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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송광사로 떠날 결심”

    방구석에서 떠나는 랜선 여행 열두 번째 이야기

   뚝 떨어진 기온에 시린 손을 서로 맞잡아 온기를 함께 나누고 싶은 시월이다.

   빨갛게 노랗게 비단길로 변해 가는 가을,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이 북미에서 개봉했다. 두 주인공이 처한 환경과 통하지 않는 언어 때문에 애달프게 속으로 삭이는 것을 보면 물에 잉크가 퍼지듯 서서히 주인공의 감정이 내게 물들어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의 ‘심장을 붕괴시킨다’라는 평처럼 담담하지만 긴 여운을 가져다준다. 영화의 주요 장면은 한국의 아름다운 곳을 여행하듯이 찍었다 한다. 특히 두 남녀가 범종과 법고를 사이에 두고 마침내 서로의 미묘한 마음을 보여주는 장면은 은은한 목탁 소리가 서로를 향한 심장 박동처럼, 낭랑한 독경 소리가 서로를 향한 세레나데처럼 들리는 듯하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하외마을 방문

[그림 1] <송광사 종고루에서 찍은 영화 ‘헤어질 결심’ 중 한 장면> (출처: 네이버 영화)


   이런 최고의 장면을 찍은 순천 송광사는 주변 조계산까지 모두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된 사찰로 보조국사 지눌을 비롯해 16명의 국사를 배출했고 전국 사찰 중에서 가장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특히 보조국사 지눌이 짚고 있던 지팡이를 꽂았더니 가지가 나고 잎이 피었다고 전해지는 8백 년 묵은 두 그루의 곱향나무가 명물이다. 그런데 최근 송광사는 계곡에 무허가 다리를 설치하고 해우소를 증축하며 데크를 세우는 등 문화재청 허가 없이 현상을 변경하는 무단 공사를 진행했다. ‘내가 그렇게 만만합니까’ 영화 <헤어질 결심> 속 대사가 맴돈다. 부디 협의가 잘 진행되어 송광사만이 간직한 한국 사찰의 아름다움이 후대에까지 잘 전해지기를 바란다.



   지금 송광사의 가을은 울긋불긋 단풍이 경내에 드리워 어서 이리 오라 손짓한다. 우리는 이제 송광사로 떠날 결심만 하면 된다. 연말을 앞두고 마무리가 필요한 시점, 바람이 이끄는 대로 그저 조계산 자락을 걷다 보면 복잡한 삶의 궤적들이 정리되지 않을까.


하회마을 기념관

[그림 2] <송광사 쌍향수(곱향나무)> (출처: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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