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아름드리

해외 한국학자를 만나다: 키르기스스탄 중앙아시아 한국대학교

-Korean Institute of Central Asia -

저자 사진
셀리쿨로바 미나라(Minara Serikulova)
중앙아시아 한국대학교

Q1. 한국학중앙연구원 온라인 소식지 독자들을 위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1991년 키르기스스탄이 구소련으로부터 독립된 후 동양학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여 키르기스스탄에서는 처음으로 ‘비슈케크 인문대학교(현 비슈케크국립대)’ 동양학 및 국제관계학부에 한국어학과가 설립되었습니다. 저는 비슈케크 인문대학교에서 한국어를 전공한 첫 번째로 졸업생이었고, 졸업 후인 1997년에는 한국 정부 초청 국비유학생으로 선발되어 CIS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서울대 대학원 언어학과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2005년 2월 서울대학교에서 박사학위 취득한 후 곧바로 키르기스스탄으로 귀국하였는데, 그 이유는 열악했던 키르기스스탄의 한국어 및 한국학의 발전을 위해 헌신해야겠다는 마음이 앞섰기 때문이었습니다. 귀국 직후인 2005년 3월부터 모교인 ‘비슈케크 인문대’ 한국학과 부교수로 임용이 되었습니다. 그 후 10년간 비슈케크 인문대 한국학과 교수로서 근무를 하였습니다.


  당시 체계적인 한국어 및 한국학 교육을 위해서는 전문적인 교육기관의 설립이 절실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한국에서의 8년간의 유학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2012년에 ‘키르기즈 한국대학(Kyrgyz Korean College: 전문대학)’을 설립하였고, 이어 2017년에는 ‘중앙아시아 한국대학(Korean Institute of Central Asia, 4년제 단과대학)’을 설립하였습니다. 중앙아시아 한국대학의 설립은 키르기즈 한국대학과 연계한 학부 과정의 한국학 특성화 대학의 설립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키르기즈 한국대학이 단기간에 이룩한 교육 성과는 매우 놀라운 편이며 특히, 슈콜라(초중고등학교)와 대학을 연결하는 한국어 특성화 교육기관으로서 키르기스스탄은 물론 중앙아시아 지역에서도 그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키르기즈 한국대학은 한국어학과와 한국어통역학과 외에 6개의 학과에서도 한국어를 부전공으로 배우고 있으며, 매년 신입생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2017년 설립한 중앙아시아 한국대학은 키르기스스탄 및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어 및 한국학의 질적인 발전을 목표로 설립된 대학으로서 향후 ‘지역학으로서의 한국학’이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교육 토대 구축 및 실질적인 교과과정의 정착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한편 2022년 9월 신학기부터 중앙아시아 한국대학 내에 대학원이 개설되었습니다. 한국어전공과 한국학전공 석사과정의 개설됨으로서 이제는 체계적으로 차세대 한국학 전문가를 육성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게 된 것입니다. 이후 최근 저는 2022년 6월부터 2년 동안 ‘중앙아시아 한국학교수협의회’의 차기 회장으로 선임이 되었습니다. 임기 동안 협의회의 임원진과 더불어 중앙아시아 지역 한국학 네트워크의 활성화와 ‘중앙아시아 한국학학술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입니다.


  또한 저는 한국과 키르기스스탄을 잇는 키르기스스탄 주요 인사의 한국어 통역을 담당한 바 있습니다. 2012년 6월에 키르기스스탄 ‘바바노프’ 총리 방한 시 통역을 하였고, 2013년 11월에는 키르기스스탄 ‘아탐바예브’ 대통령 한국 방한 시 정상회담 통역을 담당하였습니다. 2019년 7월 한국의 이낙연 총리 방한 시 키르기스스탄 ‘소론바이 제엔베코프’ 대통령 통역을 담당하였고, 2021년 4월에는 한국의 박병석 국회의장의 키르기스스탄 방문 시 키르기스스탄 국회의장 통역을 담당하는 등 한국과 키르기스스탄 양국의 적극적 교류를 위한 소정의 역할을 담당하였습니다. 이에 다양한 공로를 인정받아 저는 2021년 10월 제575돌 한글날 기념하여 한국 정부로부터 문화포장 전수받았고, 2021년 11월에는 키르기스스탄 교육부장관(쿠베셰프 볼로트벡)으로부터 키르기스스탄 한국어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감사장과 표창장을 수상하였습니다.


Q2. 현재 키르키스스탄에서는 K-pop, 드라마 등 한류 문화가 성장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키르키스스탄 내에서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나 인식은 어떠한가요?


  키르기스스탄 지역의 한류 열풍(Korean wave fever)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키르기스스탄 지역의 한류는 한국의 드라마, 영화가 그 선도적 역할을 하였고, 지금은 'K-POP', ‘K-뷰티’, ‘K-푸드’에 이르기까지 한류의 영역이 넓어지고 그 폭도 확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2011년 한국에서 방영된 드라마 '꽃보다 남자'는 키르기스스탄 지역에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키르기스스탄에서는 그 해에 “어떻게 하면 구준표와 결혼할 수 있는가?”라는 현지 영화가 제작되어 극장에서 상영되기까지 하였습니다. 키르기스스탄 지역 한류의 1단계는 한국 드라마, 영화, K-pop등 한국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전개가 되었고, 2단계는 화장품과 식료품 같은 소비재를 중심으로 자리매김하여 현재 상당한 경제적 파급 효과를 낳고 있으며, 3단계에 접어들어서는 한류가 한국이라는 전반적인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에 기여하기 시작했다고 보여집니다.


한국학 퀴즈대회

[그림 1] 한국학 퀴즈대회 사진 (중앙아시아 한국대학)


  최근의 한류는 한국현대사의 가장 역동적인 모습을 대변해 주는 주요한 창구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근래 키르기스스탄 지역의 한국어 및 한국학 학습자들은 인터넷을 활용하고 다양한 방송매체를 통해 최근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는 한류의 다양성과 변화상에 대해 상당한 이해에 도달해 있습니다. 나아가 한국어 및 한국학 학습자들은 한류뿐만 아니라, 한국의 정치, 경제, 역사, 문화 등 한국학의 다양한 분야에서 그 관심이 확대되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매우 고무적인 현상으로 평가됩니다. 그들은 한국학이라는 일종의 국가학문을 통해 미래지향적 세계관과 가치관을 구축해 가는 것은 물론, 새로운 인생의 활로를 찾는 기회로 삼으려 한다는 점에서 한국학 및 한류의 사회적 책임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제는 키르기스스탄 지역의 한류가 한국어 및 한국학의 학습 동기를 유발하고 촉진하고 있다는 단순 사실을 뛰어넘어, 최근에는 보다 풍부하고 다양해진 한류의 성과를 ‘한국학’이라는 학문으로 체계화해 나가야 한다는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Q3. 중앙아시아 한국대학은 2020년부터 한국학진흥사업단 해외한국학씨앗형 사업에 참여하며 “키르기스스탄 한국학 정착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및 표준 교과과정 개발 사업” 을 수행하고 있는데요. 현재까지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교육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1991년 구소련이 해체된 이후 본격적으로 전개된 키르기스스탄의 한국어 및 한국학교육은 대학을 비롯한 다양한 교육기관에서 진행이 되어 왔습니다. 그렇지만 그동안 한국어교육 중심으로 진행된 키르기스스탄 지역 대학교육 시스템의 한계, 그리고 기타 일반교육기관에서 진행된 기초한국어교육 중심의 메카니즘은 현실적으로 키르기스스탄 한국학(korean Studies)의 온전한 정착과 질적인 발전을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키르기스스탄 지역 한국학의 정착 및 발전을 위해 중앙아시아 한국대학은 2020년부터 해외한국학씨앗형사업(기초 단계) “키르기스스탄 한국학 정착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및 표준 교과과정 개발 사업”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고, 올해 3차년도 사업이 진행 중이며 2023년 5월에 본 사업이 종료가 됩니다. 본 사업의 기본 목표는 키르기스스탄 대학 한국학 교육의 바람직한 정착을 위한 기존 대학교육 현장의 누적된 문제점을 극복하는 한편, 한국학교육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실질적인 교육시스템의 개발에 두고 있습니다. 쉽지 않은 과제이지만 이를 위해서 교육 현장에 적합하게 적용하고 제도적으로 보완하여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표준 교과과정 개발을 순차적으로 진행해 가고 있습니다. 나아가 본 사업을 통해 현재 절대적으로 부족한 대학 한국학 교수요원 확보 및 차세대 한국학 전문가 육성 방안을 동시에 마련해 가는 것도 본 사업의 중요 목표 중의 하나입니다. 그리고 본 사업 추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대학 내 설립된 ‘한국학센터’를 중심축으로 하여 키르기스스탄의 한국학 교육 및 연구의 활성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가고 있습니다.


  또한 교육 현장에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우수한 한국학 교원 확보의 어려움입니다. 대학 자체의 자생력 부족에도 그 원인이 있지만 구소련시대와는 다른 체제 변화에 따른 타 직업 대비 교원의 경쟁력 약화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누적되어 온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본교에서는 2022년 9월부터 대학원 석사과정을 개설하였는데, 이같은 교육적 토대를 마련하기까지는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진흥사업단의 ‘해외한국학씨앗형 사업’의 지원이 절대적인 견인차 역할을 하였습니다. 또 다른 교육 현장의 어려움으로는 대학 교육과 연계되는 선행 교육기관인 슈콜라(초중고등학교) 교육의 질적인 하향세 경향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끌어안고 출발해야 하는 대학 교육 한계는 그 질적인 발전을 저해하는 근원적 요소로 작용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 외 구소련시기부터 이어진 경직된 교육제도 시스템은 대학의 자율성을 가로막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Q4. 한국학진흥사업단 해외한국학씨앗형 사업을 수행하시면서 앞으로 꼭 이루고 싶은 장기 목표나 바람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본교는 해외한국학씨앗형사업을 수행하며 대학의 한국학 교육 및 연구 시스템을 구축하는 큰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같은 도움은 본교에서 진행해 온 한국학 교육 및 연구 시스템을 키르기스스탄 전역에 확산 및 발전시켜가야 하는 ‘시대적 과제’와 연결됩니다. 본교는 기꺼이 이같은 책무를 담당해 가기를 원합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본교의 전반적인 상황은 ‘해외한국학’의 기초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에 앞으로 새롭게 발아한 새싹을 튼실하게 성장시켜 가기 위해서는 해외한국학씨앗형 사업의 ‘발전단계’의 지원이 절실한 편입니다.


  향후 본교는 중앙아시아 지역 대표적인 한국학 특성화 대학으로 발전시켜 갈 계획을 세워두고 있습니다. 해외한국학씨앗형 사업의 ‘발전단계’의 수행과 연계하여 종합대학교 승격을 해 갈 것이며, 그동안 구축해 온 굳건한 한국학의 토대 위에 ICT 분야, 의료 분야, 관광 분야, 뷰티 분야 등의 한국의 실용적인 선진 학문과의 융합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기여 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해외한국학의 새로운 틀을 마련해 가고자 합니다.


  ‘한국학’은 키르기스스탄의 국가발전과 사회발전을 이끌 수 있는 충분한 동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학문적 및 실용적 가치는 이미 ‘한류’를 통해 입증되었고,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독창성은 키르기스스탄 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 전역을 아우르는 ‘상생’의 원천이 될 수 있습니다. 본교는 더욱 확산되어 가고 있는 ‘한류’의 현실적·경제적 가치를 학문적으로 승화시키고, 한국과 키르기스스탄이 상호 발전하고 상생해 갈 수 있는 실용적인 산학시스템을 구축해 가려고 합니다.


Q5. 마지막으로, 한국과 키르키스스탄 양국의 한국학 연구를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키르기스스탄은 지역학으로서의 한국학에 대한 인식이 아직은 낮은 편입니다. 동양학으로서의 중국학이나 일본학에 대해 열세인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현재의 한국어 및 한국학의 인기는 일본학이나 중국학에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한국을 방문한 키르기스스탄의 주요 인사들은 한결같이 “한국이 이렇게 잘 사는지 몰랐다.”는 반응들입니다. 한편 북한이 미사일을 쏘아 올릴 때마다 곧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닌가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즉 한국을 대체로 좋아하지만 한국의 실상을 제대로 아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제는 한국정부 차원에서 ‘한국어 보급’을 기초로 한 ‘한국’과 ‘한국학’을 제대로 알리는 교육과 연구에 보다 집중해야 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키르기스스탄의 대학뿐만 아니라 슈콜라(초중고등학교)에도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갔으면 합니다. 이를 위해서 우선적으로 요청되는 문제는 바로 ‘한국학 교원 양성’의 문제입니다. 그동안 키르기스스탄의 한국학 발전을 위한 한국학중앙연구원(AKS)의 한국학진흥사업단과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원은 아주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르기스스탄의 현 상황은 상기 두 기관의 다양한 한국학 사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이것은 이 지역만이 가지는 한계 및 특수성에 기인한 것이기도 합니다. 향후 키르기스스탄의 맞춤형 연구 시스템을 제안해 봅니다. ‘한국학+한국의 선진적인 실용적 융합학문’의 연구 시스템은 학습자의 학습 동기를 더욱 배가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