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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용어사전』 편찬과 사회경제사 연구

최윤오 사진
최윤오
교수(연세대학교 사학과)
한국토지용어사전

『한국토지용어사전』(연세대 국학연구원 편. 혜안. 2016)은 해방 이후 한국 사회경제사 연구의 총결산이라고 할 수 있다. 일제하 식민정책에 의해 편찬된 토지사전류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나아가 기존의 사회경제사 연구를 배경으로 토지용어사전으로 종합한 것이다. 농업사, 토지제도사, 사회경제사 분야의 한국학 전문분야 사전이다.

이 사전은 한국역사연구회 토지대장반의 공동연구로 기획되었다. 이론적 논쟁이나 학파적 접근보다 실증에 기초한 용례를 소개함으로써 향후 연구방법론 개발에 더 커다란 의미를 두고자 하였다. 본 사전에 대한 기획은 전반적으로 침체된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키고 나아가 후속세대의 연구환경을 다지는 데 그 목표를 두었다. 특히 사회경제사 분야는 용어의 어려움 때문에 흥미를 갖기 어렵고 나아가 전문 연구자 역시 줄어드는 현실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본 사전은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진흥사업단 지원사업으로서 2011년부터 3년간의 집필과 2년간의 편집 과정을 거쳐 2016년에 마무리되었다. 삼국시기 이래 고려, 조선, 한말 일제하, 해방공간 시기를 각 전공자들이 전담하여 항목정리와 집필까지 맡아 책임의식을 높였다. 최종 마무리 과정은 연구책임자를 중심으로 편집위원회가 맡게 되었다. 연구책임자의 전공분야가 토지소유권 발달과 농업분야라는 것 때문에 연구책임을 맡게 되었지만, 각 시대 전공교수들의 분담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대중소 항목으로 나누어 토지제도에서부터 토지문서, 재정, 농법 및 관련 인물 4000항목을 뽑아 최종 1500여 항목을 설정하였다. 3년여에 걸친 전문가의 집필 이후 최종 항목에 대한 교정, 교열 작업은 편집위원회의 집중적인 공동작업을 통해서 완성도를 높였다. 항목 집필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두었던 부분은 개별 항목에 대한 개념 정의 및 시대적 성격을 명확히 하는 것이지만 나아가 통시기의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는 방법을 보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시기별 조세나 지대, 소유권 개념 등을 통시기 차원에서 재정리하는 것이다. 시공간의 단절을 막기 위해 항목 간의 유기적 연속성을 찾는 방법이다.

한편 참고어를 통해 항목 간의 연결성을 극대화시키고 나아가 유사어와 동의어를 통해 상호 참조토록 하는 방법을 적용하였다. 해당 용어의 개념을 보다 풍부하게 정의하고 나아가 객관화시키는 작업의 일환이다. 또한 집필 항목을 최종 마감한 후 내용 중에 주요 용어를 색인어로 추출하여 참고어를 보완하도록 하였다. 이로써 항목명으로 설정되지 못하더라도 색인어를 통해 찾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이 같은 집필, 참고어, 색인 3단계 작업은 각 항목 집필자가 해당 용어를 집필한 후 항목 보완 작업을 통해 최종 완성하는 방법으로 추진되었다.

『한국토지용어사전』의 활용도에 대한 고민은 본 사전 제작의 원동력이 되었다. 한국사 전공자뿐 아니라 역사에 관심 있는 대학교 학생들에게도 유용한 안내서가 될 수 있도록 하였다. 용어개념을 정의하기 위해 원문과 출전을 인용하여 용례를 찾아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고전자료를 이용할 때 시대 상황에 부합하는 자료를 해독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한국토지용어사전』의 출판은 역사학을 비롯하여 고전연구 분야의 후속세대 양성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나아가 학제 간 연구에도 기여할 수 있으면 하는 기대를 갖는다.

『한국토지용어사전』의 첫 번째 의의는 역사용어와 용례를 함께 찾아보는 데 두었다. 그리고 해당 용어와 용례에 대한 연관 개념을 찾아볼 수 있도록 참고어 표시와 색인어 작업을 강화하는 것이다. 해당 항목 밑의 참고어 표시와 사전 뒤쪽의 색인어를 통해 표제어가 내포하고 있는 상위어, 하위어, 유의어, 관련어 등의 의미관계를 찾도록 하였다.

두 번째로는 과거에 사용되다 사라진 토지용어 개념이 아니라 근현대 표제어와의 연결성을 고려함으로써 토지용어의 계통성을 체계화하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각 연관 기관들로부터 유물사진이나 도판을 제공받아 게재함으로써 해당 항목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이용하였다는 점이다.

이 같은 점에도 불구하고 본 사전은 보완될 부분이 적지 않다. 항목 설정에서부터 사전의 완성도에 이르기까지 부족한 부분이 적지 않기에 향후 온라인서비스를 기대하면서 마무리할 수밖에 없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동아시아, 혹은 세계사적 비교방법론을 통해 주요 개념을 결합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토지용어를 영역(英譯)하는 작업도 필요하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향후 한국학 연구에 있어 표준이 될 만한 정확한 개념을 제시하고, 나아가 사회경제사 연구의 세계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는 것도 커다란 과제로 남게 되었다.

『한국토지용어사전』은 교육부 학술연구지원사업 2016년도 한국학분야(한국학진흥사업) 우수성과로 선정되어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표창을 수여한 연구성과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