ᄇᆞᆯ긔, 물명으로 읽는 왕실문화
Ⅰ. ᄇᆞᆯ긔란 무엇인가
ᄇᆞᆯ긔는 조선시대 복식·금침·음식·기명 등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의 명칭 및 수량을 열거한 기록이다. 주로 물목과 수량을 기록하고, 인물의 이름이나 역할·상격의 내용을 나열하였으며, 물목에 대한 값을 적기도 했다. 장서각에는 문자[한글‧한자], 재질[흰색 한지‧염색 한지], 구성[두루마기‧성책‧분판], 상태[수정본‧정서본]에 따라 동일한 내용의 ᄇᆞᆯ긔류가 상당 수 남아있다.
Ⅱ. 왕실발기의 종류
총 980종에 달하는 장서각 소장 왕실발기는 복식 및 음식과 관련된 것이 가장 많으며, 그밖에 진상, 차비관, 문구 병풍, 기명 등이 있다. 1823년 명온공주(明溫公主)의 부마 간택기에서 1930년 접대발기에 이르기까지 약 100여 년 동안 다양한 왕실의례를 설행하는 과정에서 작성된 것이다. 그 가운데 1882년 왕세자 척(坧: 순종)의 가례와 관련된 자료들이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1823년 부마 동녕위 간택기癸未五月二十二日 東寧尉 駙馬揀擇記
이 발기는 장서각에 소장된 발기 자료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1823년 순조의 장녀인 명온공주(明溫公主)의 삼간택을 치르는 과정에 간택에 참여한 동몽(童蒙)들에게 반사한 물품을 기록한 발기이다. 이날 부마의 삼간택을 시행하고 최종적으로 진사 김한순(金漢淳)의 아들 김현근(金賢根)을 동령위(東寧尉)에 봉했다.
두루마리 형태의 발기 중 가장 긴 것(32.3×2,500.3cm)이다. 1894년 2월 천만세 동궁마마의 탄일을 축하하기 위해 남자 관인들에게 옷감과 흉배 등을 내린 상격발기이다. 천만세 동궁마마는 훗날의 순종(純宗)으로 1874년 2월 8일 태어났다.
1882년(고종 19) 왕세자 척(坧, 순종)과 세자빈 순명왕후(純明王后)의 가례 때 순명왕후의 속옷 물목을 기록한 의대 발기이다. 한글과 한자로 각각 작성되어 있어 당시 속옷의 명칭 및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Ⅲ. 발기로 보는 왕실 의례
조선 왕실의 구성원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오례(五禮)를 기준으로 출생 의례‧입학례(入學禮)‧관례(冠禮)‧책례(冊禮)‧가례(嘉禮)‧상례(喪禮) 등 일생 동안 다양한 의례를 진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생산된 발기류는 실제 의례에 맞춰 작성된 물목이기에 왕실의 미시적인 생활문화를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1874년 5월 19일 고종이 원자[순종]의 백일을 맞이해 떡을 반사한 발기이다. 하사한 대상은 자전, 왕대비전, 대비전, 본전, 순화궁 소속의 침방(寢房)과 수방(繡房), 봉보부인, 유모, 왕자 아기씨 유모 등 주로 여성들이었다. 이는 원자의 음식 및 의대를 담당하거나 돌본 사람들이 여성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1882년 가례 시 발기壬午 嘉禮時 件記
1882년(고종 19), 1장, 필사, 26.6×182.0cm, 장서각[797]
1882년 왕세자[순종]의 가례 일정 및 의례에 참여했던 관원을 기록한 발기이다. 삼간택 과정에서 마련해야 하는 음식류와 간택되지 못한 처자들에게 주는 하사품, 간택된 처자를 위한 의대 등의 물목을 기재하였다.
1882년 가례 시 직조 발기壬午嘉禮時織組件記
1882년(고종 19), 1장, 필사본, 26.7×90.0cm, 장서각[1186]
1882년 왕세자(순종) 가례 시 의대를 장만하기 위해 옷감을 짠 발기이다. 특히 원삼, 당고의, 스란 등에 사용할 직금단을 직조한 것으로, 현전하는 직금문보다 훨씬 다양한 종류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1905년 단오 시 두 분 마마 의대 아기씨 의복 발기을ᄉᆞ 단오 두분마마 의ᄃᆡ 아기시 의복 ᄇᆞᆯ긔
1905년(광무 9), 1장, 필사, 25.7×86.4cm, 장서각[1022]
1905년 단오를 맞이해 고종과 동궁인 순종, 그리고 아기씨인 영친왕의 의복을 마련한 발기이다. 음력 5월 5일인 단오는 1년 중 양기가 가장 왕성한 날로, 조선 왕실에서는 정조(正朝: 설날)‧추석과 함께 삼대 명절 중 하나로 정했다. 단오는 본격적인 여름을 맞이하기 전 초여름의 계절이므로, 무더위를 대비할 수 있도록 모시와 같은 의복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