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습재 일기

모험가와 같은 마음으로

그리시나 다리아 사진
그리시나 다리아          
(러시아, 한국사학 박사과정)          

난 유학 결정을 하기까지의 과정이 많이 어려웠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똑같이 낯선 환경이 두렵다.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익숙한 삶의 방식에서 멀어지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모험가와 같은 마음으로 유학 길을 선택했다.


나는 한국으로 온 지 벌써 3년쯤 되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입학할 수 있다는 것을 들었을 때 너무 기쁘고 흥분되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한국에서 한국사를 배울 수 있는 것보다 무엇이 더 좋을 수 있는가? 그러나 몇 일 후 기쁜 마음이 가라앉고 나니 우울한 생각이 들기 시작되었다. 가족과 친구와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들고, 아는 사람 한 명도 없는 나라에서 어떻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었다. 나는 새로운 친구들을 쉽게 사귀는 편이 아니라서 특히 두려웠던 것은 외로움이었다. 하지만 한국으로 가면 흥미로운 주제로 공부를 더욱더 깊이 있게 할 수 있겠다는 긍정적인 생각과 공부 외에 생활에서 외로움을 버텨낼 수 없을 것 같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함께 있었다. 많은 생각들이 들면서 결국 망설임 단계에 돌입했다. 오르락내리락 하던 생각은 유학을 위한 준비보다 더 진을 빼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부정적인 생각을 더 쉽게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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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 친구들과 같이 중국행 답사를 즐기다. 2016년, 가을

어느 날 아침에 우연하게도 이러한 문제들의 해결 방법을 찾아냈다. 우선, 공부할 수 있는 기회는 아무나 받을 수 없다. 그 때문에 새로운 유학 길을 도전해보지 않은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가보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될 것 같았다. 또한 유학 생활이 너무 힘들면 그때 다시 생각하고, 계속 고생하면서 버틸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버티는 것도 삶의 후회가 될 수 있으니까. 이와 같이 나는 한국 유학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우선 한국에 가서 열심히 공부해보고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힘들면 고향에 돌아와도 된다고 결정했다.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런 생각으로 짐을 싸고 한국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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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준비를 위해 읽어야 할 책들의 山(산)

지금 친구들에게서 유학에 관한 질문을 받으면 한국 생활을 직접 체험하는 나는, 유학 생활이 쉬운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처음에 낯선 것들이 너무 많았고 아직까지 익숙하지 못 한 부분들도 여전히 많다. 나와 같은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생활 방식은 익숙한 일상과 많이 다르니까. 대중 문화도 다르고, 일상 습관도 다르고, 한인의 사고방식도 엄청 다르다. 관광객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분들은 이런 차이를 못 느낀다. 하지만 한국에서 몇 년 살아보면 외국인 누구나 이런 차이점을 생생하게 실감한다.


여기까지 읽어 보신 분들이 나에게 '이렇게 힘들면 왜 아직도 한국에 있느냐'라고 물어보고 싶을 것 같다. 답은 쉽고 단순하다. 한국 유학 생활은 무엇 보다도 재미있다. 일상 부분도 재미있고 과학적인 부분도 재미있다. 3년 전부터 지금까지 나는 매일 매일 낯선 상황과 마주친다. 따라서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된다. 이런 삶은 물론 불안한 점도 있고 논란이 될 부분도 많다. 가끔 외로울 때도 있다. 그래도 나는 이런 우여곡절이 있는 삶이, 고향의 틀에 박힌 일상보다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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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기는 교실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2018년 봄

뿐만 아니라, 백 번 듣는 것 보다 한번 보는 것이 낫다는 말처럼 한국에서 한국사를 배우는 것이 역시 보람이 있다. 특히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한국사를 배우는 것은 교수님들, 교육 프로그램과 다른 대학과의 교류 프로그램 덕분에 더욱 더 좋은 것 같다. 배우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배울 기회가 있다. 이런 이유로 나는 중도에 포기할 생각을 버리고 한중연에서 박사과정까지 진행하기로 했다. 또 지금까지 한국 유학에 대한 후회가 없다.


도전 해보는 것은 안 해보고 포기하는 것 보다 낫다. 앞으로의 삶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충분히 즐기며 살고 있다. 한국 유학 생활의 장단점을 받아들이며 진실된 한국과 한국인의 진실된 마음을 이해하고, 또 학자로서 한국사에 대하여 되도록 많이 알아보고 배우고 있다. 세상에 어려움과 마주치지 않는 모험가가 어디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