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포럼

학제간 연구가 절실해진다.

이민주 사진
이민주
왕실문헌연구실 선임연구원

필자가 최근 관심을 갖고 보는 자료가 있다. 「기완별록」이다. 「기완별록」은 1865년(고종 2) 경복궁 중건 당시 축하공연의 모습을 묘사한 총 29면으로 된 가사(歌詞)집이다. 대원군은 왕권과 왕실의 존엄성을 다시 세우기 위해 경복궁을 중건하고자 했다. 그러나 궁궐을 다시 짓는다는 것이 그리 녹록한 일은 아니었다. 경비도 경비려니와 경복궁을 중건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고 그 노동력은 백성들로부터 나와야했기 때문이다. 왕실의 의지만으로는 경복궁을 중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결국 온 백성의 합의를 이끌어 내야만 했고 기쁜 마음으로 동참하게 할 수 있는 방법 또한 모색되어야 했다. 이에 1865년 4월 13일 경복궁 중건의 첫 삽을 떼고 다시 25일 국왕이 경복궁에 친임(親臨)하는 날 온 국민이 염원하는 역사(役事)임을 알리는 축하행사가 벌어졌으며, 그 행사를 본 벽동의 병객에 의해 기록된 가사집이 바로 「기완별록」이다.

1999년 단국대 윤주필 교수가 「기완별록」 가사 집을 처음 발굴하여 교감과 주석을 붙여 연구 자료로 제공한 지 벌써 20년이 가까워 온다. 국문학을 비롯해 연극학, 민속학분야에서는 이미 중요한 자료로 인정하고 많은 연구자가 관심을 가져왔다. 그러나 복식사 분야에서는 아직까지 생소한 자료이다. 더욱이 이 가사 집에는 기존 복식연구에서 다루지 않은 왈자패, 놀이패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차림새가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어 당시 각 인물들의 복식문화를 밝힐 수 있는 귀중한 자료임에도 불구하고 자료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았다.


물론 기존 연구자가 지금까지 밝혀진 자료를 토대로 충실한 주석을 달아 놓았지만 조선시대 복식연구가 여전히 진행 중에 있으므로 완벽한 주석을 위해서는 최근연구가 반영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학제간 연구’를 토대로 보다 질 좋은 주석 작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학제간 연구는 단순히 여러 전공자가 모였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같은 자료를 같은 시간을 투자하여 같은 공간에서 읽고 토론하고 고민할 때 진정한 학제간 연구의 의미가 있다. 또한 그런 과정을 통해 나온 연구 결과물이야말로 각 전공에 힘을 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한 예로 「기완별록」에는 별감의 복식으로 ‘농ᄒᆡᆼ복ᄉᆡᆨ’이 있다. 이를 농행(弄行)복식으로 볼 것인가 능행(陵幸)복식으로 볼 것인가는 앞뒤맥락은 물론 음악, 민속, 문학, 복식 전공자가 같이 고민하고 판단해야 할 문제이다. 복식연구자의 시각에서는 이는 분명 능행복식으로 봐야 한다. 별감이 노랑 초립에 공작우와 호수를 꽂고 철릭을 입은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이는 능행시 맵시를 더욱 돋보이게 할 때 착용하는 복식구조이기 때문이다. 여기저기서 생황, 퉁소, 호적소리도 들린다. 능행복식일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 ‘아래아’를 어떻게 해석할지, 연극구성상 고려할 점은 무엇인지 등이다. 결국 그 실마리는 학제간 소통에 의해 풀릴 것이며, 여러 전공자가 바라보는 시각의 교집합 속에서 의미는 더욱 선명해지고, 한국학연구의 뿌리는 더욱 튼튼해질 것이다.

mjlee815@a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