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플랫폼
과거시험은 공정했을까?
  한국학정보화실에는 다양한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 그 중 과거급제자 DB와 관련된 민원이 많은데, 미등재된 인물을 등재해 달라거나 등재된 인물의 정보가 사실과 다르니 수정을 요청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되도록 사실에 기반한 공신력 있는 자료를 근거로 삼아 보완 여부를 판단한다. 믿을 만한 자료가 있다면 수정하고, 의심스럽다면 본문은 그대로 두고 각주를 통해 관련 내용을 보충한다. 이러한 원칙을 지킴으로써 데이터의 신뢰성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과거 급제는 가문의 영광
   조상에 대한 관심은 단순한 호기심이나 가족애를 넘어서는 문화적 현상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혈통과 가문에 대한 인식이 깊어 자신의 뿌리를 찾고 선양하는 일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특히 조상의 과거급제 여부, 관직 이력 등은 가문의 전통과 명예를 상징하는 요소로 여겨진다. 어떤 민원인은 족보에 급제했다는 기록이 있으니 과거급제자 명단에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부족한 기록을 근거로 원 데이터를 함부로 수정할 수는 없다.
   과거급제는 개인과 가문의 운명을 바꾸는 일이었다. 수많은 선비가 오랜 시간 동안 경서를 외우고 공부하며 글을 익혀 과거시험에 도전했다. 과거시험의 합격자 명단은 방목(榜目)에 기록되었다. 방목은 국가가 주관한 시험에서 급제한 인물들의 이름, 본관 등의 개인정보와 가족관계 등을 기록한 명단이다. 문과(文科), 무과(武科), 음관(蔭官), 사마(司馬), 잡과(雜科)에 대한 방목이 있는데, 한국학자료통합플랫폼에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걸쳐 약 10만 명에 달하는 과거급제자의 정보를 DB로 구축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그림 1] 한국학자료통합플랫폼 - 한국의 과거 급제자 ☞ 누리집 바로가기
나름의 공정성을 유지한다는 믿음
   이처럼 전통 시대에 공직자를 과거라는 평가제도로 선발한 나라는 한국, 중국, 베트남뿐이었다. 귀족이 대를 이어 세습하는 사회보다는 더 나은 방식이 분명해 보인다. 조선시대 조극선(趙克善)의 일기인 『인재일록(忍齋日錄)』 및 『야곡일록(冶谷日錄)』에는 지방 선비들이 과거시험을 준비하는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그들에게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과거 급제였다. 공부 모임인 접(接)을 만들어 공동으로 시험을 준비했고, 시험 답안지인 명지(名紙)를 직접 재단해 만들어 두었으며 예상 시험문제에 따라 글을 지었다.

   하지만 열심히 준비한 과거가 완벽하게 공정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예상 답안지 만들어 두기, 시험지 바꿔치기, 채점자 매수하기, 합격자 이름 바꿔치기, 시험장 밖에서 작성한 답지 들여보내기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의 부정이 행해졌다. 이익(李瀷)의 『성호사설(星湖僿說)』, 박제가(朴齊家)의 『북학의(北學議)』, 한양의 풍물을 노래한 「한양가(漢陽歌)」에는 과거 시험장이 그야말로 난장판이었음을 보여준다.
   과거 시험장에 예상 답안지나 참고서를 들고 가는 책행담(冊行擔), 작성된 답지를 필사해 주는 서수(書手), 몸싸움으로 좋은 자리를 잡아주는 선접꾼(先接軍), 심지어 시험을 대신 치러주는 거벽(巨擘)도 있었다. 과거는 이상적인 인재 선발 방식이었지만, 실제 운영에서는 부정이 개입되는 일이 빈번했다. 그럼에도 과거제도가 무너지지 않았던 것은, 나름의 공정성을 유지했다는 믿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10만 명의 합격자 중에서 부정으로 합격한 자는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최근 공무원 채용 과정에서 많은 비리가 드러났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전·현직 직원의 자녀나 친인척 채용, 내부 위원으로만 구성된 시험위원, 면접 점수 조작 등 특혜 채용 문제는 공정성과 투명성이 필수인 공직 사회에 불신을 초래하는 심각한 문제다. 사회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부정을 저지르는 방식도 더 정교해지고 있다. 과거의 사례를 되돌아보면서, 국민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도록 공정한 채용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한국학자료통합플랫폼"은 국내외 기관의 한국학 자료를 통합검색할 수 있는 사이트입니다. 2025년 3월 현재 총 34개 기관, 101개 DB가 연계되어 있습니다. 한국학 학술행사, 채용공고 소식도 매일 업데이트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이용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