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리는 기록유산

변하고 있는 기록의 매체, 사진

성연심 사진
성연심
장서각 자료보존관리팀 보존처리 담당

사람들은 매순간 무언가를 생각하고 쓰고 만드는 행위를 한다. 그러한 행위들은 매체(media)를 통해 기록이 되고 기록이 모여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매체는 가운데 손가락을 의미하는 라틴어 ‘medius’에서 파생된 ‘medium’, 즉 between의 의미를 나타낸다. 표현하려는 것을 전달하는 재료를 의미하는 것이다.


아마도 가장 오래된 매체는 나무, 암석, 등껍질 등 일 것이다. 대나무를 쪼개 만든 죽간, 양의 껍질로 만든 양피지는 원재료를 가공한 좀 더 발전된 형태의 매체이다. 다만 위의 매체들은 무겁고 부피가 큰 문제가 있었다.

이후 기원전 105년 종이의 발명과 인쇄술의 발전은 모든 생활을 비약적으로 변화시켰다. 매체는 당대의 집약적인 기술과 보편화된 문화를 보여준다. 1839년 사진의 등장이 그렇다. 글자의 시대에서 이미지의 시대로 넘어가는 계기가 된다.


사진은 물체에서 반사된 빛의 화학반응을 이용하여 인화지에 찍어내는 기록방법이다. 초창기 사진의 기술은 빠른 시간에 이미지를 고정시키기 위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발전되었다. 다게레오타입(Daquerreotype), 캘로타입(Calotype), 콜로디온 습판법(Wet-collodion plate)으로 이어지는 기술이 드디어 롤필름으로 발전되게 된다. 다만, 생산과정에서 사용되는 요오드화 칼륨, 질산은, 갈릭산, 티오황산나트륨, 젤라틴 등 각각의 복잡한 화학반응들로 인해 사진은 고유한 손상유형이 나타나게 된다.

다양한 방식의 인화지 구조

그림1.다양한 방식의 인화지 구조

알부민 인화 손상(장서각 소장 ‘석주 이상룡’)

그림2. 알부민 인화 손상(장서각 소장 ‘석주 이상룡’)

콜로디온 인화 손상 (장서각 소장 ‘하와이 신부 천연희’)

그림3. 콜로디온 인화 손상 (장서각 소장 ‘하와이 신부 천연희’)

특히 습도, 온도, 대기오염, 빛 등 환경요소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 손상요인


1. 습도(Relative Humidity)

모든 타입의 사진은 고습과 저습의 환경 또는 습도의 변동에 민감하다. 고습한 환경은 사진에 있는 젤라틴을 끈적하게 만들어 물리적으로 취약하게 하고 나아가 이미지 손상으로 이어진다. 저습한 환경은 종이가 오그라들고 갈라지고 가장자리가 말리게 된다.


2. 온도

높은 온도는 손상 속도를 가속화시킨다. 특히 고온+고습한 환경은 질산은을 산화시켜 색이 바래진다. 또한 이미지 층과 두 번째 층 사이에 균류의 생장을 촉진시킨다. 한번 발현된 균은 사진을 손상시키지 않고는 제거가 불가능하다.

온도와 습도의 관계에서는 수분의 순환이 이어지기 때문에 사진을 보관하는 환경에서는 이것을 최소화하는 것이 최선의 보존방법이다. 온도는 가급적 낮을수록 좋고 습도는 20-30%Rh를 유지하되 변동 폭을 최소한 5% 이내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대기오염

사진에 영향을 미치는 대기오염은 강산성가스(oxidant gases), 대기 중의 부유 입자, 매연 등이다. 강산성가스는 화석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기체로 산화질소와 오존이 예이다. 특히 오존은 화학반응을 일으켜 사진의 색을 퇴화시킨다. 또한 대기 중에 떠다니는 이산화황이나 이산화질소 같은 부유 입자는 공기 중의 수분과 만나 황산과 질산을 만들고 이것들은 사진의 색상과 구조를 파괴시킨다. 따라서 고성능필터를 장착한 공기정화시스템을 운영하고 정기적으로 공기질측정을 하며 공기가 정체된 곳이 없는지 점검하여야 한다.


4. 빛

사진은 모든 빛에 매우 취약하다. 전시를 위해서는 가급적 복제본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주로 가시광선(400-500nm)범위와 자외선(300-400nm)범위에서 손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UV차단필터를 사용한 30-100 lux의 환경이 가장 적절하다.


◈ 보관방법


그림4. (좌) 매팅 (우)중성파일

그림4. (좌) 매팅 (우)중성파일

가장 좋은 방법은 각각 매팅하여 보관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엄청난 비용과 제작 시간, 보관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진 전용 중성파일에 넣어 상자에 보관하는 것이 여러 측면에서 효율적이다. 상자는 온·습도 변동폭을 감소시켜 주고, 빛과 오염물질을 차단시켜주기 때문이다.

장서각에서 기증·기탁을 통해 관리하고 있는 유물의 종류도 점차 카세트테이프, 유리원판, 필름, 사진 등으로 다양한 기록매체의 변화를 느끼고 있다. 그 중에서 사진류는 약 500점 정도이다. 비율로는 0.2%에 그치지만 손상의 가속화가 종이유물보다 빠르기 때문에 주의 깊게 다루어야하는 대상이다.

더 이상 한 장의 사진으로 어린 시절의 모습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시대는 지나갔지만 그렇기 때문에 한 장의 사진이 갖은 의미에 대해 꽤 오랫동안 고민할 것 같다.



이미지 출처
그림1. http://ecih.org.online.fr/photo-deterioration.html
그림4. https://www.universityproduc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