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연 사람들

한중연과 다양한 수준에서 활발하게 교류하여 든든한 동반자가 되길 바랍니다

민들레 홀씨처럼 한국학대학원 인재들이 여러 곳에 정착하여 한국학 관련 사업을 하며 만나고 다시 교류가 시작된다. 한반도의 중심부에서 한국학 교류를 위해 열정을 쏟고 있는 충남역사문화연구원 이상균 부장을 만나보았다.


이상균 부장 사진

지금 하시는 일을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저는 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은 2004년에 충청남도 역사문화를 총체적으로 연구하기 위해서 설립된 충청남도의 출연연구기관입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인류학을 전공하면서 지역연구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마침 충남역사문화연구원에서 운영하는 충남역사박물관에서 충청남도와 첫 인연을 맺게 되었네요.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정부 부처의 특성에 맞는 정책연구를 추진하는 것처럼,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은 충청남도의 역사문화 정책을 개발하고, 매장문화재 발굴, 1차 사료 및 유물 수집, 사료 연구 및 박물관 운영 등을 통해 대중들이 충남의 특성화된 역사문화를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활용하는 일까지 하고 있습니다.


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에 대해 좀더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경기도가 운영하는 경기문화재단이 문화재 발굴업무부터 박물관 운영 등 종합적인 일을 하고 있는데,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이 기금을 운영해 문화예술 분야를 활성화 시키는 역할을 제외하고는 하는 일이 경기문화재단과 유사합니다.

2015년부터 충청권에서는 기호유교문화를 조명하여 유교문화에 대한 균형 잡힌 인식개선과 기호유교문화를 활용한 지역개발 정책을 적극적으로 수립해 왔는데, 저는 한중연에서의 문중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충청유교문화권에 대한 연구 사업들을 주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충남 논산에 건립되고 있는 ‘한국유교문화진흥원’ 개원 준비단을 맡아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16명 정도로 구성된 준비단은 내년에 준공될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이 지속가능한 기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비전과 전략목표 등을 구축하는 일부터 다양한 연구 사업을 제안하고 수행하는 등의 역할을 종합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설과 기관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준비하는 일을 맡고 있어서 부담도 크지만,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도전적이고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학대학원에서 인류학을 전공했다고 들었습니다. 대학원에 관한 추억이 있으신가요?


2004년 4월 기숙사에서

2004년 4월 기숙사에서

제1회 국제학생페스티벌

제1회 국제학생페스티벌(2007)

학부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면서 한국전통문화에 대한 연구를 꼭 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는데, 한중연은 그러한 갈증을 해결해 준 곳이라서 제 인생에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곳입니다.

개인적으로 한중연에 대한 추억이 무척 많은 것 같아요. 한국학대학원 입학 동기들은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전공은 달라도 함께 교류하면서 자연스럽게 학제간 연구가 되었던 것 같아요. 또 해외에서 유학 온 학생들과 어울리면서 자연스럽게 다문화를 경험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중국 연변에서 온 주상길 선생, 베트남에서 온 도훙만 선생, 인도에서 온 산토쉬 선생, 일본에서 온 아라키 선생 등 많은 외국인 연구자들을 만났고, 먼저 세상을 등지신 주상길 선생님을 제외하고는 최근까지도 그때 인연을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북경 중앙민족대학 교류_복건성 종족 현장조사(2011.9))

북경 중앙민족대학 교류_복건성 종족 현장조사(2011.9)

한국학대학원에는 감사한 일들이 참 많습니다. 인류학을 전공하면서 저는 한국의 종중과 종중재산에 대한 역사인류학적인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당시 비교문화적 관점에서 중국사회의 종족과 관련된 연구를 해보고 싶어서 한국학대학원과 국제교류 협력관계를 맺고 있었던 중국 대련외국어대학교에 1년간 교류생으로 갔다 왔고, 다시 1년간 한중연의 지원으로 중국 북경 중앙민족대학교에서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이렇게 소중한 국외 학술경험을 가능케 해 준 한중연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당시 중국에서의 경험과 해외에서 온 유학생들과의 만남은 현재 충남역사문화연구원에서 국제 교류를 추진하는데 밑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빠뜨릴 수 없는 것이 한중연에서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게 된 것입니다 ^^



충남역사문화연구원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까?


충남역사문화연구원과의 인연은 우연히 시작되었습니다. 대학원에서 만난 소중한 사람과 결혼한 후 양가의 집안사정 등으로 생활 형편이 좋지 않아서 박사논문을 끝내기 전에 인류학과 관련있는 취업분야를 열심히 찾았죠. 첫 번째로 도전한 것이 국립민속박물관 공채였고, 여기서 미끄러지고, 두 번째로 충남역사박물관 공채에 도전하였습니다.

원래 저는 대학 입학 전까지 19년 정도 부산에 살면서 교육을 받았어요. 서울대 입학 후부터 한중연 대학원 다닐 때까지 한 20년은 서울과 경기도에서 생활한 게 전부였는데, 충청도에 정착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충청유교국제포럼(2020. 11)

충청유교국제포럼(2020. 11)

연고가 없는 곳이지만, 연구원에서 생활하면서 별로 불편한 것은 없어요. 서울 경기도를 제외하고는 지방사회의 색깔이 있어서 영남이나 호남은 타지사람들이 정착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하는데, 충청도는 타지 사람들에 대해서 상당한 포용력이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역사적으로 충청도는 서해안을 통해서 불교, 유교, 천주교 등 다양한 문명이 들어와 융화되었던 곳이기도 하고, 영호남의 중간 관문 역할을 하면서 서울과 가깝게 교류하던 곳이라서 그런지 충청도는 상당히 외부에 개방적이라는 생각이 들며, 그것이 충청도의 힘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학대학원 경험이 역사문화연구원에서 근무하실 때 도움이 되는 점이 있습니까?


한국학대학원 재학시절 문옥표 교수님과 양영균 교수님의 학문적인 열정과 현장에서의 인류학적 방법론에 대한 엄격한 훈련이 현재의 연구사업을 설계하고 추진하는데 가장 큰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한중연이 교육부 산하 출연기관으로 교육부, 국회, 정부여당 등의 영향관계 속에서 기관의 의사결정이 진행되는 것처럼 광역지자체 연구원도 도청, 도의회와 지역사회와의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사업이 설계되고 추진됩니다. 물론 기관 성과에 대한 공유와 확산도 마찬가지로 요구되고요. 한중연에서의 경험과 훈련은 지역사회의 다양한 주체들을 객관화시켜서 수요를 분석하고, 전략을 세우고, 또, 공감대를 만들어내는데 굉장히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앞서 언급하였지만, 한국학대학원에서 만났던 많은 외국인 학생들은 고국으로 복귀해서 대학 교수를 비롯해서 연구계통으로 진출해 있습니다. 우리 연구원에서 국제교류를 추진하면서 한국학대학원에서 만난 인연이 국제 네트워크 구축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베트남 사회과학원-동북아연구원 협약(2018. 4)

베트남 사회과학원-동북아연구원 협약(2018. 4)

제가 연구원에 입사한 후 한국유교문화진흥원 준비 업무를 추진하면서 2016년부터 본격적인 국제 연구 네트워크 구축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는데, 현재 중국 3개 기관, 베트남 3개 기관, 대만 1개 기관 등과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2018년 베트남 기관과의 교류를 추진하면서 한중연 사회학과 출신인 응웬티탐 선생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티탐 박사는 베트남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원 한국학연구소장직을 맡고 있어서 충남역사문화연구원과 동북아연구원과의 국제협약 체결 뿐만 아니라, 철학원, 한놈연구원과도 국제협약을 체결하고 상호 교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죠. 중국이나 일본 쪽도 마찬가지로 한국학대학원 출신 학자들과 교류를 이어가고 있어요.



현재 유교문화진흥원 출범을 진두지휘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기관인가요?


충청남도에서는 기호유교문화에 재조명을 통해서 지역개발과 더불어 유교문화 연구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크게 2가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나가 충청유교문화권 광역관광개발사업으로 전체 사업비 7,947억이 집행될 예정입니다. 두 번째가 기호유교문화유산에 대한 연구와 함께 한국유교문화의 현대적 가치를 발굴하고 확산하기 위한 핵심연구센터 조성인데, 그것이 바로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건립사업은 280억 규모로 작년 5월 착공하여 내년 9월을 목표로 한창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한국유교문화진흥원 조감도

한국유교문화진흥원 조감도

마침 연구원에서 저는 2015년부터 충청유교문화권 광역관광개발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역할과 함께 2016년에는 한국유교문화진흥원 관리운영 계획을 수립하는 일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현재 한국유교문화진흥원 개원 실무 책임자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충청남도에서는 경상북도에서 운영하는 한국국학진흥원과 마찬가지로, 별도 출연 재단법인으로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관을 준비하는 일은 인프라 조성에서부터 콘텐츠 조성, 그리고 기관의 미래비전과 전략구축을 통한 성장동력 마련 등 할 일이 너무 많을 뿐만 아니라 복합적입니다. 그나마 2년 이상 문체부와 기재부를 설득해서 다행히 한국국학진흥원과 마찬가지로 충청권 국학진흥예산을 올해부터 10억을 집행하고 있고, 내년에는 본예산 22억이 확정되었습니다. 기관 설립 전에 국비사업을 사전에 확보하고 있어서 여건이 그나마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건물만 세우는게 능사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한 기반을 만들어 가는 것이 무엇보다 지방사회에서는 중요한 문제인데 일단 경영의 관점에서 기반을 마련한 셈이죠.

현재 충남의 논산 노성면에 건립 중인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은 전국에 산재한 유교문화유산을 보전․연구․활용하기 위한 연구와 함께 한국유교문화의 현대적 가치를 국제적으로 확산하기 위한 사업, 대전 과학인프라를 활용하여 유교문화 디지털 콘텐츠 개발하고 대국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사업 등을 추진하게 됩니다. 또한, 한옥연수원이 있어서 한국유교문화에 대한 교육과 연수의 장으로도 활용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독자 또는 한국학대학원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메세지가 있으실까요?


현재 함께 준비하고 있는 기관 중에는 한국학대학원 출신이 좀 많은 편입니다. 아무래도 한중연이 한국학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 같은데요, 향후에 한국유교문화진흥원에 좋은 인재가 많이 모여야 기관이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한국학대학원생들의 많은 관심을 이 자리를 통해서 부탁드리고 싶네요.


올해 한국학중앙연구원과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이 7월에 함께 학술교류협약을 체결하였고, 그것을 계기로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의 고문서 번역 사업을 현재 한중연에서 수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유교문화진흥원 개원 이후에는 한중연과 다양한 수준에서 활발하게 교류하여 든든한 동반자가 되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