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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중앙연구원 온라인소식지 06월호 A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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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공부하는 성리학적 인간의 본질
- 추만 정지운과 퇴계 이황의 「천명도(天命圖)」 이야기 [사진] 김백희(한국학중앙연구원 책임연구원)  성리학은 공자와 맹자의 원시유학을 형이상학적 이론으로 치장하여 다시 설명하고자 하였다. 성리학 이론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이해하기가 약간 어렵다. 그래서 조선의 성리학자들은 성리학의 이론적 탐구와 논의의 전개 과정에서, 그림을 그리고 설명을 붙이는 방식인 도설법(圖說法)을 자주 사용하였다. 권근(權近:1352-1409)의 『입학도설(入學圖說)』, 정지운(鄭之雲: 1509-1761)의 『천명도해(天命圖解)』와 『천명도설(天命圖說)』, 이황(退溪:1501-1570)의 『천명도설』과 『성학십도(聖學十圖)』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렇게 그림을 그려서 성리학 이론을 이해하고 연구를 심화시켜 나아가는 방법은 학습과 이론의 토론 과정에서 쉽고도 명료한 수단이 된다. 고려 말 중국의 성리학이 유입된 이래, 성리학은 조선조의 창업과 더불어 조선 왕조 500여년을 지배한 이론·이념이 되었다. 『입학도설』은 성리학을 처음 배우는 사람에게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설명을 붙인 성리학 입문서이다. 저자인 권근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1390년 가을에 나는 전북 익산군 금마면에 귀양을 와서 있었는데, 나에게 와서 『대학』『중용』을 배우는 초학자들이 두어 명 있었다. 그러나 거듭 자세히 설명을 해주어도 분명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주돈이의 『태극도설』을 근본으로 삼아서, 주자(朱子: 1130-1200)의 『사서장구』의 학설을 참고하여 그림을 그려 보여주고, 다시 선현들의 말씀을 취하여 그 의미를 해석해 주었다. 2. 성리학을 설명하는 조선시대 최초의 그림책: 『입학도설』 그리고 학생들의 질문이 있으면 그것에 대하여 하나하나 대답을 해 주었다. 나중에 이것을 『입학도설』이라 했다.”(「서문」) 『입학도설』은 성리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권근의 사상을 요약해서 표현하고 있는 선구적 그림책이다. 첫 번째 그림인 「천인심성합일지도(天人心性合一之圖)」는 유학의 이상적 경지인 ‘천인합일(天人合一)’을 표시하고 있는데, 이것에서부터 마지막 그림인 「무일지도(無逸之圖)」까지, 모두 19개의 그림과 설명으로 이루어졌다. 이 그림책은 정지운이 처음 그린 「천명도(天命圖)」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 그림1. 장서각본 『천명도설』 천명도『천명도설』은 최초에 정지운이 그린 「천명도」를 이황이 얻어 보고, 두 학자가 함께 토론한 뒤에 약간의 수정을 거쳐서 확정한 것이다. 이 그림책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완전한 모습(『MF35-132』)이 소장되어 있다. 이 그림책은 정지운·김인후(1510-1560)·기대승(1526-1572)·이황 등이 서로 관련되어 논의를 전개하였다. 『천명도설』은 조선성리학의 세계관과 인간관을 명료하게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인간과 자연이 포괄적인 구도 속에서 바람직한 모습으로 살아갈 길을 제시해 준다. 자연의 품속에서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명들이 알맞은 자리를 잡아(正位) 생명의 본질(性)을 실현하고, 그 모든 부분의 개체들이 자연을 전체적으로 구성해가는 역동성(生生之謂易)을 하나의 그림으로 이야기 해주고 있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관계를 서술하는 아름다운 서사시를 그림으로 구현해 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3. 인간의 본질을 시각화한 조선 성리학의 그림책: 「천명도」와 『천명도설』그리고 이후의 조선시대 전체를 관통하는 성리학의 이론적 전개에 중요 논제를 제시하였다. 즉 이기론·천인합일론·사단칠정론·인물성론·인심도심론·수양공부론 등의 논제 원형이 다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천명도설』은 여러 가지 유사한 판본이 있다. 「천명도」를 최초로 그렸던 정지운 자신이 스스로 여러 번 고쳤던 적이 있다.4. 「천명도」를 그린 이유는 무엇인가?최초의 그림을 그린 정지운 자신이 「천명도」를 여러 번 고쳐서 그렸다. 이 때문에 「천명도」는 처음에 그렸던 “원도(原圖)”와 이후의 그림이 약간씩 차이가 있다. 그리고 정지운이 스승으로 섬긴 김안국(金安國)·김정국(金正國) 등과 더불어 논의하면서 이론 체계를 다지던 중에, 당시에 이웃에 거주하고 있던 이황과의 교류를 통해서 이른바 『천명구도』와 『천명신도』를 그리게 된다. 이 과정의 그림들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5. 『천명도설』은 여러 번 고쳐 그려서 완성된 그림책이다. 정지운은 「천명도」를 그리게 된 이유로 두 가지를 제시하였다.
첫째, “『중용』의 내용은 천명이라는 두 글자로 한 편의 시작을 삼았는데, 나는 일찍이 이것을 관심 있게 연구해 보았다. 대체로 하늘이 존재일반의 사물에 부여하는 것은 바로 하나의 이치(一理)이다. 하나의 이치는 하늘에 있는 것이니, 합하여 하나의 근본이 되고 흩어져 나뉘면 온갖 다양성을 이룬다. 이치가 하나로 있다고 해서 나머지의 것이 있는 게 아니고, 온갖 다양성에 있다고 해서 모자람이 있는 게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들 사람이 하늘로부터 둘째, “일찍이 우리 가문의 자제들과 더불어 하늘과 사람의 도(道)를 주제로 담론을 하였다. 그런데 모두가 처음 배우는 어린 사람들이라 구체적 모습을 지적해 일러줄 것이 없으면 결국 이해하고 얻는 것이 없을까 걱정을 하였다. 그래서 나는 이 점을 깊이 안타깝게 여겨 내 식견의 얕음을 돌아보지 않고, 옛 유학자들의 논의를 가려 뽑아서 그림(圖)으로 그려 보이고, 설명(解)을 자세히 하여 자제들의 어리석음을 깨우쳐 주고자 한 것이다. 만약 이것을 보는 사람이 있다면 바라건대 너그러이 보아 꾸짖지 말라.” 즉 초보자의 수준을 고려하여, 어려운 성리학 이론을 알기 쉽게 그림으로 그려서 설명하고자 「천명도」를 그렸다는 말이다.명(命)을 받을 때에는 또한 그 이치를 온전히 얻는 것이지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다. 그렇기 때문에 하늘과 사람의 사이에서 그 모습은 비록 크고 작은 차이가 있으나, 그 이치는 하늘이 처음부터 사람이 될 수도 있으며 사람이 비로소 하늘로 될 수 있다. 그래서 그 사이에는 터럭만큼의 틈도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자사(子思)가 도학(道學)이 거의 사라질 즈음에 글을 지어서 사람에게 보여주게 되었는데, 맨 처음에 천명을 말하여 이 이치가 하늘에 있고 사람에게도 있는 것이 한가지임을 밝혔다. 이것이 내가 자사가 남긴 뜻을 이어서 「천명도」를 그리게 된 이유이다.”「천명도」 원도 ① : 정지운이 일가의 자제들과 더불어 성리학에 대하여 담론 할 
                    때에 이해를 돕기 위해 시험 삼아 그린 최초의 것으로서 이황
                    의 조카인 이교가 얻어다 이황에게 보여준 것.
「천명도」 원도 ② : 정지운이 이황을 찾아가서 직접 보여준 것.
「천명구도」 : 이황과 정지운이 여러 차례 협의한 뒤에 확정한 처음의 그림.
「천명신도」 : 이황이 낙향하여 혼자서 다시 고친 그림.6. 『천명도설』은 둥근 하늘과 네모진 땅 사이에 인간을 놓았다.「천명도」는 성리학의 세계관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림을 보면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꼴이다(天圓地方). 인간은 하늘과 땅의 한 가운데에 존재하는 고귀한 존재이다. 하늘은 우주의 이치를 나누어 인간에게 본성으로 부여한다(天命之理). 인간의 본성은 오상(仁義禮智信)을 내용으로 한다. 그림에서 인간은 네모진 땅에 위치한다. 온갖 사물이 땅위에서 존재하기 때문에 인간·짐승·초목 등의 존재들을 땅의 네모 꼴 속에 그렸다. 그러나 인간과 다른 존재들을 구별하고 있는데, 먼저 인간은 흰빛으로 표시하고 윗부분은 둥글게 하여 머리를 나타내고 밑은 모나게 하여 땅을 딛고 있는 발 부분을 나타내고 있다. 인간의 모습을 그린 그림은 짐승·초목을 그린 검은빛의 그림으로 둘러싸여 있다. 짐승은 옆으로 누워 있는 모양(橫生)이며, 초목은 거꾸로 서 있는 모양(逆生)으로 그리고 있다. 마음은 기(氣)와 질(質) 사이에 그려 넣었다. 즉 마음은 순수한 리(理)가 결코 아니며 기(氣)와의 결합 상태로 반드시 존재하는 것임을 의미한다. 마음속에 담지하고 있는 것은 성(性)이며, 성의 내용은 인의예지(신)이다. 인의예지는 원형이정(元亨利貞)의 방위에 따라 위치가 그려져 있다. 그림이 말하고 있는 인간의 본질은 인의예지를 본성으로 삼고 있는 우주적 존재이다. 「천명도」는 이것을 정교한 그림으로 명료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그림을 완상(玩賞)하다 보면, 그 이론적 심오함 뿐만 아니라 옛날 조선시대 선비들의 품격 있는 도상학(圖像學)에 감탄하게 된다. 그리고 후학들의 교육을 위하여 밤새워 그림교육자료를 만드는 선비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스승으로서의 아름다운 기풍을 느낄 수 있다. 『입학도설』과 『성학십도』는 성리학의 “전모(全貌)”를 소개하는 기본적 이론들을 개괄적으로 종합하고 정리한 것이다. 그러나 『천명도설』은 “천명(天命)”이라는 하나의 개념을 중심으로 하늘과 사람의 관계를 탐구한 전문적인 논증(論證)이다. 이것은 중국의 주돈이(周敦頤:1017-1073)가 지은 『태극도설(太極圖說)』과 비교될 수 있다. 이렇듯 조선의 유학 선비들은 학문 수준이 매우 높았다. 1. 옛 선비들은 어려운 학문을 쉬운 그림으로 이해·설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