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책 저런 얘기

사서 그리고 도서관의 미래

문은희사진
문은희
한국학도서관 문헌정보팀 책임사서원

요즘 도서관계에서는 큐레이션이 대세이다.

큐레이션이란 이용자의 요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적합한 자료나 작품을 선별하여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큐레이터로 변모되고 있는 도서관 사서가 전문직인가, 아닌가의 끊임없는 본질적 문제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리긴 어렵다. 하지만 때때로 훌륭하고 값진 파피루스 두루마리로 가득찬 방에 살면서도 그것을 읽지 않아 시세로(로마시대 철학자)에게 조소를 받은 로마의 귀족이야기는 사서직으로 몸담고 있는 나에게 부끄러움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시간을 거슬러 낡은 도서관 잡지 속, 『도협월보(1973.4)』의 칼럼 「관아대(觀我臺)」 에 기고한 도서관학과 교수의 이야기를 꺼내본다.

‘..... 오늘날 대학도서관에서 일해 보면 사서들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교수와 연구원들의 태도가 종종 눈에 뛰어 불쾌해지는 때가 있다. 어떤 사람들은 아예 사서의 도움을 청하려 하지도 않는다. 이에 대한 책임이 그들 교수와 연구원들에게만 있고 우리 사서들에게는 없을까?....’

전문사서의 역할과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글이다. 필자가 태어나기도 전의 1973년에도 사서를 보는 시선은 수동적이고 현상적인 것에만 치중하는 직업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는 다른 견해의 『도협월보(1972. 5)』에 실린 어느 도서관장의 칼럼 기고의 글은 어쩐지 반갑다.

‘.... 대학에서 교직에 몸을 둔지 이미 20년이 훨씬 넘지만 최근 수년간에 걸쳐 도서관에 직접 관계를 갖기 전까지도 도서관의 참된 가치를 잘 인식하지 못하였고 더욱이 도서관의 훌륭한 시스템을 선용할 줄은 전혀 몰랐던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도서관하면 으레 각 분야의 서적이 개인보다 많고 잡지류도 많아서 그저 보고 싶은 서적이나 문헌 또는 잡지 등을 빌려 볼 수 있는 곳이고 편리한 존재라고만 이해하였던 것이다..... 도서관에 대하여 알면 알수록 고맙고 귀중히 여기는 것은 사서직임을 체감하는 것이다.
물론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때로는 휴일도 없이 묵묵히 일하며 도서관의 수족이 되고 신경이 되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거니와 학술연구에 뒷받침 하는 숨은 노력은 지대한 것이다....’

도서관장을 맡다보니 도서관의 중요성을 이해하게 되었고,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사서의 역할에 감사를 표하며, 사서를 전문직으로서 인정하고 있음을 고백하고 있다.


세월의 간격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낄 만하지만, 이처럼 타자의 시선과 사회적 인정이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은 꽤 우려스러운 일이다.

인류사회는 어제의 경험위에다 오늘의 지혜의 첨가를 연속해 감으로서 성장한다고 한다. 그 결정체는 도서관이다. 도서관학이 도입된 지 60여년이 지난 지금, 도서관은 피와 땀을 흘려 개척하려는 노력과 역정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왜 빛을 보지 못하는 것일까, 예나 지금이나 사서의 태생적 한계와 무관심할 만큼 호소력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현재 우리 도서관에서도 시대적 변화의 흐름에 따라 공공도서관에 이어 중•고등학교와 공동 전시 큐레이션을 진행 중에 있고, 대학 도서관과 최초의 협약을 통해 주제서비스 솔루션 개발을 추진 중에 있다. 이처럼 도서관 선진화와 더불어 한국학자료의 대중화를 실현하기 위해 지속적인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도서관의 정체성과 나아가야 할 방향은 이상과 현실의 간극의 차이가 크다. 이런 경향은 비단 우리 도서관만의 문제는 아니며, 매년 열리는 도서관 관련 세미나와 총회에서 호소하는 모든 도서관인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이용자가 요구하는 미래의 도서관 청사진을 그려보는 것은 어떨까.


이용자는 “적서(適書), 적자(適者), 적시(適時): The Right Book for the Right Reader at Right Time“를 원한다. 속도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날의 사서는 앞서 언급했던 큐레이터로 변모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감성적인 ‘아날로그 큐레이션을, 온라인에서는 ’디지털 큐레이션‘을 통해서 독자에게 먼저 다가서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제 도서관은 소장하고 있는 컨텐츠를 단순히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컨텐츠를 가공해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여 제공할 수 있는 있어야 한다. 사회적 가치 실현과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도 우리의 숙제이다.

heyaff@a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