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책 저런 얘기

근대 베스트셀러 45年

-도서관 전시 자료를 중심으로-

문은희 사진
문은희
한국학학술정보관 문헌정보팀 선임사서원

도서관에서는 개원 제39주년을 맞이하여 개화기부터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근대 출판물 이른바‘근대 베스트셀러의 탄생’을 선보인다. 보통 베스트셀러라 함은 일정 기간에 가장 많이 팔린 책, 또는 그 시기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한 책을 말한다. 베스트셀러는 일정기간, 특정사회라는 단서가 붙기 때문에 그 책이 발간된 시기의 시대적 상황과 사회적 현상을 이해 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되고 있다.


조선시대 내내 국가에서 독점하다시피 했던 책의 간행은 20세기 초 민간에서 주도하는 완전한 상업출판 시대로 전환된다. 최초의 민간 출판사인 광인사를 비롯해 광학서포, 신문관, 회동서관 등의 출판사가 잇따라 창립되었지만 1909년 출판법 제정 이후 일제강점기 조선의 출판 및 인쇄문화는 일본의 검열과 탄압 속에서 고난과 시련을 극복해야만 했다.

그렇다면 이 과도기적 혼란기를 살았던 독자들은 어떤 책을 읽었을까?


일제강점기에 탄생한 베스트셀러의 대부분은 신문 연재 중 독자들에게 호응을 얻어 단행본으로 출판되는 특징을 보인다. 이해조는『탄금대』, 『구마검』 등을 「매일신보」에 지속적으로 연재하였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이수일과 심순애’이야기인 조중환의 『장한몽』 역시 신문연재소설이 단행본으로 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된 예이다. 이들 작품은 서적 이외에 신파극, 영화, 가요로도 대중적 인기를 독차지했는데 내용은 주로‘개화’나‘외세’에 관한 것이었다. 이처럼 당대의 일상을 담아낸 신소설류가 인기를 끄는 와중에도 『심청전』, 『춘향전』, 『구운몽』 같은 고전소설류가 지속적으로 간행되었고, 해마다 수만 부씩 팔렸다고 한다1). 이들 작품은 서점뿐 아니라 장터, 사랑방에서 낭독되는 등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장한몽, 상록수, 추월색, 환희, 무정 책자 표지

1920년대 베스트셀러는 대부분 염상섭, 나도향, 현진건, 최독견, 최찬식, 이광수 등의 낭만주의와 사실주의 경향의 작품들이 차지했다. 최찬식의 『추월색』은 첫 출간 후 10년 동안 18판까지 발행되었고, 나도향은 『환희』라는 작품 단 한 편으로 일약 천재작가의 칭호를 얻었다. 무엇보다도 당대 최고의 베스트셀러는 이광수의 『무정』이다. 『조선문단』(1924년 10월호) 광고에 “만 부 이상 팔리기는 조선 출판계에 오직 이 『무정』뿐이겠습니다.”라고 하여 『무정』이 당시 독서 인구로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판매 실적을 올리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이광수의 후속 작품들도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춘원서간문범』을 사려고 출판사 앞에 줄을 선 사람들이 ‘1짝만 더 달라’고 졸라댔다는 일화가 전하기도 한다. 최독견의 연애소설 『승방비곡』은 영화화되어 절대적인 인기를 얻었으며, 1922년 『사랑의 불꽃』으로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킨 노자영, “홍수같이 불어가는 저급 독자는 ‘춘원(이광수)’ 하면 몰라도 ‘춘성(노자영)’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2)고 할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1930년대 베스트셀러로는 김동인의 『운현궁의 봄』, 박종화의 『금삼의 피』, 홍명희의 『임거정』 과 같은 역사소설과 심훈의 『상록수』, 박계주의 『순애보』 등을 올릴 수 있다. 특히 「매일신보」 1천원 현상 당선작이었던 『순애보』는 1쇄에 5천부씩 해방 전까지 47쇄를 발행하는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렸다. 심훈의 『상록수』는 초판 1천부가 순식간에 매진되었고, 해방 이전까지 일제의 눈총 속에서도 1만부 이상이 판매되었다. 3)


이번 전시에는 최초의 학술 베스트셀러인 『서유견문』(1895)과 베스트셀러 잡지 『삼천리』,『야담』 등도 소개한다. 『야담』은 김동인이 창간한 잡지로 1940년대까지 100호를 넘긴 장수 잡지이다.


베스트셀러는 ‘가장 좋은 책’이 아님은 물론 ‘가장 많이 팔린 책’과도 직결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베스트셀러는 지속적인 인기보다 한정된 시기의 폭발적인 인기나 화제를 필수요건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하지만 한 작품 속의 모티프(motif)는 때로 그 나라 역사의 흐름을 반영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번 전시를 통해 당대에 대중적 인기를 얻었던 자료들을 소개함으로써 백 년 전의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librarian@aks.ac.kr


1) 팔봉(김기진), 「대중소설론」 『동아일보』 1929.4.17.
2) 정동규, 「기미(己未)이후오십년간 조선문독자의 동태(下)」 『동아일보』 1929.4.19.
3) 양평, 『베스트셀러 이야기』 , 우석, 19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