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아름드리

해외한국학자를 만나다

임소진 사진
임소진
센트럴랭커셔대학교 교수

Q. 온라인 소식지 독자를 위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영국 북잉글랜드에 위치한 센트럴랭커셔대학교 한국학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임소진 교수입니다. 현재 저희 대학 북한학 석사과정 학과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올해 선정된 해외한국학 중핵대학 육성사업 사업단장이기도 합니다.


Q. 영국은 개화기때부터 한국과 끊임없이 교류를 이어나간 국가 중 하나입니다. 현재 영국에서의 한국에 대한 인지도 혹은 한국학에 대한 연구경향은 어떤가요?


현재 영국내에서 한국에 대한 인지도는 한류의 영향으로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북한의 김정은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영국 미디어의 지속적인 보도로 인해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역학관계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국학 역시 이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입니다.

얼마전까지 영국내 한국학 전공 과정이 개설된 대학은 저희 센트럴랭커셔대학교와 런던대 SOAS, 그리고 쉐필드대학교 이렇게 세 곳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재작년에는 코벤트리대학교가, 작년에는 에딘버러대학교가 해외한국학 씨앗형 사업에 선정되면서 한국학센터를 신설하였고, 같은 해 요크세인트존스대학교에서도 TESOL-한국어 과정을 개설하면서 2020년 현재 총 여섯개 대학에서 한국학 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한국어 또는 한국 역사, 남북관계 등을 교양 과목으로 선정하는 대학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규모면에서는 저희 대학교의 경우, 해마다 100명 이상의 한국학 학부 신입생을 유치하면서 영국내에서는 현재 가장 큰 규모의 한국학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영국내 한국학 연구 경향은 일본학 및 중국학 등 다른 지역학과 마찬가지로, 초반에는 언어 및 역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가, 경제, 사회, 정치뿐 아니라 남북관계 및 국제관계 등의 다양한 분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며, 최근의 한류 열풍과 함께 K-Pop 및 한국 영화에 대한 연구도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Q. 공적개발원조(ODA)와 관련한 분야를 연구하셨는데, 영국에서의 한국학 저변확대와 결합시켜 본 사업 및 관련 연구를 기획하시게된 계기가 있었나요?


개발원조 및 국가발전을 한국학과 연계하게 된 계기는 제 전공 분야와 관련이 있습니다. 저는 영국 맨체스터대학교에서 원조효과성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전공을 살려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한국수출입은행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부서에서 근무를 하였습니다. 이 두 원조기관에서의 근무는 한국의 수원 경험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있는 계기가 되었고, 공여국으로서의 한국 정부와 관련된 연구를 추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루어진 한국 사례를 중심으로 한 연구 실적과 공여기관에서의 실무경험은 현재 제가 한국학 교수로서 임용될 수 있었던 주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희 대학에 임용된 직후, 당시 학장님은 저의 전공 지식과 실무경험이 한국학 학부과정에 반영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시기도 했으니까요.

따라서 저는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부문에서의 발전 경험을 강의에 반영하였고, 특히 북한학 석사과정을 운영하게 되면서 기존의 안보 중심의 커리큘럼을 정치, 경제, 평화, 환경, 식량안보, 보건 등의 주제를 모두 아우르는 ‘지속가능 발전’ 중심의 석사과정으로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저희 대학의 한국학 박사과정은 인류학, 사회학, 국제관계학, 정치경제학 및 개발학을 바탕으로 한 다제적 학문과정으로 재구성하게 되었으며, 다양한 분야로의 한국학 저변 확대의 노력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저는 동료 교수들과 다양한 분야에서의 한국학 연구 주제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이를 본 사업에 적용하게 되었습니다.

Q. 영국 센트럴랭커셔 대학에는 2013년 한국학과가 설립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후 10년이 안되는 기간동안 규모면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하였다고 알고 있는데, 그 원동력이 어디에서 온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영국내에서의 한국학에 대한 전반적인 인지도 및 연구 경향 등과 비교하였을 때 센트럴랭커셔가 가진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희 대학의 한국학 과정은 지난 6년간 약 11배 정도의 규모의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이러한 성장의 배경은 크게 내부 요인과 외부 요인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외부 요인으로는 아무래도 한류 열풍이 가장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학부 입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K-Pop을 통해 스스로 한국어를 공부하다 한국학 전공을 결심하고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들 수가 점차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고, 한국 음식 및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것도 K-Pop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한 최근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학부 졸업 후 저희 대학의 북한학 석사과정을 이수하겠다는 장기 목표를 가지고 입학하는 학부생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사진 1. 한반도 미래 전문가 간담회

사진 1. 한반도 미래 전문가 간담회

사진 2. 코리아코너 개관식

사진 2. 코리아코너 개관식(출처 : 센트럴랭커셔대학교 홍보팀)

내부 요인으로는 무엇보다도 저희 대학 한국학에 몸담고 계시는 교수님들의 한국학 발전을 위한 열정과 노력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앞에서 언급한 입학생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대학 사전 방문시 저희 교수진의 열정과 전문성, 그리고 언어 및 비언어 (사회과학) 과목의 적절한 구성으로 이루어진 커리큘럼이 저희 대학에 지원하게 된 주요 이유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나아가 동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학생들 사이에서 한국학연구소의 국제학술대회 및 전문가 간담회, 문화행사 및 버디 프로그램, 토픽 (TOPIK) 시험 시험장 운영 등이 저희 대학 한국학의 강점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저희 한국학연구소는 유럽내 사회과학 분야 한국학 워크샵, 국제 한국학 학술대회,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전문가 간담회 등을 개최하여 한국학 전공생들이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짐으로써 새로운 내용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진 1 참고). 또한 저희는 한국교류재단이 지원하는 소규모 한국학 도서관인 ‘코리아코너 (Korea Corner)’를 유치하여 저희 대학 중앙도서관에 개관하기도 하였습니다 (사진 2 참고). 코리아코너에서는 한국(남북한 모두 포함)과 관련된 총 1,050부의 국영문 도서와 3,000부의 시청각 자료를 대여 및 열람할 수 있으며, 해마다 지속적인 도서 지원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코리아코너 개관은 BBC 지역방송에 보도되기도 하였습니다.

저희 한국학연구소가 한국어 능력시험인 토픽 시험장을 운영하게 되면서 영국에서는 런던과 저희 대학 두곳에서 시험을 볼 수 있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많은 학생들이 저희 대학의 한국학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코리아코너에는 영국에서는 구입이 어려운 토픽 교재들이 구비되어 있기도 합니다.

사진 3.랭커셔 코리아 페스티벌

사진 3. 랭커셔 코리아 페스티벌(출처 : 센트럴랭커셔대학교)

그 외에도 한국에서 온 교환학생과 저희 한국학 학생들 간 버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주영국한국문화원의 지원으로 한국 문학의 밤을 정기적으로 개최하여 한국학 전공생 뿐 아니라 한국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한국 문학에 대해 토론하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또한 ‘랭커셔 코리아 페스티벌’과 같은 행사는 학생들이 저희 대학 한국학 과정을 선택할 때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사진 3 참고).

이러한 저희 한국학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강점은 지속적으로 저희 한국학 과정의 인지도 상승에 기여해왔고, 최근 해외한국학 중핵대학 육성사업에 선정되면서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중핵대학 육성사업은 시기적으로 영국이 여러가지로 어려운 상황에서 선정된 사업이라서 기여도 및 중요성이 그 어느때보다도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다음 질문의 대답에서 이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Q. 올해 해외한국학 중핵대학 육성사업에 선정되셨는데 5년동안 꼭 이루고 싶은 목표 혹은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서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현재 저희 대학의 한국학 학부과정은 영국내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비교하여, 대학원 과정은 상대적으로 매우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희의 한국학 석박사과정은 2014년 한국학연구소가 설립되면서 함께 시작되었는데, 그동안 한국학 학부과정 발전에 집중하였기 때문에 대학원 과정은 아직까지 많은 발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더구나 영국의 브렉시트가 결정되면서 그동안 영국 학생들과 같은 수준의 학비를 내던 유럽 학생들이 이제는 국제학생으로 분류되어 석사과정은 두배, 박사과정은 세배에 달하는 등록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영국내 한국학 과정은 영국 학생들로 제한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에 따라 한국학 규모의 축소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또한 EU에서 지원하던 많은 연구비를 영국 대학들은 지원할 수 없게 되면서 한국학 관련 연구비 지원의 기회도 현저하게 감소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COVID-19까지 발생하면서 자국 학생들의 대학원 진출을 위한 경제 상황도 더욱 어렵게 된 것이 현실입니다.

대학원 과정은 한국한 전공 학부생들의 전문성 강화의 기회를 제공하는 면에서도 중요하지만, 영국내 한국학의 질적 발전을 위한 지속가능한 연구 환경을 조성한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시기적으로 여러가지 난제가 겹친 상황에서 저희 대학은 올해 해외한국학 중핵대학 육성사업에 선정되어 향후 5년간 총 41명을 위한 석사생 장학금과 4명을 위한 박사과정 장학금을 지원할 수 있게 되면서, 저희 대학의 한국학 대학원 과정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게 되어습니다. 이는 지역 신문에도 크게 보도된 바 있습니다 (랭커셔 포스트지 : https://www.lep.co.uk/education/uclan-scoops-mega-grant-road-becoming-world-leading-authority-all-things-korean-2888645). 저희 북한학 석사과정 장학사업은 주북한영국대사님은 트위터를 통해 이를 널리 홍보해주기도 하였습니다.

장학사업을 통해 BBC 기자 및 영국 상공부 공무원 세명은 저희 북한학 석사과정에 등록하여 남북한 관계에 대한 전문성을 개발하고 싶다는 의사를 보이기도 하였고, 장학금 지원 마감 이후에도 한국학 박사과정 지원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등 긍정적 효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장학금 지원자들의 수준이 매우 높았고, 경쟁률도 높아서, 최종 수혜자를 선정하는 과정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앞으로 저희는 이러한 단기적 효과보다도 졸업생들이 이후 실질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에 대한 전문가로 활동나는 외연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저희는 연구와 교육의 질적 강화를 통해 한국학 선도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좀 더 장기적으로는 유럽 내 한국학 연구 허브(Hub) 기관으로서 발전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Q. 비록 서면을 통한 인터뷰지만, 성실하게 답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국과 영국의 한국학 연구를 위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한국과 영국간 연구 교류에 있어서 가장 큰 장애는 물리적 거리와 이에 따르는 높은 비용입니다. 따라서 한-영 연구자 교류를 위한 별도의 지원 기금이 마련되어 연구 교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면 실질적으로 다양한 논의와 연구 결과를 기대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