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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중앙연구원 온라인소식지 6월호 A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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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블랴나에서 생긴 거짓말 같은 일 강병융(슬로베니아 류블랴나대학교 아시아학과 교수, 소설가) 2013년 4월 1일, 만우절에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공항에 도착했다. 국제공항이라지만, 우리나라 고속버스터미널보다 훨씬 작은 규모, 실제로 보지 않은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아담한, 하지만 유럽의 어느 국제공항에서도 느낄 수 없는 다정함이 느껴지는 ‘거짓말’ 같은 곳이었다. 공항 밖에서는 ‘거짓말’ 같이 따사로운 슬로베니아의 햇살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슬로베니아에서의, 류블랴나에서의 삶이 시작되었다. 당시, 류블랴나대학 아시아학과는 2012년부터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해외한국학 씨앗형 사업’ 대학으로 선정되어 한국학 전공 개설을 위해 힘쓰고 있었다. 국제교류재단 파견 교수 1인이 한국어 과목을 담당하고 있었으며, 나는 어학 과목 이외의 한국문학 및 문화 강의를 담당하기 위해 임용되었다. 이렇게 한국에서 온 두 명의 ‘아저씨’가 슬로베니아에 한국학을 전공으로 만들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새로운 과목(한국문학, 한국전통, 한국문화 등)을 신설하고, 슬로베니아 최초로 한국학을 주제로 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고, 말하기 대회를 열었다. 그렇게 슬로베니아의 한국학은 한 걸음, 또 한 걸음 앞으로 나갔다. 우리가 보기엔 더딘, 남들이 보긴 너무 빠른 행보였다. 단 한 명 현지인 교원도 없는 상황에서 한국에서 온 두 사람이 한국학 전공 개설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2015년 10월 1일 개천절, 아시아학과는 학과 개설 20주년을 맞은 시점에, 한국학이 드디어 공식적으로 전공(슬로베니아어로 ‘smer’)이 되었다. 이것은 필자 개인적으로도 새로운 도전이지만, 아시아학과 전체의 도전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3년 만에 이룬 ‘거짓말’ 같은 일이었다. 20년간 아시아학과 내에서는 인도학 등 다양한 전공 개설 시도가 있었지만, 결실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학은 3년 만에 뚜렷한 성과를 이뤘다. 2015/16년에 한국학만을 공부하기 위해 15명의 ‘특별한’ 학생들이 선발되었다. 그야말로 ‘특별한’ 만남이었다. 이 특별한 만남은 누구 하나만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한국학중앙연구원과 국제교류재단의 적극적인 지원이 가장 큰 힘이 되었으며, 현재는 한국으로 돌아간 국제교류재단 파견 교수였던 이용 박사의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행보가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이용 교수와 함께 한국학에 관련된 모든 일을 다 했다. 하지만 두 한국인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일이었다. 20년 전, 아시아학과를 만든 일본학 전공 교수인 안드레이 베케시 박사와 중국학 전공 교수인 야나 로쉬케 박사는 아시아학과의 발전을 위해 한국학 전공 개설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에 공감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일본학과 전공 교수인 치카코 시게모리 부차르 교수는 교내 행정 관련 업무 등을 책임지며, 한국학 발전을 위해 물심양면의 노력을 기울였다. 슬로베니아에는 대사관이 없는 까닭에 정부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비엔나 주재 슬로베니아 대사관에서 류블랴나대학의 한국학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류블랴나 한국어 말하기 등 각종 한국학 행사를 적극적으로 지원했으며, 올해 초에는 송영완 대사가 직접 이반 스베틀릭 류블랴나대학교 총장을 만나 한국학 발전을 논의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2015/16년도 현재, 류블랴나대학교 인문대학 아시아학과 한국학 전공은 인문대학 내에서 상위 10% 안에 드는 인기 전공이며, 한국어1, 2, 3, 한국문학, 한국문화, 한국전통, 한국학 방법론 등의 강좌가 개설되어 있다. 타과학생들도 수강할 수 있는 한국어1, 한국문화 같은 과목은 50명 이상의 수강생이 듣고 있으며, 한국학 관련 강좌 증설 요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며, 대학원(석사과정) 개설 문의도 많다. 이에 학과에서는 대책을 고심 중이다. 무엇보다도 다시 한 번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씨앗형 사업 선정 대학으로 되어 향후 3년간 슬로베니아의 한국학을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만들기 위해 고심 중이다. 이러한 지원을 바탕으로 대학원 개설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제로 학사 3년+석사 2년인 유럽의 볼로냐 시스템 내에서는 석사 개설은 학문 발전은 물론이고, 신입생 모집의 필수적인 요소이다. 이미 몇몇 학생들이 한국학 전공에는 석사 과정이 없다는 이유로 입학을 포기하기도 했다. 타전공 학부생들이 한국학 석사 과정 입학 문의를 하기도 한다. 더불어 지속적인 외연 확장을 위해 연례행사로 진행되고 있던 사업도 이어갈 계획이다. 2015년 11월에는 제3회 슬로베니아 한국어 말하기 대회가 열렸으며, 2016년 5월에는 제4회 류블랴나 한국학 국제 학술대회가 있을 예정이다. 이제 막 태어난 류블랴나의 한국학은 가까이에는 아시아학과 내의 일본학과 중국학의 도움을 받고 있다. 교원들은 물론이고, 타전공 학생들까지 한국학 관련 업무를 형제처럼 돕고 있다. 또한, 중유럽과 동유럽 지역이 다른 대학과도 교류하며, 학생 및 교원 교환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작년의 경우, 류블랴나대학 한국학 교수가 비엔나대학과 슬로바키아 코메니우스대학 한국학과에서 강의했으며, 부다페스트 엘떼대학과 비엔나대학의 교수들이 류블랴나대학에 와서 특강을 하기도 했다. 교류와 더불어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 이탈리아 등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학을 연구해온 대학들로부터 학문적, 시스템적 조언을 받고 있으며, 그들의 발전 ‘비법’을 적극 전수받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학생들의 열정에 가장 큰 기대를 하고 있다. 그들의 눈빛에서 진정한 희망이 발견한다. 강의실을 들어서면 ‘거짓말’ 같이 반짝이는 눈빛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어서 갈구하는 눈빛, 한 마디 한마디를 놓치기 싫어서 꼼꼼하게 받아 적는 모습들. 나는 오늘도 그들의 눈빛에서 더욱더 ‘거짓말’ 같은, 더 환상적인 미래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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