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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중앙연구원 온라인소식지 09월호 A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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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경󰡕 읽기 사전> 편찬에 즈음하여 [사진] 이창일(연구정책실 책임연구원) 조선의 주자학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경전 가운데 하나가 「심경(心經)」이다. 이 경전은 주자(朱子, 1130~1200)의 제자인 진덕수(眞德秀, 1178~1235)가 편찬한 것이다. 그런데 이는 진덕수의 독자적인 저술이 아니라, 주자학의 안목을 가지고 유가의 육경(六經)에서 ‘마음의 수양’에 관한 구절을 발췌한 것이다. 여기에 주자학의 성립에 영향을 미친 소위 북송오자(北宋五子)와 주자의 언설을 더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육경의 간이(簡易)하고 집약적인 특징과 이를 해석한 성리학 특유의 우주론적 사변의 무게가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경전이 생겨났다. 「심경부주」는 진덕수의 「심경」이 생겨난 2세기 뒤에 명나라의 정민정(程敏政, 1445~1449)이 편찬했다. 기존의 「심경」에 수록되지 않았던 주요한 주자학자들의 언설들을 부가하고, 이해를 돕고자 도설(圖說)을 첨가한 것이 큰 특징이다.  주자학은 유학의 새로운 해석을 통해 수립된 철학사상이었고, 이 철학사상이 역사 속에서 지도원리로 자리 잡게 되면서부터, 내적 체계의 정합성이 요구되는 철학사상의 일반적 흐름을 따르게 되었다. 내적 체계의 정합성에 대한 요구는 이론의 무모순성(consistency)을 추구하는 경향에 따라, 그 안에 부지불식간에 침투된 비(非)주자학적 요인들에 주목하게 된다. 실제로 정민정이 「심경」을 부주하면서, 주자학과 대척에 놓인 양명학적 언설들이 수록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당시에는 이러한 문제가 부각되지 않았다. 이를 과제상황으로 인식하고, 순정한 주자학을 수립하기 위한 노력은 조선에서 이루어진다. 순정한 주자학의 이해는 비주자학적 요인들에 대한 날카로운 인식이 있어야 하며, 이는 역설적으로 주자학의 이해가 심화되어야 달성될 수 있는 문제이다. 조선의 성리학이 사상의 수입 단계를 지나 독자적인 변용을 이루었다는 실증적인 증거가 「심경」의 연구에서 찾을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대의 「심경」 연구 성과는 대표적으로 두 종류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심경부주와 조선유학」(예문서원, 2008)은 「심경」으로 본 조선유학사라고 할 수 있다. 「심경」을 연구한 여러 학파들(퇴계학파, 율곡학파, 양명학파, 실학파 등)의 서로 다른 철학사상사적 의의를 정리했다. 「심경」에 관한 전통 문헌들의 집적된 형태는 전 7책으로 이루어진 「심경주해총편(心經註解叢編)」(학민출판사, 1999)을 들 수 있다. 이는 총 102종의 관련 자료를 수록하고 있는 「심경」 연구자료의 집대성이다. 그리고 올해 본원에서 출간될 「심경 읽기 사전」은 위와 같은 기존의 연구 성과를 흡수하여, 「심경」을 이해하기 위한 일종의 공구서이다. 「심경」은 유학의 기본개념과 이를 주자학으로 해석한 개념들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에, 이해가 쉽지 않다. 이러한 개념들을 이해할 수 있게끔 현대적인 어법으로 설명한 것이 눈에 띈다. 전통시대는 「심경」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도설들을 생산했다. 이러한 도설들을 한데 모아 정리하고 설명한 것도 큰 특징이다. ‘심경의 연대기’를 작성하여, 우리나라에 유입되고 확산과 유통이 된 과정을 정리한 것도 흥미롭다. 경연에서 심경을 강론한 기록들을 한데 모은 것도 지나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자생적으로 출현한 경전은 그 수가 적은 편이다. 「심경」은 외래에서 기원한 것이지만,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그 가능성이 모두 발현될 정도로 오랜 시간 연구되고, 그 철학사상은 우리 문화를 자양(滋養)시킨 독특한 경전 가운데 하나이다. 이러한 경전이 한국학의 본산을 자임하는 본원에서 출간되는 것은 자못 그 뜻이 깊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심경」을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은 진덕수의 「심경」 그 자체가 아니라, 여기에 마음의 수양에 관한 더욱 순정한 내용을 주석 형식으로 붙여서 증보시킨 「심경부주(心經附註)」이다. 그래서 「심경」은 실제로 「심경부주」를 줄여서 말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