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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장서각 특별전 ‘옛사람들의 사랑과 치정’ 개최

2017년 장서각 특별전 Special Exhibition 예사람들의 사랑과 치정, 2017.06.29 ~ 12.16 09시 30분 ~ 17시 30분 (월 ~ 토요일 개관, 공휴일 휴관)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전시실

6월 29일(목) 본원 장서각에서는 2017년 장서각 특별전 ‘옛사람들의 사랑과 치정’ 개막식이 열렸다. 이번 특별전은 인간사의 가장 보편적이고 다양한 감정에 주목하여 우리 선인들이 품고 있던 ‘사랑’의 의미를 고전자료 속에서 조망해 보고자 하였습니다. 개막식은 한형조 관장의 기념사에 이어 이기동 원장의 축사와 내빈의 테이프 커팅 순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특별전은 ‘로맨틱 & 플라토닉’, ‘사랑, 그 덩더쿵’, ‘검은 머리 파뿌리’, ‘그대 떠나고 나서’, ‘어긋난 사랑’, ‘파국, 희대의 스캔들’등 6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장서각의 고문헌과 고문서 속의 사랑이야기를 풀어나갈 것입니다.


주요 전시구성


[로맨틱 & 플라토닉]

처음 사랑을 시작하는 남녀의 그야말로 순수한 감정이 표현된 로맨틱한 장면들을 만난다. 때로는 그것이 상대방의 영혼의 아름다움을 보다 사랑하는 플라토닉한 사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첫눈에 반한 사랑을 잊지 못하고 연정을 품은 채 살아가는 홍랑은 묏버들을 꺾어 임에게 보내 밤비에 새잎이 나거든 자신을 생각해달라는 시를 남긴다. 율곡 이이는 기생 유지가 밤에 찾아오자 문을 잠그고 열어주지 않는 것은 인정없는 일이라 방에 들였지만 같이 눕는 건 옳지 않은 일이라 이불을 달리한다. 휘두르는 붓끝에서 떨어진 한 방울의 먹물이 손등에 번지며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귀신과의 사랑을 꿈꾼 소설도 만나볼 수 있다.

[사랑, 그 덩더쿵. 강렬한 애정과 육체적 욕구의 표현]

남녀의 사랑은 감정의 교감 못지않게 육체적 교감도 중요하다. 74세의 노인이 꿈에 나타난 아름다운 여인과 희롱한 것을 읊은 시나 자신의 넘치는 성욕을 솔직하게 고백한 기록, 성관계에서의 절제를 논한 글,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선비 보쌈이야기, 송강 정철은 <훈민가>를 지어 남녀유별을 백성들에게 가르치려 하였으나 반면 그만큼 남녀사이가 자유로웠다는 반증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사설시조는 남녀의 이러한 감정을 해학적인 표현에 담아내어 당시의 성 풍속을 엿볼 수 있다. 지난 밤 자고 간 그 사람을 잊지 못하고, 반 여든에야 비로소 첫 경험을 한 노도령의 두근두근한 마음도 사설시조를 통해 노래하고 있다.

[검은 머리 파뿌리]

전통사회의 부부가 사랑으로 시작하지 않았을 지도 모르지만 함께 살아가며 생기는 두터운 정은 사랑의 또다른 이름이다. 정절의 아이콘으로 삼강행실도에 실린 백제의 도미부인, 역모에 연루된 남편을 위해 수절을 하다 세상을 떠난 박윤장의 아내는 이 시대에는 진부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먼 길을 떠나며 부인이 힘든 농사일을 도맡아할까 걱정하며 화장품을 인편에 함께 부친 군관이나, 전장에서 마지막 영결의 편지를 보내며 부인에게 자신을 그리워하지 말고 잘 살라는 말을 남긴 학봉 김성일의 편지, 유배지에서 눈물에 젖은 아내의 편지를 보고 아내를 떠올리며 지은 노수신의 시는 부인만 남편을 위해 희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소꿉놀이 친구와 결혼하게 되어 첫날밤 서로 시를 나눈 삼의당 김씨와 하립부터 육십년 세월을 함께 하며 회혼례를 치렀던 정약용의 회근시에 이르기까지 부부사이의 애틋한 정을 만나볼 수 있다.

[그대 떠나고 나서]

평생을 함께한 배우자와 해로하지 않고 한쪽을 먼저 떠나보내는 아픔은 애절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세상을 떠난 아내를 위해 지은 제문에서 부부의 정과 사별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아내의 죽음은 남편에게 회한으로 남는다. 병세를 미리 알고도 제대로 간호하지 못한 죄책감, 남의 사랑채에서 구박받으며 살게 하고 차가운 구들에 몸을 내맡기게 한 무능력, 시부모의 봉양과 가사의 어려움을 외면한 무정함 등이 후회로 가슴에 맺힌다. 유배 간 남편이 자신 때문에 자결한 아내의 소식을 들은 마음은 어떠하였을까? 세상을 떠난 아내의 생일날 웃음 가득하였던 집을 떠올리고, 아내가 손수 지어준 옷을 보며 아까워 입지 못한다. 원이 엄마는 남편에게 ‘남들도 우리같이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라고 속삭였지만,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자신의 편지를 보고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달라고 울먹이며 소원한다. 이승과 저승은 서로 왕래할 수 없지만 그 마음은 전해질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옛사람들의 풋풋한 사랑의 감정과 표현, 끈끈한 부부애, 이별의 아픔, 사랑으로 벌어진 치정사건들을 문집과 일기 그리고 시, 가사, 소설과 같은 문학작품 등을 통해 공유하며 옛사람도 지금 우리처럼 ‘사랑’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이 흥미로운 특별전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2017년 장서각 특별전 ‘옛사람들의 사랑과 치정’은 오는 12월 16일까지 열립니다.(월-토 개관, 공휴일 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