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지평

해외 한국학자를 만나다: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

- University de Chi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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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Jooyeon Rhee)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

Q1. 한국학중앙연구원 온라인 소식지 독자들을 위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의 아시아학과와 비교문학과에서 한국문학과 문화를 가르치고 있는 이주연입니다. 학사 및 석·박사 학위는 캐나다의 요크 대학교에서 취득했으며, 캐나다, 이스라엘, 그리고 미국 등에서 교육과 연구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에서 6년간 머무르며 한국학진흥사업단의 지원으로 한국학과를 설치하고 운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2020년에는 한국학 센터를 설립하여 프로그램 개발에 힘쓰고 있습니다.


  저희 대학에는 다섯 분의 한국어 교수님과 두 분의 언어학 교수님이 계셔서 한국어교육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역사 및 문화콘텐츠 중심의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열의에 부응하고자 강의 개발, 문화 행사, 커뮤니티 행사, 한국 및 미국의 대학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대중문화 학회, 언어학 심포지움, 대중문학 세미나 등도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저의 주된 연구는 식민지 시기의 한국문학입니다. 초기에는 개화기 문학을 주로 다루다가 현재는 개화기부터 해방 전후까지의 대중소설을 중심으로, 서양 및 일본 문학과의 관계, 그리고 젠더, 계급, 인종 관점에서 한국 근대문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한류의 탄력을 받아 한국은 물론 아시아, 북미 및 유럽에서도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연구가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습니다만, 한국의 대중문학, 특히 전근대 및 식민지 시기의 대중문학, 문화에 대한 연구는 북미에서 아직 시작 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개화기부터 다루다 보니 조선 말기부터 근대로 넘어가는 시기가 무척 역동적이고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제 연구는 폭넓게 보자면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에 대한 접근인 동시에 젠더, 계급 및 인종 문제를 식민지 문학을 통해 확장해 나가는 연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단행본, 스페셜 이슈 저널, edited volumes, 논문,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문학 및 문화 비평 에세이 영문 번역 등의 출판을 해오고 있습니다.


  ☞ 이주연 교수(Prof. Jooyeon Rhee) 프로필 바로가기 -


Q2.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에서 해외한국학씨앗형사업을 처음 기획하시게 된 배경은 무엇이었나요? 당시 한국학에 대한 현지 수요나 학교 내 분위기는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2019년 가을 부임했을 당시, 한국어를 풀타임으로 가르치시는 선생님들이 이미 다섯 분 계셨습니다. 당시 갑자기 늘어난 수요로 인해 한국어 강의가 대거 늘어났다고 합니다. 다른 언어 프로그램에 비해 설치가 훨씬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한국어 부전공도 운영 중이었고요. 그러나 콘텐츠 강의는 아주 적었습니다.


  오랫동안 꾸준히 한국학을 발전해 온 북미의 큰 대학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콘텐츠 담당 교수 한두 명으로 한국학과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며, 저희 대학도 콘텐츠 담당은 제가 유일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한국어 이외에 역사, 문학, 영화, 대중문화 등에 대해 배우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의 수요에 부응하고자 여러 고민을 하다가 해외한국학씨앗형사업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목표가 있었지만 크게 세 가지 목표를 세웠습니다. 첫 번째는 강의를 늘리는 것이었는데, 저희 대학의 위성 대학들에서 가르치시는 교수님들과 협업하여 인터넷 강의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넷 강의를 하게 되면 펜실베니아에 흩어져 있는 여러 위성 캠퍼스에서 한국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되죠. 이 강의를 기획하고 나서 코로나가 시작되었으니 어찌 보면 시기가 좋았습니다. 대중문화와 미디어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는데 아주 호응이 좋았습니다.


  두 번째 목표는 한국어 부전공을 전공으로 만들어 언어 이외에 역사, 사회, 문화 전반에 대한 지식을 교육시키자는 것이었죠. 마지막 세 번째는 향후 한국학 학자가 되거나 한ㆍ미 양국 간의 정치, 문화, 경제 분야에서 활동할 차세대 인재들의 한국에 대한 학술적 관심을 충족시켜 주기 위해 다양한 연구 협업, 문화 행사, 직접적인 한국 경험 등을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학부생들과 대학원생들이 학업에 열중할 수 있도록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아시아 학과에서도 큰 격려와 도움을 받았습니다만, 이런 목표들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재정적 도움과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직접 총괄 지휘할 센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한국학진흥사업단의 도움을 받게 되어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실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Q3. 3. 한국학진흥사업단 글로벌 사업(2020년 해외한국학씨앗형사업 초기단계를 거쳐 2024년부터 발전단계 수행 중)을 수행하고 있으신데요, 연구책임자로서 초기단계부터 지금까지 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시면서 많은 성과가 있었자만, 그 중 소개하실 만한 주요 프로그램이나 활동을 말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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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 한국학 수업 설치
   펜실베니아 주립대 베렌드(Behrend) 캠퍼스에서 디지털 저널리즘을 가르치고 계신 강인규 교수님의 리더십으로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는 ‘Korean Communication and Media’라는 새로운 수업을 개발하여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수업을 시작으로, “한국 음식문화와 역사,” “케이팝을 넘어서” 등의 학부 수업과 “글로벌 한국문화 및 문학”이라는 대학원 수업도 개발하여 최근 가르치고 있습니다.


   한국학 전공자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기초연구가 튼튼해야 하는데, 저희 대학은 그 중에서도 역사학이 취약한 상태입니다만, 해외한국학씨앗형사업 발전단계 덕분에 올해부터 “근현대한국사,” “북한사,” “영화를 통해 배우는 한국사,” “세계사 안에서의 한국사” 등 학부 및 대학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역사 수업을 개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많은 교수님들이 공감하고 있는 바로서 요즘은 한류를 비롯, 다양한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한국학에 입문하는 학생들이 늘어났습니다. 대학원 학생들 가운데서도 한국문학과 영화, 디아스포라, 미술에 관심이 점차 높아져 가고 있는 가운데, 이 수업들을 통해서 훌륭한 차세대 학자, 교육자, 전문인력 등을 키워낼 수 있는 조건을 공고히 하게 되었습니다.

  ☞ Prof. Inkyu Kang in News “K-pop has 'conquered the whole world,' Behrend professor says”
  ☞ Courses and the Korean B.A Program, the Department of Asian Studies
  ☞ The Institute for Korean Studies


  나. 한국학 관련 학회 및 심포지엄
  1) 응용 언어학 심포지엄
   Penn State Institute for Korean Studies(펜스테이트 한국학 센터)는 2020년 가을에 설립되었으며, 언어학 학자분들의 협업으로 Annual Applied Linguistics Symposium을 4년째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이 심포지엄은 북미에서 한국어 중심의 언어학 심포지엄으로 굳건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 Annual Applied Linguistics Symposium


  2) 대중 서사와 미디어 학회
   한국의 연구 파트너인 성균관대학교와 함께 지난 몇 년간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학회와 세미나를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대중문화 연구는 북미에서도 이미 많이 진척된 분야이지만, 저희는 조선 후기, 식민지 시기, 전후 한국의 대중문학·영화·문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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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기의 대중문화 연구는 아직 활성화되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하지만 현대 대중문화가 어떤 역사적 조건에서 형성되고 변화되었는지를 좀 더 명확히 밝히기 위한 의도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참여 대상은 주로 한국과 북미의 교수진 및 대학원생들입니다. 제3차 학회는 2025년 7월, 한국연구원 신사옥에서 개최될 예정입니다. 북미, 한국, 일본, 덴마크 등지에서 중요하고 흥미로운 연구를 하는 학자들이 모여 함께 공부하고 미래의 협업을 기획함으로써 한국학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3) 그 밖의 학회 및 세미나
   올해는 교육학자이신 변수용 교수님의 리더십으로 ‘디아스포라와 디아스포라 교육’이라는 주제로 학회를 진행하였습니다. 북미와 한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의 교육에 대해 교육학에 계신 선생님들의 연구를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습니다. 디아스포라 연구는 제가 재일동포를 중심으로 다른 대학의 연구자들과 협업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디아스포라 관련 학회나 세미나를 지속적으로 기획해 보려 합니다.


   그 밖에 성균관대, 고려대, 연세대, 계명대, 경북대, 충남대, 조지 메이슨 대학, 와세다 대학 등 여러 대학의 교수진과 대학원생들을 모아 ‘한국 범죄서사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해방 전후, 한국전쟁 이후, 1970년대 경제개발 시기에 발표된 문학 작품과 영화 등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로서, 지난 4년간 세미나 멤버들과 함께 유럽 한국학회, 국제 범죄서사 학회 등에서 학술 발표를 해오고 있습니다. 현재는 성균관대와 저희 대학이 교수 및 대학원생 교환에 동의하여, 한국과 북미 간의 더욱 깊은 협업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 Research collaboration


  다. 한국어 전공 설치 및 한국학 전공 대학원생
  2019년 가을부터 기획한 한국어 전공 설치가 2021년부터 시행되었습니다. 이 역시 해외한국학씨앗형사업 초기단계의 큰 도움이 있었습니다. 전공 학생들과 교수들 간의 밀착형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으며, 한국어·한국문학·대중문화·영화 등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시아학과에는 아직 한국학을 전공으로 하는 석·박사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지는 않지만, 비교문학과, 여성/젠더/섹슈얼리티, 역사학과, 영문학과, 응용언어학과 등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들이 한국을 중심으로 아시아학과에서 제공하는 수업을 수강하고, 교수진과 함께 공부하며 ‘Dual Degree’, 즉 ‘복수 학위’를 취득할 수 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응용언어학, 한국문학, 한국영화, 대중문화를 공부하는 대학원생들이 꾸준히 늘어나, 현재는 석사 학생 2명, 박사 학생 약 8명이 저 그리고 수잔 스트라우스 교수와 함께 연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역사학 분야로도 대학원생들의 지원이 확대되지 않을까 예측하고 있습니다.


  라. 한국 언어 및 문화 체험
  1) 언어 연수 및 연구 체류
   2020년부터 해마다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이 장학금은 학생들이 한국에 언어 연수를 가거나 연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한 것입니다. 해외한국학씨앗형사업 발전단계 덕분에 장학금 규모를 대폭 늘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시기적으로도 대학원생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이 장학금은 학생들이 한국을 체험할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 Students’ Video contest


  2) 문화체험
   저희는 한글날을 맞아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을 초청하여 한글날을 기념함과 동시에 한국학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한국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으며 교수진과 학생들 간의 소통을 꾀하고, 대학원 진학이나 직장에서 근무 중인 졸업생들의 경험을 듣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또한 해마다 ‘한국 영화의 밤’을 개최하여, 우수한 한국 영화를 학생들과 함께 관람하고 토론하는 행사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크고 작은 문화 행사가 있습니다만,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행사는 바로 ‘Krazy About Korea’(KAK) 행사입니다.
   이 행사는 학생들과 교수님들이 함께 기획하며, 제기차기, 사진 찍기, 한복 입어보기, 한국 음식 체험 등을 기본으로 한국문화를 소개하고 학생들 간의 교류를 촉진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외에도 수준 높은 전통 한국음악 공연, 태권도 시범, 케이팝 커버댄스 공연 시범을 보입니다.
   ‘Krazy About Korea’(KAK)는 저희 대학에서 특정 국가 중심의 문화 행사로는 가장 큰 규모이며, 매년 500명 이상의 관객이 참석해 한국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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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Teaser Video
  ☞ 2024 EVENT Video
  ☞ 2023 EVENT Video


Q4. 현지에서 한국학 연구와 교육을 확장시키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으셨는지요? 혹시 직면하셨던 주요 장애물이 있었다면,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셨는지도 함께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주요 장애물은 별로 없었습니다만, 사업을 진행하면서 개인 연구자들이 겪은 어려움 중 한 가지는 전공자를 졸업시키기 위해 이미 맡은 고정 수업 이외에도 개인형 맞춤 수업을 많이 진행해야 했던 것이었습니다. 대학원생들 같은 경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학원 수업은 교수들에게 잘 주어지지 않는 관계로 개인형 맞춤 수업을 한 학기당 세 개나 했던 경험도 있습니다. 이 역시 한국학 교육을 확장해 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점차 나아지리라 생각됩니다. 특히, 해외한국학씨앗형사업 발전단계 덕분으로 이번 가을 학기부터 역사학자가 오시기 때문에 이러한 부담이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른 한 가지는 아마 세계 각지의 다른 대학들에서도 겪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만, 전공이나 수업을 설치하게 될 경우, 특히 저희 대학처럼 다른 캠퍼스들과 공유할 수업을 설치하게 되는 경우 검증 절차가 매우 복잡하거나 길다는 점입니다. 이럴 때는 각 분야의 스태프들에게 협조를 구하는 것이 가장 빨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차세대 한국학자들을 교육시키기 위해서는 아시아학과, 혹은 한국학 자체 내에서 학생들을 선발하여 교육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이런 시스템과 재정 능력, 그리고 인력 자원이 부족한 것이 크게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러나, 해외한국학씨앗형사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장학금으로 인해 학생들을 격려하고 학회 발표나 한국 체류 등의 기회를 줄 수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 이 학생들은 또한 여러가지 미국정부 및 한국정부 장학금에 지원하고 있으며, 학생들이 한국의 교수진, 대학원생들과 꾸준히 교류할 수 있도록 학회나 세미나 참여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Q5. 해외한국학씨앗형사업을 통해 다양한 교육 환경을 지원받은 현지 학생들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한데요. 혹 기억에 남는 학생의 피드백이나 인상 깊은 에피소드가 있으셨다면 공유 부탁드립니다.


  현지 학생들의 인종적, 국가적 배경이 실로 다양합니다. 보통 아시아계 학생들이 많습니다만, 최근에는 학생들의 배경이 점점 다양해지면서 수업의 다이내믹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 학생들에게 가끔 왜 한국역사나 문화에 대해 공부하느냐고 물을 때가 있는데, 물론 한류를 통해 한국에 관심을 가지게 된 학생들이 많습니다만, 어떠한 생활 조건에서 그런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도 중요하다는 것을 학생들에게서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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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를 들어, 몇 년 전 제 한국 문화사 수업에 어느 남매가 들어와 수업을 들었습니다. 처음엔 그들이 남매라는 것을 몰랐지요. 그런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 친구들이 학교와 약 40분 정도 떨어진 시골 동네에 사는데, 자기네 동네에는 한국인은 커녕 아시아인들도 없고, 한국인과 이야기 해 본 적도, 한국음식을 먹어본 적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소셜 미디어를 통해 케이팝과 드라마를 알게 된 거죠. 그래서 이 둘은 한국에 대해 공부를 해 보려고 함께 수업에 들어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의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진지함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남매 중 누나인 여학생은 장학금 등을 받아 한국에 가서 언어 연수를 하였고, 최근 졸업을 하여 미국의 한국계 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무척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또한 제 수업에 들어오는 한국 학생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대부분 미국에서 자란 교포 학생들로서, 제 수업을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는 피드백을 많이 듣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온 유학생들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학생들의 경우에는 한국에서 배운 지식과 경험을 수업 시간에 공유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또한 한국과 미국에서 배우는 한국역사나 문화의 차이를 느끼며 자신들의 사회에 대해 더욱 진지하고 깊이 있게 사고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피드백을 자주 듣습니다.


  말하기 대회라든지, 시 낭송 대회, 여러 가지 한국 관련 대회에 나가 상을 받는 훌륭한 학생들도 많지만, 그밖에 기억에 남는 학생들도 많이 있습니다. 가장 최근의 일입니다만, 해외한국학씨앗형사업의 일환으로 ‘한국 음식의 문화와 역사’라는 수업을 가르쳤는데, 학생들에게 음식 저널을 쓰라는 숙제를 내주었습니다. 학생들의 저널들을 읽으면서 학생 중 한 명이 먹는 것에 대해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사찰음식에 대해 배우면서 음식을 대하는 자세, 음식을 만드는 태도, 그리고 음식과 종교의 관계 등에 대해 성찰하게 되었고 건강한 식습관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는 것을 읽고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저 같은 교육자들에게 있어, 한국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자기성찰을 하고 긍정적인 미래를 생각하게 되었다는 학생을 보는 것만큼 기쁜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한국학 관련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무척 진지합니다. 그리고 자신들과 비슷한 관심거리를 가진 친구들도 학교에 많다 보니 교외 활동, 정보 교환 등도 잘하는 것 같고요. 이 학생들에게서 오히려 제가 새로운 트렌드에 대해 배우게 됩니다. 학생들의 이러한 활동이 한국학 강의 분위기를 더욱 활기차고 진지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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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udrey Maier, a Junior majoring in Korean and International Relations, won the First Place Award at the 2024 Online Korean Poetry Recitation Contest


Q6. 해외한국학사업을 추진하면서 꼭 이루고 싶은 장기적 목표나 바람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이 사업이 미국의 한국학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궁극적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오길 원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장기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역사학을 비롯, 사회학, 인류학 등의 연구와 교육을 이끌어갈 테뉴어 트렉의 한국학 학자를 두 명 정도 더 영입하는 것입니다. 현재 미국의 대학 사회가 아주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만, 한국학에 대한 열의는 지속되리라 생각됩니다. 한국학의 저변을 넓혀가려면 다양한 연구 주제를 다룰 수 있는 차세대 학자들에게 안정된 기반에서 학업에 열중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다양한 분야를 커버해 줄 수 있는 교수진의 확보가 필요합니다.


  또 하나는 저희 한국학 센터가 앞으로 더욱 한국과 밀접한 관계를 쌓아가면서 연구물을 축적하고 북미에서 중요한 한국학 센터로 발돋움하는 것입니다. 저희 센터가 지역 한국학 거점기관으로 성장하려면, 현재 진행하는 사업들을 꾸준히 지속시키고 방향성이 분명한 연구 주제로 더욱 깊은 연구를 진행해야 합니다. 곧 부임하실 역사학 교수님을 비롯, 프로젝트 공동참여 연구자분들과 더욱 심도 있는 논의를 하면서 이루어나가야 할 과제입니다.


Q7. 마지막으로, 온라인소식지 독자들과 국내·외 한국학 연구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본 사업을 지원해 주시는 한국학진흥사업단에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사업단의 비전과 지원을 통해 본 대학의 한국학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사업 신청부터 실행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꼼꼼하고 아낌없는 지원을 해 주시는 실무진 선생님들의 노고에 큰 감사를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국내·외 한국학 연구자들과 학생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한국학의 지평을 넓혀가기 위해서는 한국과 북미 간 다양한 형태의 꾸준한 교류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교류를 가능하게 해 주는 학과, 대학, 기관 등에서 학업 혹은 연구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