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리는 기록유산

문헌기록으로 알아본 안료 - <1>

적색안료

김예인 사진
김예인
장서각 자료보존관리팀 부전문위원

안료(顔料)란, 유채색의 미세한 물질로 전색제(展色劑)를 사용하여 지지체에 고착 또는 착색되어지는 물질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신라시대에 광물질 안료가 서역과 중국에서 수입되어 사용되었다고 하나 안료를 다룬 고문헌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조선왕조실록 (朝鮮王朝實錄)』, 『의궤(懿軌)』등 조선시대 문헌기록을 이용하여 적색안료에 대해 조사하였다.


1. 진사 (Cinnabar)

진사 (Cinnabar)

진사 (Cinnabar)

수은 황화물(HgS)로 구성된 광물로서 수은을 정제하여 제조된 안료를 주사(朱砂)·단사(丹砂)·홍토(紅土)·주홍(朱紅)·번주홍(燔朱紅)이라 한다. 이 광물은 국내 산출이 미미했기 때문에 수입에 의존한 안료 중 하나로 알려져 있으나, 『세종실록』 세종29년(1447) ‘전라도 용담(龍潭)에서 수은석(水銀石)을 채취하였다’, 『임원경제지』등 일부 문헌에는 ‘충청도, 전라도 지역 및 함경도, 황해도 지역에서 산출되었다’는 라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당주홍(唐朱紅)은 근당 5냥, 번주홍은 근당 1전2푼에 불과했다. 값으로 비교하자면 번주홍이 당주홍의 약 ¼가량의 가격이다. 번주홍의 국내 산출량이 결코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수입되는 당주홍보다 훨씬 저렴했으며,『연행기사(燕行記事)』, 『문견잡기(聞見雜記)』의 내용 중 ‘자금성과 능묘의 곡장(曲墻)은 모두 붉은 흙으로 발랐는데, 저들은 이를 홍토라고 한다. 그 품질이 우리나라 번주홍보다 나으나 곳에 따라 모두 좋고 나쁜 것이 있어 또한 각각 같지 않다고 한다’라는 구절을 통해 국내산은 중국산보다 다소 품질이 떨어져 수입에 의존한 것으로 추측된다.

『성호사설 인사문 홍의』에는 ‘화가의 단채는 왜에서 사온 것이며 불에 사르면 수은이 되니 이것은 분명히 단사로 만든 것이다’을 보아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수입하였으며, 수은을 정제하여 만들어 회화에도 사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2. 석간주 (石間硃)

석간주 (石間硃)

석간주 (石間硃)

울릉도 석간주

울릉도 석간주

주사(朱砂)

주사(朱砂)

산화철(Fe2O3)을 많이 포함한 적철석을 수비하여 만든 붉은 안료로서 석회암·혈암(頁岩) 등이 분해된 곳에서 난다. 『승정원일기』 인조12년(1634)의 “석간주로 기화(起畫)하여 화룡준을 구워 만들어 당차(唐差)를 접견할 때 모두 이것으로 썼다”,『영조실록』 영조30년(1754) ‘자기(磁器)의 그림에는 예전에 석간주를 썼는데, 이제 들으니 회청(回靑)으로 그린다고 한다. 이것도 사치한 풍습이니, 이 뒤로 용준(龍樽)을 그리는 외에는 일체 엄금하도록 하라’는 내용을 통해 17~18세기에 철화자기의 그림안료로 주로 사용하였다.

『숙종실록』 숙종28년(1702년) ‘삼척 영장 이준명과 왜역(倭譯) 최재홍이 울릉도에서 돌아와 그곳의 도형과 자단향·청죽·석간주·어피 등을 바쳤다’,『오주연문장전산고』 ‘울릉도에 큰 대나무밭 세 군데와 주토가 나는 굴 한 군데가 있는데, 주토는 매우 고와서 주사와 같다’라는 기록을 확인함으로써 지속적으로 캐낸 채굴광산의 존재와 울릉도산 석간주의 우수한 품질을 나타내고 있다.


3. 주토 (朱土)

주토(朱土)

주토(朱土)

붉은 색 흙에서 산출되는 산화철(FeO(OH), Fe2O3)을 주성분으로 하는 전통안료이다. 주토는 다양한 지역에서 산출되었다. 세종실록지리지에는 황해도 황주목, 경기도 양주도호부 적성현, 충청도 충주목과 청주목, 경상도 안동대도호부 청송군, 강원도 회양도호부 이천현과 평강현, 강원도 원주목 횡성현, 경상도 진주목 하동현 등이 언급되며, 그 중에서 황주산 주토가 주로 사용되었음이 사료를 통하여 확인된다.

주토와 석간주를 동일한 안료로 보는 견해가 있으나『영건도감』에서 주토의 수량을 석(石)·두(斗)· 승(升)으로, 석간주의 수량은 근(斤) ·양(兩)으로 다르게 표기하는 것으로보아 양자가 다른 것임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