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의 향기

한국에 전해져온 몽골 최후의 법전, 《지정조격(至正條格)》

조원희
장서각 왕실문헌연구실

지난 10월 19일 금요일에는 장서각 "오픈 아카이브"에서 몽원제국(1206-1368)의 마지막 법전, 《지정조격》을 원내외의 연구자들과 같이 살펴보는 귀중한 시간을 가졌다. 장서각의 "오픈 아카이브"는 장서각 원본 도서 및 자료를 연구자들에게 공개하여 학술 정보 교환 및 연구 활성화를 도모하는, 개원 40주년 기념으로 이루어진 한중연의 여러 혁신 과제 중에 하나이다.

지정조격 원본

지난 2018.10.19.에 연구자들에게 공개된 지정조격의 원본. 적어도 500년 이상된 장서각의 귀중한 고서이다


일반 대중은 물론, 한국학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지정조격》은 사실 낯선 자료이다. 《지정조격》은 원의 끝 무렵, 1345년에 완성되어 다음 해 1346년에 반포된 원나라 최후의 법률서이다. 《원사(元史)》를 비롯한 중국의 여러 문헌 사료에서는 《지정조격》의 편찬 사실 및 구성에 대한 사실은 자세히 기록되어 있었으며, 《지정조격》이 고려말 조선초에 국정의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되었다는 우리 선조들의 기록도 있었다. 그러나 600념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지정조격》은 없어진 책이라고 간주되었다. 그러다가 2002년 한국 경주 양동 마을 손씨 종가에서 그 잔본이 발견되었으며, 이후 2007년 여름에 원각본 및 교감본이 장서각에서 출판되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은, 몽골제국의 귀중한 자료가 한국에서 발견되고, 그것을 장서각에서 연구하고 공개한 것은 국내는 물론 세계 속 장서각의 위상을 높인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사실, 한국 사람들이 몽골에 대해서 이미지와 감정은 다면적이며 복합적이다. 일반적으로 "몽골 제국의 위대함" 혹은 "팍스 몽골리카(몽골의 평화)"를 바라보며 한민족 - 기마 민족 - 몽골 사이의 관계를 강조하려는 흐름이 있는 한편, 다른 쪽으로는 여전히 "원 간섭기"라는 용어로 대표되는, 억압자, 파괴자, 약탈자로 보는 흐름도 있다. 이러한 복잡한, 다면적인 감정 때문일까? 2007년 발견 당시만 해도 "국보적 가치"가 있다는 평을 받았으면서도 발견 후 16년, 공간 이후 11년이 지나도록 《지정조격》 원본은 장서각 서고 내에서 보관되고 있을 뿐이며, 뭔가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애매한 상태로 방치된 느낌이다. 나아가, 《지정조격》에 대한 일반 대중의 관심도 많이 없어진 듯 하다. 다행이 2019년 장서각 교양총서로 지정조격을 바탕으로 쓴 《법률 문서를 통해 본 원제국》 (저자 세종대학교 조원 교수)이 출판될 예정이라고 하니, 이것을 통해 연구자들을 물론 대중들에게도 지정조격이 더 널리 알려지기를 기대한다.


《지정조격》을 국보로 지정하느냐 문제는, 어쩌면 우리가 몽골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감정만큼이나 복잡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몽골'의 지배층이 '중국' 통치를 위해서 만들어 낸 '한문'의 자료가 '한국'에서 오래 동안 보존되었다가 세계의 유일본으로 발견된 것이라면, 그것은 '우리'의 것이라고 할 수 있는가? 우리 것이 아닌 것이 '나라 국(國)'이 쓰여 있는 '국보'로 지정될 수 있는가? 실제로 "국보"는 우리의 유산인가, 세계와 함께 공유할 유산일까? 필자가 이 물음에 대한 정답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기회를 통해서 "세계와 함께 하는 한국학의 본산"에서 "세계"와 “한국”의 의미를 조금 더 고민해볼 기회는 되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바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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