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포럼

최근 고문서 연구의 국내외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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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한국학대학원 인문학부 교수

고문서는 과거 역사의 생생한 현장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당대의 기록물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아왔다. 특히 조선시대사 연구에서는 고문서를 이용하여 법제, 가족, 재산 상속, 매매, 소송, 향촌사회 등에 관한 의미 있는 연구가 축적되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고문서의 수집과 보존, 자료집 발간,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의 연구 사업이 활발히 추진되었다.


최근 국외에서도 고문서에 대한 관심이 다시 증대되고 있다. 특히 중국과 일본에서는 고문서를 이용한 연구와 국제 학술대회 등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은 일찍이 고문서학을 분과 학문으로 정립시켜 온 역량을 바탕으로 자국의 고문서뿐만 아니라 한국, 중국, 베트남 등의 고문서에까지 관심을 확장시켜왔다. 중국도 ‘역사당안(歷史榶案)’으로 지칭한 전근대 문서의 보존과 정리에 노력을 기울여 왔고, 최근 들어서는 ‘고문서’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2010년부터는 중국사회과학원이 중심이 되어 매년 중국, 한국, 일본의 고문서 연구자들이 한자리에 초청하여 대규모 고문서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올해 개최된 제6회 동아시아 사료연구편찬기관협의회의 국제학술회의를 통해서도 확인되었다. 한국의 국사편찬위원회, 중국의 사회과학원, 고궁박물원, 제1역사당안관, 제2역사당안관, 일본의 동경대 사료편찬연구소, 국립공문서관의 연구자들이 중국에서 모여 각국의 역사자료 전산화와 보존 활동에 대한 사례를 발표했다. 현재 중국사회과학원의 근대사연구소에서는 근대 기록물의 전산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제1역사당안관과 제2역사당안관에서는 1천만 점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명․청대 및 중화민국시기 고문서에 대한 전산화와 보존에 기관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었다.


장서각 서고의 고문서

한국에서는 이제까지 진행된 고문서 조사 수집 활동과 전산화의 성과를 통해 국내에 전래된 고문서의 실체가 구체적으로 파악되었고, 이를 토대로 다양한 분야의 학술 연구와 콘텐츠 개발 등에 고문서가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과거보다 더 편리해진 고문서의 접근성에 비해서 학술 논문 등을 통한 연구 활용도는 분야에 따라 오히려 감소한 경우도 있다. 이는 자료 활용의 편의성 증대와는 별개로 고문서를 이용하여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연구자층의 감소와 관계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우리의 역사, 문화, 사상 등의 연구에 고문서를 이용하기 좋은 여건이 마련되어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을 비롯한 한국학 연구기관에서 제공하는 고문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여 연구 주제와 관계된 고문서를 편리하게 검색하고 활용할 수 있다. 나아가 고문서를 기반으로 우리와 외국의 사례를 서로 발표하고 비교하는 국제적 학술 대회에도 참여하기 좋은 여건이 조성되어 있다.


travis20195@a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