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흔히 한국전쟁은 ‘1950년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민족의 비극’이자, ‘미·소 중심의 냉전 질서가 한반도에서 충돌한 대리전’으로 기억된다. 이러한 거시적 관점은 전쟁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때로는 전쟁의 다층적인 결을 놓치게 할 수도 있다. 오늘 소개하는 『감춰진 역사, 아시아의 한국전쟁』(테사 모리스-스즈키 외)은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에게 새로운 역사적 시각을 제공하는 책이다.

   이 책은 한국전쟁이 한반도와 강대국만의 서사가 아니라, 아시아 전체가 복잡하게 얽힌 ‘아시아의 전쟁’이었음을 실증적으로 규명한다. 저자는 그간 주목받지 못했거나 음모론으로 치부되던 사건들을 방대한 자료를 통해 재구성하며, 전쟁의 이면에 존재했던 아시아 각국의 이해관계와 개입의 역사를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중국, 일본, 몽골, 오키나와 등 아시아의 여러 행위자가 전쟁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었는지를 미시적이면서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물론 저자가 일본계 호주인이라는 점에서 일부 서술은 비판적 독해가 필요할 수 있다. 그런 만큼 번역자가 충실한 번역과 해제를 통해 그런 문제를 보완하며 논의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북한에 파견된 스파이나 일본군 포로의 이야기처럼 구체적 개인의 삶을 통해 전쟁의 실체를 생생하게 복원한 이 책은 한국전쟁을 더 넓고 깊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차례

서론_한국전쟁, 지역, 세계
1. 강 건너 불? 한국전쟁과 일본
2. 한국전쟁이 만주 사회에 미친 경제적·사회적·인적 영향
3. 분열된 나라에서 분단된 나라로: 몽골이 치른 한국전쟁
4. 중화민국이 한국전쟁에서 승리한 방법
5. 오키나와를 휩쓴 제3차 세계대전의 공포
6. 국경을 넘나드는 전쟁: 600001번 일본인 포로의 기묘한 여정
7. 삶과 죽음을 넘나든 정보원들: UNPIK의 중국인 비밀요원들
8. 미국, 일본, 한국에서의 첩보 전쟁
에필로그_동북아시아와 끝나지 않은 전쟁

도서 소개

   설정식은 식민지기와 해방기에 그야말로 영화 같은 삶을 살다 간 지식인이었다. 광주학생항일운동에 가담했다가 퇴학당한 뒤 만주로 떠났지만, 만주사변의 빌미가 되는 만보산 사건이 일어나면서 중국과 일본을 거쳐 경성(서울)으로 돌아왔다. 이후 연희전문학교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는 미국 유학길에 올라 컬럼비아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귀국했다. 해방기에 그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햄릿』을 최초로 완역하고 미국 문단의 최신 경향을 소개하는 영문학자로 활약했다. 그러나 미국 유학파 엘리트로서 그는 미군정청의 고위 관료를 지내는 동시에 조선공산당에 입당했다. 한국전쟁 중에 월북했다가 1953년 ‘미제 스파이’라는 죄목으로 사형당하게 된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기획된 『설정식 문학선: 해방의 문학, 청춘의 상상력』은 그렇게 한동안 잊혔던 설정식의 목소리를 되살려낸다. 등단작 희곡 「중국은 어데로」를 비롯해 기존에 공개되지 않았던 논평, 대담, 소설들을 담아 그의 다채로운 작품 세계를 조명했다. 이 책은 한 개인의 비극적인 삶을 넘어, 격변의 시대 속에서 문학이 어떻게 현실과 상호작용하며 시대의 진실을 담아내고자 했는지 보여준다. 광복 80주년, 설정식의 문학을 통해 잊힌 역사의 한 페이지를 함께 만나보기를 권한다.

차례

1부 희곡
중국은 어데로

2부 논평 및 대담
최근 미국 문단 일별
시와 장작
‘실사구시’의 시
기술의 ‘새벽길’
나의 시(1)
최정희, 허준, 설정식, 임학수 문학 방담의 기

3부 단편소설
오한
척사제조업자

4부 신문 연재소설
청춘
한류·난류

해설
설정식 문학의 다양성과 함의│서승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