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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중앙연구원 온라인소식지 03월호 A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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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과 연구윤리 - 사회적 약자의 희생으로 비롯된 과학의 발전, 사회적 약자의 안녕과 복지가 전제될 때 과학연구의 정당성을 지닐 수 있어... [사진] 이경희 (성신여대 윤리교육과) 황우석 박사 스캔들로 온 나라가 들썩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올해로 벌써 10년이 되었다. 2005년 당시 생명공학자는 물론, 나이와 직업, 전공을 불문하고 전국민이 배아복제와 원천기술을 논하는 등 생명공학기술의 안전성과 진실성, 부가가치를 놓고 국가적으로 소모전에 가까울 정도로 극단의 논쟁을 한 바 있다. 한바탕 혼란과 시행착오를 겪고 난 후에야 ‘인간대상연구’를 위한 기본적인 윤리에 합의할 수 있었고 『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이 정한 「기관생명윤리위원회」를 통해 ‘사람을 대상으로 물리적으로 개입하거나 의사소통, 대인 접촉 등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수행하는 연구 또는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이용하는 연구’에서 연구대상자에 대한 자발적 동의와 프라이버시 존중, 적절한 보상,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인류복지에의 기여, 과학자의 윤리성을 강조하게 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윤리적 규제가 의학과 과학연구의 발전을 저해하고 국가경제의 발목을 잡는다고 말한다. 사실, 오늘날과 같은 과학의 진일보는 수많은 ‘이름 없는 약자’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기원전 1세기 파르티아의 왕 미트리다테스 2세는 독살을 두려워한 나머지 각종 독물을 노예에게 투약하여 그 작용을 연구하였다는 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으며 기원전 2세기 로마에서 활동하던 의사 갈레노스는 돼지의 미주신경을 절제하여 울음소리를 멎게 하는 생리학 실험을 대중 앞에서 시연했다고 한다. 중국 송나라에서는 처형한 반역자의 생체해부를 하고 화공과 의원이 함께 내장을 그린 오장도가 전해 내려오고 있으며 17세기 프랑스 의사 드니는 양의 피를 사람에게 주입하다 환자가 사망하기도 하였다. 19세기에 이르러 마장디, 베르나르 등에 의해 처음으로 피험자를 위험에 빠뜨려서는 안 된다는 ‘생체실험에서의 윤리 원칙’ 을 제시하였지만 실천에는 이르지 못했고 1939년 노스웨스턴 의과대학의 앤드루 아이비 또한 연구윤리의 중요성을 주지하고 있었지만, 결국 장티푸스 전염 연구를 위해 정신병원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인체실험을 하였다고 한다. 이렇듯, 의학적 관찰과 실험의 대상은 주로 시료원에 수용된 빈민들과 사회적 약자였던 것이다. 1960년대 이후 미국의 터스키기 연구와 과테말라 연구도 빈민과 흑인들과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을뿐더러 사망에까지 이르게 하는 반인륜적 기만 연구였음이 최근에 밝혀지기도 하였다.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에 있어서 연구를 주도하는 과학자 입장이 아닌 연구대상자의 입장에서 윤리 강령이 제정된 것은 뉘른베르크 강령(1946)이 그 효시라고 할 수 있다. 연합국 재판부는 반인륜적 잔혹행위 ― 죽음에 이르기까지 산소 공급을 중단하는 고도 비행 연구, 서서히 동사시키는 실험, 수백 명을 말라리아에 감염시키는 약물실험, 전쟁 부상자를 대상으로 한 모의 감염실험, 다양한 불임시도실험 ― 를 저지른 나치 의사들에 대한 전범 재판을 통해 사형 및 무기징역 등의 유죄를 선언하면서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에서 지켜야 할 10가지 원칙’을 통해 ‘피험자의 자발적 동의’만이 과학연구의 정당성을 지닐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이후, 헬싱키 선언(1964)을 거쳐 벨몬트 보고서(1979)에 의해서 세 가지 원칙, 즉 인간존중, 선행, 정의의 원칙으로 구체화되었다. 최근에는 개인정보보호법의 발효, 강화와 함께 과학연구에서의 윤리강령과 연구지침이 사회행동과학연구(Social Behavioral Research)에 그대로 적용(2013)되어 한층 연구대상자의 복지와 안전, 약자 보호를 강조하게 되었다. ‘SBR 연구’를 ‘체계적인 조사활동, 연구개발, 시험과 평가 등을 일반화할 수 있는 지식의 도출이나 이에 기여하는 모든 활동’으로 정의하고 과학연구와 연구대상자는 자신이 참여하게 되는 연구에 대한 충분한 설명에 근거해 자발적 동의의 전제는 물론, 언제든 참여를 중단할 수 있으며 위험이 최소화되어야 하고 어쩔 수 없이 사회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을 연구대상자로 필요하다면 합당한 근거를 제시해야 하며 대상자 선정에 있어 사회계층, 나이, 성별, 학력, 출신지역, 종교와 무관하게 공정하게 선정되어야 함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앞서 과학연구의 역사를 통해 지적했다시피 오늘날 의학과 과학의 발전은 사회적 약자의 희생으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이제 사회적 약자의 존중과 안녕, 복지가 전제되지 않고는 한 국가 전체를 먹여 살릴만한 과학연구와 사회행동과학연구라 할지라도 정당성을 지닐 수 없다. 지난 인류 역사에서 오랫동안 윤리적 판단과 의사결정의 주체가 절대 국가와 왕, 자본가, 다수가 그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개인과 시민, 소비자, 소수자에 대한 존중으로 그 주체가 전환되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과학의 발전과 인류 안녕의 실현을 한 손에 놓고 솔로몬과 같은 황금률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