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아름드리

“P’ungsu: A Study of Geomancy in Korea (한국의 풍수 연구) 소개와 회고”

윤홍기 사진
윤홍기
School of Environment, University of Auckland
한국의 품수 연구 소개와 회고 책표지

이 책은 한국의 풍수에 관한 기초지식을 서양 독자에게 소개하는 것이 아니고, 풍수에 관한 전문적인 분야별 연구를 서양 학자들에게 알리는 책이다. 중국에서 발생한 풍수술은 주택, 묘지, 사원 및 취락 등을 위한 좋은 터를 찾는 동아시아의 택지술로 널리 퍼졌다. 전통 한국 사회에서는 풍수술은 문화 경관을 조성하고 환경관리를 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책이 한국의 풍수 연구사에서 이정표 역할을 한다는 것에는 다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이 책은 풍수에 관한 최초의 학제간 전문 연구서이다. 둘째, 영문으로 출판된 이 풍수연구서는 최초로 한국어 발음인 풍수(p’ungsu)라는 말을 중국어 발음인 펭수이(fengshui)라는 말 대신에 책 제목으로 사용하였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인문학과 환경학 분야의 학제적인 관점에서 풍수지리설의 본질을 보는 특이한 점이 있다. 출판사에서 이 책을 출판하기 위한 원고 심사 때 의뢰한 2명의 외부 심사자들은 이 책의 원고가 탁월하게 학술적이며, 학문 분야에서 극히 찾아 보기 힘든 훌륭한 연구물이므로 이 분야 지식세계에 중요한 공헌을 하는 것이라고 평가하였다.

현재 풍수술에 관한 저서로는 영어나 한국어로 된 여러 책들이 시장 서가에 상당히 나와 있다. 그러한 책들은 풍수술에 흥미를 느끼는 일반 독자들이나 장래 지관이 되기를 원하는 풍수사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풍수술 해설서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러한 일반 풍수술서와는 구분되는 풍수에 대한 학술연구서이다. 이 책은 풍수가 과거 한국사회 문화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고 어떻게 한국 사람들이 한국적인 환경에서 풍수술을 운용해 왔는지를 해당 학문 분야의 연구방법에 따라 연구한 전문 학술서이다. 이 책의 연구 출판은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진흥사업단 연구비(AKS-2010-AMZ-2101)를 받아 진행되었다. 이에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풍수술은 복잡한 이론체계를 가지고 인간과 환경 관계를 다루는 택지술이기 때문에 그것을 연구하는 데에는 여러 학문 분야가 힘을 합쳐야 하는 학제간의 통합적인 지식과 통찰이 요구되는 것이므로, 하나의 학문분야에 속한 학자 한 사람의 전문 지식만으로는 풍수지리설의 전모를 다루어 연구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이 책의 편집자는 한국의 풍수지리설에 대한 학제간 연구의 필요성을 느끼고 여러 전공 분야에서 풍수를 연구하는 학자들과 연락하여 각자 전공 분야에서 다루는 풍수술에 관한 연구논문을 모아 영문 저서를 내는 계획을 하였다. 그래서 이 책은 풍수에 관한 여러 연구주제를 문화지리학, 역사지리학, 환경학, 건축학, 정원학, 종교학, 정신의학 등 여러 전공 분야의 학자들이 힘을 합쳐 자기 전공분야에서 다루는 풍수지리설의 측면을 연구하였다. 이 연구 과정에서 2009년 이래 네 번의 공동 연구 모임(workshop)을 하면서 서로의 연구를 격려하고 비평하여 연구의 질을 높이려고 하였다. 이 책은 서론 장과 결론 장을 포함하여 모두 17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크게 2부(Two Parts)로 나뉘어져 있다. 제1부(Part 1)에 속하는 6개 장은 윤홍기가 썼는데, 서론에서 왜 펭수이(fengshui)라는 중국어 발음 대신에 영어 단어인 geomancy라는 말을 영문서적에서는 풍수를 의미하는 말로 사용해야 하는지를 토론했다. 제2장에서는 한국의 풍수 문화사를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8개 시기로 나누어 토론하였고, 제3장에서는 풍수가 한국에서 역사상 중요한 사회변혁-무력항쟁에 미친 영향을 다루었다. 제 4장에서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풍수와 관련된 과거제도와 관청을 서술하였으며, 제5장에서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환경관리의 예를 소개하였다. 제6장에서는 한국에서 시행된 풍수술의 특징을 열거 서술하려고 하였다.

제2부(Part 2)에는 8명의 공저자들이 쓴 11개 장의 글이 있다. 제7장(이도원)은 조선시대의 풍수경관에서 물의 중요성을 다루었고, 제8장(김덕현)은 풍수적으로 중요한 진주시의 대나무 숲의 조성과 관리를 토론하였다. 제9장(조인철)은 풍수를 적용한 터잡기와 가옥건축 과정을 통해서 한국 전통건축의 특징을 논하였고, 제10장(성종상)은 고산 윤선도의 원림에 나타난 풍수미학의 원리를 토론하였다. 제11장(윤홍기)은 행주형의 문화생태적인 면을 조사하였고, 제12장(윤홍기)은 한국 풍수에서 조산비보의 특징을 토론하였다. 제13장(강철중)은 한국인이 길지를 찾아 얻고자 하는 마음을 융학파의 심성 분석 방법을 적용하여 분석하였다. 제14장(최원석)은 한국 역사에서 불교와 풍수 관계를 살펴보았는데, 불교 사원의 위치를 정할 때 풍수술이 이용되었고, 풍수는 불교 사원을 비보 풍수에 이용했다는 것을 토론하였다. 제15장(이화)은 조선조 주자학 사회에서 풍수사상이 어떻게 다루어졌는지를 토론하였고, 제16장(최인실)은 이중환의 택리지에 재래 한국의 풍수 택지사상이 잘 표현되었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한국의 재래 문화경관과 한국인의 땅을 다루는 심성에 대해 보다 깊이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독자들은 한국에서 시행된 풍수는 근본적으로 미신 적이고 점술적인 것이지만 풍수사상 근저에는 의미있는 생태학적 원리가 깔려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한국 문화지리와 풍수연구에 조예가 깊은 한 학자가 말하길 이 책의 출판은 영어권 풍수연구에 있어서 대단한 획을 긋는 일이라고 하였다.




P’ungsu: A Study of Geomancy in Korea. Edited by Hong-key Yoon (윤홍기).
Albaby, NY: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Press, January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