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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한글간찰에 나타나는 매체언어적 성격 조선시대 문서 생활 중 우리 선조들이 가장 광범위하게 향유한 것을 꼽으라면 그것은 간찰일 것이다. 간찰에는 한문 간찰과 한글 간찰이 있다. 한문 간찰이 주로 사대부가 남성들에 의해 향유되었다면, 한글 간찰은 위로는 왕으로부터 아래로는 노비 계급까지 폭넓은 계층에서 향유되었다. 한글 간찰의 향유에는 성별에도 제한이 없어서 남성들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한글 간찰은 특별히 ‘諺簡’이라고 하는데, 당시의 한글이 ‘文字’, ‘眞書’ 등으로 불린 한문과 대비하여 ‘諺文’이라고 불렸기 때문이다. 이 언간은 일상의 사적인 발화 상황을 염두에 두고 기술되었기 때문에 당시의 자연스러운 국어를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국어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언간 연구의 첫 진입인 판독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에 국어사 연구에 비교적 활발히 이용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에 들어서의 일이다. 언간은 개인마다 필체가 다양하고 글씨를 흘려쓴 정도가 심하여 판독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국어사 연구자들이 쉽게 연구 자료로 활용하지 못하였다. 그러다 1990년데 이후부터 국어학자가 주도하는 역주 작업이 활발해져서 조항범(1998), 백두현(2003) 등의 결과물이 출간되어 언간 자료가 국어학계의 조명을 받게 되었고 언간이 국어사 자료로 널리 활용되는 계기가 되었다.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황문환 교수를 중심으로 한국연구재단(구 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대규모 언간 역주사업의 결과물을 출판하기 시작하였다(한국학중앙연구원 편 2005, 2009). 이러한 대규모 역주사업의 결실로 1980년대만 하더라도 판독문을 활용할 수 있는 언간자료의 수가 400건을 넘지 못하였는데, 지금은 무려 2,700여 건을 넘는 결과물들이 국어사 연구 자료로 활용될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 언간을 이용한 대부분의 국어사 논문들은 이 업적을 이용한 결과물들이라고 할 수 있다. 언간은 일상의 사적인 발화 상황을 전달하기 위하여 기술되었기 때문에 당시의 자연스러운 국어를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 여타의 언해서들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씌워진 글인 반면, 언간은 발신자와 수신자간의 언어수행을 전제로 하여 씌워진 문서 양식이기 때문에 그 시대의 구어를 반영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따라서 국어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언어 수행 면에서 이루어지는 언어현상을 관찰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자료가 될 수 있다. 언간의 의사전달 매체로서의 성격은 그것에 반영된 언어에도 영향을 끼쳤다. 언간이라는 의사전달 매체가 가지는 중요한 성격으로 다음 세 가지를 제시하고, 이 각각이 언간에 반영된 언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보겠다. 첫째, 언간은 명확히 정해진 특정의 수신자를 대상으로 쓰여 진다. 여타의 한글문헌들이 불특정 다수가 읽을 것을 전제하고 쓰인 것과 대조적이다. 둘째, 대부분의 언간은 개인 간의 비공식적인 사적인 문서 행위이다. 공적인 목적으로 작성된 문서나 불특정 다수를 염두에 두고 작성된 문헌들과는 그 서술 목적이 다르다. 따라서 언간에 기술된 내용은 복잡한 사건이나 사상의 기술이 아니라 다분히 일상적인 안부가 주를 이루고, 포함된 내용 또한 주관적인 감정표현이 주를 이룬다. 셋째, 제한된 지면과 제한된 시간 안에서 기술을 완료해야 하는 의사 전달 수단이다. 현대의 트위터와 같은 SNS처럼 엄격히 글자 수에 제한을 두는 것은 아니지만, 언간은 보통 한 장의 종이라는 제한된 지면을 이용해서 자신의 상황과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언간은 그것을 전달한 사람이 다시 그에 대한 답장을 받아서 돌아와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신속하게 기술을 완료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언간이 가지는 이러한 세 가지 의사 전달 매체의 특징은 그것에 수록된 언어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언간은 막연히 여타의 한글 언해서와 달리 그 시대의 구어를 반영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간주되어 왔다. 이러한 기대를 하게 만든 언간의 구어적 성격은 위에서 말한 언간의 매체적 특징 첫 번째, 두 번째와 관련된다. 언간이 가지고 있는 구어적인 특성은 특정의 발신자가 특정의 수신자를 대상으로 하여 대화체의 문장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비롯한다. 언간은 특정의 수신자를 염두에 두고 쓴 글이기 때문에 상대방을 배려하는 언어적 표현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언간은 발신자와 수신자간의 언어수행을 전제로 하여 쓰인 문서 양식이기 때문에 발신자와 수신자의 관계를 나타내는 다양한 경어법이 등장한다. 발신자가 수신자를 배려하는 상대경어법 어미들과 겸양법 선어말어미들이 나타난다. 그리고 발신자가 수신자를 부르는 다양한 호칭어들의 등장도 역시 특정 수신자를 염두에 둔 문서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구어적 요소이다. 언간에 나타나는 어기활용형과 같은 생략현상의 빈번한 출현도 언간의 매체적 특징 첫 번째와 관계된다. 여타의 한글 문헌들은 불특정 다수를 전제로 하여 씌워지기 때문에 특정 수신자의 언어내적, 언어외적 지식에 기대어 작성될 수밖에 없는 생략현상은 일어나기가 힘들다. 언간의 두 번째 매체적 특징 또한 언간의 구어성에 기여하는 요소이다. 언간의 내용은 일상적인 사건이나 개인의 주관적인 감정표현이 주를 이룬다. 이러한 성격은 언간의 출현 어휘에 영향을 미친다. 언간에는 판본자료에서 볼 수 없는 구어적 성격을 가진 일상어들뿐만 아니라 개인의 주관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들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하지만 출현 어휘는 복잡한 사건이나 사상의 기술을 다루는 판본자료만큼 다양하지 못하고 제한적이다. 언간의 내용상의 특성상 일상성을 가진 특정 어휘가 극도의 높은 빈도로 나타나는 편중현상을 보여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언간의 세 번째 매체적 특징도 언간의 언어표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보통 언간은 한 장의 종이라는 제한된 지면에 신속하게 최대한의 정보를 수록해야 한다. 발신자는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가장 경제적인 기술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언간에 나타나는 어기활용형과 같은 생략형식은 바로 제한된 시간 안에 신속하게 자신의 심정을 기술하기 위해서 독특하게 발달한 표현 형식이다. 이현주 (한국학중앙연구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