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포럼
아카이브와 식민주의 연구
필자는 2014년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의 학술연구사업 <경성제대 컬렉션 및 근대 기록문화재 보존관리 사업>에 참여한 적이 있다. ‘경성제대 컬렉션’은 경성제국대학 부속도서관(京城帝國大學 附屬圖書館)이 수집한 자료군으로, 현재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고문헌실에 소장되어 있다. 1926년에 설립된 경성제대는 일본이 설립한 9곳의 제국대학 중 하나로, 중앙도서관인 부속도서관은 대학 설립과 거의 동시에 설치되었다.
경성제대 부속도서관은 식민지 조선에 설립된 도서관 중 장서 보유량이 가장 많은 도서관이었다. 1937년 3월을 기준으로 부속도서관은 449,833건의 장서를 보유하였는데, 이는 같은 시기에 199,032건을 보유한 조선총독부도서관이나 145,727건을 보유한 철도도서관(구 만철경성도서관), 그리고 다른 부립 및 사립전문학교 도서관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양이었다. 또 일본 국내 및 일본의 식민지 전체에서 보더라도 교토제대(京都帝大) 부속도서관, 도쿄제대(東京帝大) 부속도서관, 제국도서관, 규슈제대(九州帝大) 부속도서관에 이어 장서 수가 다섯 번째로 많았다.1)
도서관명 |
설립연도 |
성격 |
장서수 |
총 열람인원(1년) |
---|---|---|---|---|
京都帝國大學 附屬圖書館 |
1899 |
제대 부설 |
1,138,878 |
25,262 |
東京帝國大學 附屬圖書館 |
1892 |
제대 부설 |
1,038,414 |
993,561 |
帝國圖書館 |
1872 |
관립 |
847,676 |
436,700 |
九州帝國大學 附屬圖書館 |
1925 |
제대 부설 |
566,542 |
32,514 |
京城帝國大學 附屬圖書館 |
1926 |
제대 부설 |
449,833 |
30,104 |
일본 국내 및 식민지 주요 도서관의 장서 보유량(1937.3월 현재)2)
필자가 참여한 연구팀은 경성제대 부속도서관 컬렉션 중 일부 분야(군사, 식민, 산업ㆍ수산업, 지지, 인류학ㆍ인종학, 종교, 윤리학, 구비전승, 교육)를 선별하여 장서를 세부적으로 분류하고 주제 분석을 시도하여 부속도서관 컬렉션의 성격과 자료 활용성을 탐색하였다. 자료 접근과 분석을 진행하면서 이 컬렉션에 수록된 장서를 통해 일본 식민주의의 성격을 이론화하고 식민지 간 비교연구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대에 일본이 아시아와 식민지를 대상으로 양산한 자료, 각 식민통치 지역에서 생산한 자료, 나아가 당대 서양에서 입수하고 번역한 방대한 자료들이 제국대학의 도서관을 통해 일본 식민주의의 통치 메커니즘을 구성하고 구현하였다. 또 근래 몇 십 년 동안 식민주의 연구는 크게 확장되었지만, 식민지 조선을 훨씬 더 넓은 틀에서 파악하는 시도는 여전히 필요하다. 앞으로 이 아카이브가 식민주의 연구의 또 다른 패러다임을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
1)진필수, 「도서목록과 도서원부」, 진필수 엮음, 『경성제국대학 부속도서관 장서의 성격과 활용-식민주의와 총동원체제』, 2017, 15~21쪽.
2)天野敬太郞ㆍ森淸 共編, 『圖書館總覽: 昭和十三年版』, 靑年圖書館員聯盟, 1938, 42-129; 진필수, 「도서목록과 도서원부」, 진필수 엮음, 『경성제국대학 부속도서관 장서의 성격과 활용-식민주의와 총동원체제』, 2017, 20쪽에서 재인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