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책 저런 얘기

도서관, 그리고 길

김 현 사진
김 현
한국학도서관 문헌정보팀 정사서원

필자는 과거 온라인 소식지에 이런 말을 쓴 적이 있다. ‘생각의 보물 창고인 도서관을 찾아가라. 책 속에서 길을 찾지 못해도 최소 길을 잃지는 않을 것이다.’ 라는 말이다. 문득 기억해 보니 참으로 쑥스러운 말이 아닐 수 없다. 도서관은 어떠한 길을 가야하는가? 라는 질문에도 제대로 답을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서관을 찾으라는 말을 한다는 건 참으로 머쓱한 일이다.


세이나요키 공공 도서관 전경

세이나요키 공공 도서관 전경

변화가 필요했다. 이런 변화에 대한 길을 모색하던 차에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도서관 서비스 및 공간구성과 관련하여 핀란드 주변국가의 도서관을 견학하기 위해 인원을 모집하였다. 전통과 복지를 중시하면서도 개성이 넘치고 자유를 소중히 여기는 곳, 도서관이 국가의 심장 역할을 한다는 곳으로 견학을 간다하니 지체 없이 지원해서 다녀오게 되었다. 여러 곳의 도서관을 방문하였는데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세이나요키 공공 도서관(Seinäjoen main Library) 견학 경험을 간단히 나눠 보고자 한다.


세이나요키 공공 도서관은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서 자동차로 5시간이 걸리는 세이나요키 시에 위치해 있었다. 세이나요키 도서관을 처음 방문하자마자 드는 생각은 ‘이렇게 좋은 위치에 도서관이 있다니...’라는 것이었다. 도서관이 시의 구석에 위치하지 않고 정 중앙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시의 어느 곳에서 출발해도 별로 힘들이지 않고 도서관을 찾아갈 수 있었다. 필자의 경험상 도서관이 먼 곳에 위치해있으면 정말 가고 싶지 않았던 기억이 많다. 가더라도 그 먼 도서관을 가다가 지쳐서 정작 도서관에서 쉬느라고 책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었다. 그만큼 도서관의 위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인은 생각한다.


도서관 내부 모습

도서관 내부 모습

창 가까이에 있는 테이블에 앉으면 넓은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책을 읽을 수 있었고, 창에서 멀리 떨어진 곳은 위의 사진처럼 은은한 조명 아래서 취향에 따라 독서가 가능하도록 하였다. 도서관이 지식과 문화의 중심이면서 누구나 와서 편안하게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도서관의 모든 설계 포인트가 맞춰줬다고 한다.


세이나요키 도서관은 기존에 도서관이 가지고 있던 엄숙주의를 허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다고 한다. 지역 내 소모임을 가질 공간을 도서관에서 제공한다든지 하여 좀 더 이용자들에게 가까이 갈 수 있도록 하였다. 이를 통해서 이용자들은 아무런 허물없이 자연스럽게 도서관을 찾을 수 있게 한다고 한다.


견학을 내내 하면서 느껴온 것이지만 우리나라도 충분히 저런 시설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좋은 시설들을 갖추었다고 해서 위대한 도서관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스코틀랜드 역사가인 존 힐 버튼은 “위대한 도서관은 결코 하루아침에 건설될 수 없다. 다만, 오랜 세월에 걸쳐 조금씩 자라나는 것” 이라는 말을 하였다. 서두르지 말고 한 걸음씩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도서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하고, 북유럽 도서관의 장점을 어떻게 ‘우리 것’으로 다듬고 새롭게 만들어 갈지를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larcen02@a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