 호응하여 상승작용을 일으킬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RKS의 20여년 역사 동안 축적되어 온 역량이 한껏 발휘될 수 있는 대상이 다른 무엇일 수도 있고, 혹은 독자들이 RKS에 보내는 희망사항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해 헛수고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학술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면서 한국학 분야의 국내외 연구자들이 시시때때로 RKS에 보내는 주파수를 놓치지 않고 그에 정성스레 조율해나간다면 RKS가 앞으로 나아갈 미래는 지나간 20년처럼 또 다른 성장의 역사로 이어질 것이라 본다.


1) 영향력지수는 단순히 학술지 게재 논문에 대한 피인용수를 산출한 지수이지만, 중심성지수는 피인용 횟수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학술지를 인용하는 학술지들의 종수와 명성도에 기초하여 측정이 되는 지수로, 최근에 영향력지수보다 더욱 까다롭고 강화된 학술지 평가 잣대로 여겨지고 있다.

kochan@a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