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습재 일기

유학생활 중 즐거움들

묘개열 사진
묘개열
중국(한국학대학원 고문헌관리학 전공 석사과정)

벌써 내가 한국에 온 지 곧 2년이 되었다. 어제 방금 입학한 것 같지만, 시간은 매우 빨리 흘러 올해 8월에 석사학위 수여식을 기다리고 있다. 처음 왔을 때에 환경에 익숙하지 않고 한국어도 못했기에 좀 힘든 적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지고 여기에서 박사과정도 밟기로 마음먹었다.

2016년 9월 처음 한국에 왔을 때에 아무것도 몰라서 항상 모든 일에 조심스러웠다. 한국어를 못해서 늘 자신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타향에서 처음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감동을 준 사람은 나의 첫 번째 룸메이트이다. 룸메이트는 나보다 1년 일찍 입학해서 방안에 각종 생활 용품이 다 갖추어 있었다. 처음 나를 처음 봤을 때 준비못한 것이 있으면 같이 쓰자고 했었다. 타향에서 제일 처음 받았던 감동이었다.

한국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중국의 기후와 비슷하다. 그에 반해 한·중의 음식 습관이 많이 달라서 한동안 좀 힘들었다. 차츰 적응하면서 입에 안맞는 음식이 나올때는 시습재의 주방을 이용하여 요리하며 고향의 음식을 먹었다. 또 점심이나 저녁 시간 주방에서 친구들이랑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요리할때면 가족을 떠난 외로움이 점점 사라졌다.

시습재 생활 사진

작년 가을에 전북대학교에서 한국고문서학회가 열린 적이 있었다. 고문헌관리학 학과의 학생으로서 학우들, 교수들과 같이 참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 때에 같이 참석한 사람들 중에는 한국 학자들 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의 고문서 연구자들도 있었다. 그래서 중국학자들의 통역역할을 맡아 학술대회에 참가하였다. 한국어와 중국어는 다르지만 고문서를 연구하는 데에 공통점이 많이 있다. 나는 중국 고문서와 한국 고문서를 모두 공부해 본 사람으로서, 한·중 양국의 학자들이 의사소통하는 데에 작은 도움을 드릴 수 있어서 좋은 의미를 지닌 일이라고 생각했다.

또 기억에 남는 일은 올해 여름 방학에 한국 문화 체험으로 부안에 갔다 온 일이다. 실은 이 체험 활동이 작년 여름 방학 때에도 있었지만, 그때에 일이 있어서 가지 못해서 좀 아쉬운 적이 있었는데 다행히 올해도 같은 곳에 갈 수 있어서 신났다. 1박 2일의 문화 체험이 정말 아주 깊은 인상으로 남았다. 첫째날, 점심 먹은 후에 우리는 격포항에서 출발하여 위도 관아에 도착했다. 여기서 옛날의 옷을 입고 과거 생활법을 역할극으로 체험했다. 오후에 친구들과 띠배 미니어처를 만들었고 소원지도 적었으며 배를 띄웠다. 밤에는 띠배놀이 노동요 '에용에용'를 배웠다. 이튿 날 아침에는 이순신 장군의 아침상 차리기를 체험해보았고. 바지락 죽 요리도 직접 만들어보았다. 정말 재미있었던 것은 물고기잡이 전문가를 따라 물고기도 잡고 생태계에 해를 끼치지 않고 물고기를 잡는 방법도 배울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시내버스를 타고 위도를 일주하며 문화체험이 끝났다.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서 마음도 가볍게 되었다. 옛날에 한국 문화를 공부했을 때에, 책에서 비슷한 문화 활동을 본 적이 있었지만 체험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문화 활동을 통하여 한국 문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을 더욱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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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 생활을 얘기하면 꼭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논문과 관련된 것이다. 나는 석사학위를 따기 위하여 올해 2월부터 7월 까지 계속 논문에 몰두해 왔다. 고전문헌은 어려운 글자들이 많아 공부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논문 쓴 것은 고통스럽고도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전공과 논문 주제 때문에 장서각과 같은 전적 소장기관에 가서 고전적 원본 확인하는 일이 많이 있었다. 처음 기관을 방문했을때에는 한국어도 못했고 부끄러움도 많았는데 경험이 쌓이다보니 새로운 아이디어 점점 나와서 이제는 이런 과정을 즐길 수 있는 단계가 되었다. 공부의 흥미도 점점 깊어져서 이곳에서 박사과정을 계속하기로 마음먹었다. 실은 끝에 논문 심사를 통과할 수 없을까봐 불안했었지만,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나의 좌우명을 믿고 끝까지 견뎠다. 논문을 쓰는 과정은힘들었지만 현재 좋은 성과를 받아서 고생도 금방 사라진 뜬구름과 같이 느껴진다.

한국학대학원에서 공부하며 기억에 남는 일들을 적어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간 것처럼 느껴진다. 앞으로 펼쳐질 박사과정도 이처럼 즐겁고 의미있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