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연 사람들

저는 아마 끊임없이 새로움에 도전하며 ‘낯설게 살기’를 좋아하는 사람 같아요. 놀이하는 인간(Homo Ludens)이 아닐까요?

사람과 함께 호흡하며 다양한 움직임으로 인생을 배운다고 한다. 에너지와 열정으로 가득한 한국학진흥사업단의 이주혜 선생을 만나보았다


이주혜 사진

하시는 일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한국학진흥사업단 사업관리실에서 ‘글로벌 한국학 지원’의 다양한 사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희 사업단에서는 해외 한국학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사업들을 해오고 있는데, 그 중 ‘중핵대학 사업, 글로벌 랩 그리고 한국학전략연구소 육성’ 사업 실무를 맡고 있습니다. 사업별로 매년 신규 과제 선정부터 기존 지원 과제의 관리, 평가, 그리고 훌륭한 연구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일이라 일당백의 일을 해야하고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요합니다. 모든 업무가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해외 업무이기에 국가별 해외 한국학의 특장점, 현지 사정과 및 진행 상황에 대한 이해도 필요합니다.


연구원에 계시면서 여러 업무를 많이 경험하셨지요? 기업에 남는 업무는 무엇인가요??


현장 사진

2003년 11월, 미숙하지만 똘기와 열정이 충만했던 저는 20대에 한중연 입사 후 항상 새로운 업무와 경험에 목말라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시간이 지나고보니 저는 한국학 관련 다양한 국내·해외 사업을 경험할 수 있었던 행복한 사람같아요. 다양한 업무를 하며 쌓아 온 경험들로 인해 알게 모르게 본원의 설립 목적 및 비전, 본원의 역할에 대해 이해하고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게 되었어요.

사실 그간 경험해온 업무 모두 제 머리 속에 스토리텔링으로 차곡차곡 쌓여져있지만, 처음 연구원에 입사해서 참여하게 된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업무 경험이 현재의 저를 많이 성숙하게 해준 것 같아 제 기억에 가장 많이 남습니다. 매년 전국 시·군·구를 승합차를 타고 동료와 선배님들과 출장 다니며 현지 연구자들을 만나 지방문화와 역사의 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체험했습니다.


2016년부터 처음 ‘해외한국학지원사업’ 실무를 담당하게 되면서 매년 90여 개의 과제를 관리했습니다. 과제 수도 많았지만 해외 연구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힘든 일들이 많아 정말 코피 터지게 업무를 했던 것 같고요.^^ 그래서인지 새로운 업무에 대해 두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 일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을 느낍니다.

결국 국내·해외 한국학 사업의 다양한 실무 경험들로 현재 사업단에서 좀더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업무의 기반이 된 것 같습니다.


글로벌 진흥사업을 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2016년 첫 업무 출장은 대양주한국학회(KSAA) 제4회 대학원생 워크샵이었습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학에 실무자로 혼자 출장을 가게 되었어요. 일단 출장을 가면 저는 기관의 대표로써 모든 연구자들에게 성실히 응대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아침 일찍 숙소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저녁 9시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그 순간까지 주변환경을 돌아볼 틈 없이 바쁘게 일하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항상 모든 일정을 마치고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다짐을 합니다. 다음 번에는 꼭 출장이 아닌 내 개인 여행으로 반드시 이 곳에 오자! 출장은 여기까지 하자! 라는....

이주혜 사진

한번은 폴란드 포즈난에 중·동 유럽한국학회 해외 학술회의 실사 및 사업 홍보를 위한 출장을 가게 되었는데요. 독일 뮌헨에 도착하여 포즈난 도시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는데, 루프트한자 파일럿 모두가 몸이 아프다며 밤10시에 비행기가 결항이 되었습니다. 다음날 오후부터 학술회의 참석하기로 한 상황이라 발을 동동거리며 새벽 항공권을 다시 발급받고 인근 호텔 숙박을 항공사로부터 제공 받았습니다. 뮌헨 도시에서 바우처를 가지고 밤 11시 모범택시를 타고 1시간을 이동한 끝에 새벽 1시에 잠자리에 들 수 있었어요. 밤새 폴란드의 예술과 문화를 느끼기 위해 쇼팽 피아노 음악을 계속 반복해서 들으며 밤을 꼴딱 새우다시피 했습니다. 다시 공항으로 와서 성공적으로 포즈난에 도착했습니다.(출장을 다니면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기기 때문에 순간순간의 변화에 빠른 대처가 필요하답니다.) ^^;


작년 ‘한국·인도 국제 학술대회’ 의 성공적인 개최는 한국학진흥사업단 식구들 모두의 공동 작품입니다. 그때 저는 조직 내에서 협업의 힘과 동료애를 많이 느꼈습니다.

작년 8월 저희 팀은 학술회의 개최를 위한 사전답사로 이글이글한 땡볕 아래 뉴델리, 구자라트 도시를 다녔어요. 현지 인도 2개 대학 연구자와의 긴밀한 협업을 위해 그들의 문화를 많이 공부하고 이해하려 애썼죠. 사실 낯선 문화와 음식, 종교 등 어색하고 낯선 것들이 많았지만 같이 고생하고 땀흘리며 일하는 동료들이 있어서인지 웃으며 극복할 수 있었어요. 또 출장 기간 내내 원 없이 인도 커리를 종류별로 먹어본 듯 해요. 돌아온 이후 현재까지 커리는 좀 자제하고 있습니다. 인도의 화장실 문화도 저에게는 약간 생소한 경험이었어요.


바쁜 일과가 끝나면 개인적인 여가시간은 무얼 하며 보내시나요?


바이올린 사진

개인적인 여가시간에 제가 즐겁게 하는 몇 가지 활동이 있습니다.

평일 저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자 생존(?)을 위해 하는 활동은 역시 운동인데요.

코로나로 인해 현재는 쉬고 있지만 출근 전 새벽 수영을 해왔습니다. 수영은 어렸을 때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했던 운동이라 저에겐 익숙한 스포츠입니다. 기회가 되면 여름에 아마추어 대회에 참가하기도 합니다.

평일 저녁에는 가끔 필라테스를 합니다. 오랜 시간 사무실에 앉아 좌식 활동을 주로 하다 보면 틀어진 자세 때문인지 가끔 허리가 불편해서요. 꾸준히 필라테스를 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필라테스가 다이어트나 뷰티 중심의 운동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원래 필라테스의 취지는 균형 잡힌 척추 건강을 위한 재활운동이거든요. (제 친언니가 필라테스 센터 원장이라 전적으로 도움받고 있어요^^)

바이올린 사진

수영과 필라테스는 허리와 척추 골반 균형에 매우 추천드리고 싶은 운동이에요. 그래서 제가 저만의 건강관리법이자 꾸준히 일을 열심히 하기 위해 시간이 날 때마다 주기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아주 가끔은 가족들과 푸른 잔디밭에서 골프채를 원없이 휘두르기도 하고 최근 연구원에서는 ‘두바퀴 동호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동료들과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기도 합니다.


몸으로 하는 스포츠 이외에 1년에 한두번 피아노 연주회를 하고 있어요. 피아노는 능숙하진 않아도 4살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때까지 시간을 많이 투자했던 취미활동이기 때문에 저에게는 삶의 활력소가 되는 활동입니다. 전문 연주자들부터 실력이 좋은 아마추어 분들과 듀엣, 트리오로 다양한 장소에서 선곡하고 같이 연주하고 있습니다.

클래식에서 듀엣과 트리오는 상대 연주자의 숨소리와 표현, 소리에 예민하게 귀를 귀울여야만 실수없이 곡을 완성시킬 수 있습니다. 마치 조직에서 코웤(co-work)을 뛰어넘어 그 이상의 긴밀함을 필요로 합니다. 내가 돋보이고 싶은 마음을 앞세우면 금세 균형이 깨지고 소리가 아름답지 않거든요. 그래서 사람과 함께하는 인생을 배울 수 있는 활동이죠.


특기가 많으시네요. 어떤 계기로 다양한 취미활동을 하게 되었나요?


바이올린 사진

피아노를 연주하게 된 계기는 어머니가 피아노를 전공하셔서 어렸을때부터 환경적인 요인으로 자연스럽게 접하게 됐고요. 웬만한 콩쿨 곡은 하도 외워서 자다가도 흥얼거릴 정도입니다. 클래식 피아노 연주곡을 듣는 것 또한 좋아하는데요. 특히 서정적이고 섬세한 터치감이 느껴지는 곡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쇼팽 피아노 빗방울 전주곡,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La Campanella)’ 곡을 특히 좋아하고요. 피아니스트 백건우, 랑랑(Lang Lang) 연주자도 좋아합니다.

현재까지 접하게 된 많은 운동들 역시 운동을 좋아하고 즐기는 가족 분위기에 큰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여가활동은 곧 저의 성향을 추측할 수 있다고 보는데요. 전 일도 여가활동도 뭔가 몰입해서 에너지를 쏟아내야 하는 사람 같아요. 제게 있어서 운동은 ‘극기(克己)’, 즉 나를 이기는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점점 자신의 생각과 말이 강해지고 고집이 생기기에 저는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리며 제 하루 일과를 돌아보거든요.


개인적인 여행도 많이 다시시나봐요.


바이크 사진

2003년 입사 이래로 매년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낯선 여행지를 찾습니다. 낯선 나라에 가서 새로운 문화와 언어, 예술을 익히고 그들과 대화하며 새로움에 도전하고 어려움을 극복해가는 그 과정이 제게는 인생을 배우는 과정이에요. 항상 익숙하고 안정된 공간에서 생활하다 보면 제 자신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되잖아요. 전 그런 제 모습이 두렵습니다.^^;

저는 아마 끊임없이 새로움에 도전하며 ‘낯설게 살기’를 좋아하는 사람 같아요. 놀이하는 인간(Homo Ludens)이 아닐까요?



앞으로 기관 차원이나 개인적으로 바라는 점이 있을까요?

이주혜 사진

이제 연구원에서 일하게 된지 17년이 되어가는데요. 가끔 후배들에게도 이야기하지만 이렇게 좋은 곳에서 일하게 된 제 자신을 행운아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20대, 30대 초반까지는 일반 사기업과는 다른 연구원 특유의 분위기와 환경이 답답해서 새로운 조직에 면접을 보기도 했는데요. 매년 점점 경력이 쌓여가며 제가 일하는 이곳이 얼마나 좋은 곳인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없습니다.

연구원은 설립 목적, 그리고 역할이 그 어떤 기관보다 확실한 곳이죠. 다만, 그 조직 안에서 각자 자신의 역할을 찾고 발전해나가야 모두가 행복하게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직에 충실한 사람이 되라는 말이 아닌 조직과 내가 함께 발전해나가기 위한 방법을 끊임없이 찾아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최근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조직의 리더쉽과 경영 방식에 대해 전문가들이 이야기할 때, ‘가족 같은 회사가 아닌 스포츠팀 같은 조직을 만들어라’ 라고 이야기해요. 그 이유는 각자의 포지션을 책임질 수 있는 좋은 선수들이 모인 곳, 요즘 젊은 사람들은 그런 조직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던데요.^^

2020년 제가 연구원에서 일하면서 꼭 이루고 싶은 계획이 있다면, 현재 제가 맡고 있는 글로벌 한국학 지원 업무에 충실하고 싶습니다. 저는 제 자신의 발전과 업무의 연관성을 많이 중요하게 생각해요. 업무를 통해 제가 발전하고, 저의 개인적인 발전을 업무에 적용시켜 같이 발전할 수 있는 그런 구조요. 현재 맡고 있는 사업 뿐만 아니라 새로 시작되는 ‘한국학전략연구소 육성사업’을 잘 세팅하고 확장시켜 나가고 싶습니다. 연구원에는 훌륭한 연구자분들이 많아서일까요? 업무를 하면 할수록 공부에 자꾸 욕심이 생기네요. 박사과정 수료한 지 10년이 넘어 스스로 매우 부끄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앞으로 연구원에서 일하면서 공부하고 일하며 제 자신의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키우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