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연 사람들

자전거의 또다른 의미는 '자유'입니다

반갑지 않은 미세먼지로 안개처럼 시야가 가려지다 묵직하게 내린 봄비에 반짝 맑아진 날이었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몇 안되는 직원 중 한사람인 김도형씨를 만나보았다. 그는 현재 기획조정실에서 예결산 및 국회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두 바퀴와 함께 풀어가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김도형 사진

한중연의 대표적인 자전거인이라고 하던데요?


취미라고 말할 수 있는 건 2가지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취미란에 가장 많이 쓴다는 독서, 또다른 하나는 자전거입니다. 회사생활하면서 출퇴근을 주로 자전거로 하다보니 동료들은 자전거를 저의 분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자전거 타는 사진

자전거를 타게 된 계기는 시골에서 자라면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기구가 자전거였기 때문입니다. 고모부가 시골 우체국에 근무해서 우체국용으로 폐기 처리된 자전거를 수리해서 사용할 수 있었는데 그것을 몰래 타기 시작했습니다. 페달까지 다리도 닿지 않는 자전거였지요. 그러나 몸이 자전거에 적응하고 나니 그야말로 멋진 장난감이 되었습니다. 자전거와 함께 동네 친구들과 함께, 산과 들로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그 이후, 고등학교시절에 등하교를 자전거로 했는데 자전거를 선택한 이유가 버스를 이용하는 것 보다. 더 빨리 도착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이후 회사에 입사해서 다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는데 이때에도 출퇴근이 더 빠르다는 것과 더불어, 회사에서 앉아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체중이 불어나는 것을 방치할 수 없어서 운동 목적으로 자전거를 타게 되었습니다. 2009년 8월에 자전거를 마련하여 타기 시작했으니 벌써 9년차군요.

9년동안 자전거를 타다보니 자전거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생기더라구요. 저에게 자전거는 ‘자유’입니다. 회사에서 업무로 머릿 속이 가득하다가, 자전거를 타고 회사 정문 밖을 나서면 오로지 라이딩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회사에서의 온갖 스트레스가 자연스레 잊혀집니다. 그리고 온전히 나만의 공간과 시간이 생깁니다.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지요. 내가 가고자 하는 곳으로 어디든 갈 수 있고, 자전거와 함께 하는 공간에 있게 됩니다. 이 순간만큼은 자유가 뭔지를 느낄 수 있지요.

자전거로 제일 멀리 간 곳은 어디인가요?

2017 설악 그란폰도 대회

2017 설악 그란폰도 대회

해남 땅끝마울

해남 땅끝마을에서

가장 멀리간 곳은 안양 인덕원에서 해남 땅끝마을까지 간 것과 하남에서 대구까지 것인데 1박2일 코스로 다녀온 것이라, 실제 하루동안 라이딩 거리는 그렇게 길지 않습니다. 하루 이동거리로 보면 약150키로 정도입니다. 이때 함께 자전거 타는 동호회 멤버들과 함께 이동하면서 산책한다는 느낌으로 라이딩을 즐겼습니다.

하룻동안 가장 많이 탄 거리는 208키로입니다. 자전거도 육상 스포츠처럼 정해진 시간 내에 가장 빨리 도착한 자가 우승하는 그란폰도(Granfondo)라는 대회가 있는데 그 중 설악 그란폰도 대회를 완주한 것이 가장 긴 거리를 라이딩한 기록입니다.

자전거를 처음 시작하려는 분들게 조언해주실 수 있나요?


한국학중앙연구원 메타세콰이어길

한국학중앙연구원 메타세콰이어길

주변의 지인들에게도 자전거와 관련된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만, 먼저 되묻는 것이 어떤 목적으로 자전거를 타려고 하는가입니다. 왜냐하면 동네 산책을 위한 것, 출퇴근을 위한 것, 선수 및 전문가를 위한 자전거 둥 목적에 따라 선택의 폭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동네 산책을 위한 자전거라면 편안하게 탈 수 있는 일반자전거나 미니벨로등이 적합하지만, 출퇴근이나 자전거를 전문적으로 배워서 타야겠다고 한다면 이에 따라 지출 금액도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전거도 다양한 브랜드와 구동계의 등급이 있고, 어떤 휠셋을 선택할 것인지, 본인이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따른 자전거의 구성이 달라지게 되고, 견적또한 높아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반드시 본인이 마음에 드는 것으로 선택을 하라는 것입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전거를 타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혼자 타는 것 보다는 초장기에는 동료와 함께 타는 것을 추천해 주고 싶습니다. 혼자 탈 경우, 체력이 떨어지게 되면 힘든 기억만 머릿속에 남아서 다음번엔 자전거를 타지 않게 될 가능성이 큰데 반해, 동료와 함께 타게 되면 이런 부분이 상당부분 상쇄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전거를 함께 타는 경우에 지켜야 되는 규칙과 위험한 도로 상황에 대한 인지와 사고 경험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헤져버린 장갑

헤져버린 장갑

마지막으로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에 대한 주변의 우려섞인 소리를 종종 듣습니다. 우리나라의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도로차선의 가장 바깥 차선의 우측 라인으로 통행하도록 되어 있는데 현실은 도로에서 타기에는 다소 위험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이렇데 된 이유는 도로 = 자동차가 다니는길 이라는 인식이 모든 사람들에게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인식의 출발점이 자동차운전면허 자격시험의 난이도가 너무 쉽기 때문인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도구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자기중심적인 사고에 기초하기 때문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공공도로에서 탈 것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무엇보다도 사람의 안전, 약자의 보호가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하는 데, 다들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종종 도로에서 자전거와 자동차 운전자끼리의 계속 서로의 탓만 하는 싸움을 하는 광경을 많이 봅니다. 그러나 이전에 자전거 타고 도로를 통해 출근하면서 지나가다가 방해된다며 욕하는 운전자도 가끔 만나기도 했는데 요즘에는 그런 경우들이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연구원의 주변으로 자전거 타기 좋은 자전거도로라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기 때문인 것 같은데 그와 함께 사람들의 인식도 나아진 것이 아닌가 합니다. 자전거 타는 입장에서도 가령, 편도 1차선에서 본인에 의해 교통흐름에 방해가 된다면 과감히 양보하는 미덕을 갖출수 있는 자가 될 필요가 있구요.


자전거를 타면서 주의해야 할 것은 당연히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지만, 인도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걸어가는 행인을 다치게 하는 경우에는 전적으로 자전거 운전의 책임이 크니, 이 부분은 항상 주의해야 합니다. 또한 횡단보도를 건널 때에도 자전거 횡단표시가 없는 곳에서는 내려서 건너야 자동차와의 사고에서 보행자로서 보호받을 수 있는 점은 꼭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


한중연 생활은 어떠신가요?

김도형 사진

기획조정실에 근무하기전에 교학실에서의 생활도 되돌아 보면 많은 에피소드가 있지만, 입사한 이후 가장 긴 기간동안(6년) 근무했던 곳이 한국바로알리기사업실이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그곳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이 머릿속에 영화필름을 돌리듯 고스란히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한국바로알기사업실은 외국교과서를 수집하여 우리나라에 대한 내용 서술을 살펴보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거나 한국관련 내용 신설을 통하여 국가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는 역할을 수행하는데, 저는 사업과 관련하여 대국회 및 정부대응업무와 사업기획, 예산업무 및 사업평가를 주로 담당했습니다.

그 중 한국바로알리기사업의 예산 증액을 실현했던 것, 인력 증원을 했던 일,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노력했던 일, 사업전반의 제도 개선등 좋은 기억들이 떠오르지만,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고자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 동료들과 함께 고민하고 노력했던 일과 동료들의 도움과 배려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많은 것을 배웠는데 개인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조직에서는 동료들이 함께하면 더욱 쉽게 해결할 수 있고, 함께 하지 않으면 성취하기 어려운 일들이 있음을 체감했었습니다. 이로인해 공동체 의식이 정말 조직내에서 필요하구나 라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또 한국바로알리기사업실에서 지금의 반려자 또한 만나셨잖아요^^

네 맞습니다.^^ 입사 이후 평생의 반려자도 연구원에서 만났고, 가정을 꾸리고 생활하다 보니, 한중연은 저에게 애착이 많은 곳이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연구원이 더욱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인이 한중연의 미래는 어떻게 그려지나요?

연구원도 올해 40살이 되었습니다. 공자는 논어에서 40이면 ‘불혹’이라 해서,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경우가 없어야 함을 강조하였는데, 저희가 근무하는 연구원도 더 이상 주변의 일에 흔들리지 말고, 설립취지와 목적에 맡는 일을 계발하고 내부적으로도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정중동’의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불혹의 나이가 되었지만 저역시 여전히 반성의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회사에서 하는 업무가 공리적이고, 공적인 성격이 강하다 보니, 외부사람들과의 만남에서부터 업무처리 등에 있어서도 정제되지 못한 행동과 성급한 결론을 내려서 일처리하는 것 등이 여전히 반성할 점이라고 깨닫고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저는 항상 부족한 점을 메우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할 것인지 고민하고 실행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두발로 번갈아 좌우로 균형을 잡는 자전거처럼 일과, 취미와, 가정에 모두 충실한 그의 모습에서 무엇인지 모를 힘이 느꼈졌다. 먼길을 오르막, 내리막 할것 없이 달리면서 많은 고민과 생각을 했을 김도형 선임행정원의 모습에 환한 미소가 지어진다.

strauss@a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