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사람의 향기

2018년에는 사랑을!!

하은미 사진
하은미
왕실문헌연구실 연구원

2017년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기 위해 연구원 구성원들이 열심히 업무를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2018년 새 달력과 다이어리를 받아보며 한 해의 계획을 세우고 중요한 일정, 가족의 생일을 꼼꼼히 메모하고 즐거울 그 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이 땅에 살았던 우리 조상들은 설날부터 섣달그믐까지 1년을 24절기로 나누어 한 해를 계획하였다.


지난 2017년 장서각 특별전 <옛사람들의 사랑과 치정>에는 옛 문헌에 기록된 많은 사랑이야기를 소개하였다. 전시자료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너무 아름답기만 하여 빠진 이야기가 하나 있다. 이안중(李安中, 1751~1791)의 『현동집(玄同集)』에 실린 「월절변곡(月節變曲)」이다. 이안중은 고대의 노래를 모의하여 신혼의 즐거움을 열두 달로 나누어 아름답게 묘사하였다. 이 노래를 소리내어 읽다보면 우리나라의 사계절과 신혼부부의 알콩달콩한 사랑의 속삼임이 그대로 전해진다.

월전별곡

<월전별곡>에 실린 사랑이야기


차디찬 음력 11월에는 “오늘 추위 몹시도 심하여라. 원앙 이불이 얇아 쌀쌀하기에 밤새 당신과 안고 자다가 고개 돌려 당신에게 말하네, ‘옆집에 사는 아낙네, 혼자 자면 얼마나 추울까?’(今日寒政苦 鴛衾薄不暖 竟夜交郞抱 回首向郞道 不知東家婦 獨宿寒何許)”라며, “그래, 나는 춥구나!”라고 베개를 하나 더 안게 한다.

12월 이 부부는 추위에 더욱 서로를 껴안는다. “오늘밤 촛불 켜지 않았더니 낭군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향긋한 숨소리만 듣다가 아침에 거울보고 하는 말, ‘어찌하여 뺨에 바른 연지가 낭군 얼굴에 가득 묻었나요?’(今夜不張燭 不見阿郞面 但聞香氣息 朝來對鏡看 如何臉邊朱 一半着郞面)” 겨울의 추위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그들은 마치 영화 <타이타닉>의 밤처럼 밤새 사랑을 나누었던 것이다.

겨울을 따뜻하게 보낸 그들은 봄을 맞으며 노래한다. “예쁜 꽃을 꺾어다가 나와 함께 거울에 비춰보시네. ‘꽃이 정녕 나에게 미치지 못하지요. 설령 꽃이 나보다 낫다 한들, 꽃이 당신을 위해 베를 짤까요, 꽃이 당신을 위해 밥을 해주나요?’(折得可憐紅 與儂同照鏡 花定不及儂 縱令花勝儂 花詎爲郞織 花詎爲郞食)” 신랑이 꽃을 꺾어 신부에게 견주니 신부가 신랑에게 질투심에 한마디 한다.


사는 모습은 지금과는 다르지만, 사랑의 모습은 어찌 이리 같을 수 있을까. 신혼의 풋풋함을 정월의 추위와 눈, 2월의 꽃, 3월의 버들잎과 복사꽃, 4월의 꾀꼬리, 5월의 둥글부채, 6월의 찌는 듯 더운 밤, 7월의 견우와 직녀, 8월의 귀뚜라미, 9월의 국화꽃, 10월의 서리, 11월의 추위, 12월의 깊은 밤을 모티프로 하여 노래한 이 「월절변곡」을 통해 새해에는 모두 사랑으로 가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머지 아홉 달의 그들의 사랑이야기는 2017년 장서각 특별전 도록에 원문이 실려 있다.

haeunmi@a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