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보기 맨위로
 
이 땅의 문화를 찾아서
 
한국학중앙연구원 온라인소식지 02월호 AKS
 
커버스토리
한중연소식
옛 사람의 향기
이 땅의 문화를 찾아서
한국학 연구동향
세계와 함께하는 한국
새로 나온 책
뉴스 라운지
되살리는 기록유산
틀린 그림 찾기
한국학중앙연구원 페이스북 페이지 한국학중앙연구원 트위터
AKS 되살리는 기록유산
 
연구원 홈페이지 한국문화교류센터 Newsletter 한국학진흥사업단 Newsletter 관리자에게
고전(古典)에서 배우는 보존처리 [사진] 김학수 (장서각 국학자료 연구실장) 경북 안동에 가면 무실(水谷)이라 불리는 오래된 양반마을이 있다. 전주유씨들이 500년 동안 대를 이어 살아온 이 마을의 핵심 브랜드는 충효와 학문이었고, 그 중심에 유복기(柳復起:1555-1617)라는 사람이 있었다. 유복기는 외삼촌 김성일(金誠一)의 문하에서 퇴계학(退溪學)을 배운 반듯한 선비였다. 그의 공부는 관념을 넘어 국리민복을 지향했고, 그의 행동은 굳세고 곧아 국가와 사회가 위난에 처하면 언제라도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런 공부와 행동은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하면서 세상에 증명되었다. 그는 고을의 선비들을 모아 의병을 조직했고, 견위수명(見危授命)의 자세로 전선을 누볐다. 이 무렵 궁시(弓矢)와 함께 그가 필수 휴대품으로 삼은 것이 있었다. 바로 <동국지도(東國地圖)>라 불리는 지도였다. 전쟁에서 지도보다 더 필수적인 것이 어디 있겠는가?  조선 8도의 지형을 수록한 이 지도는 그가 손수 제작한 것이었고, 각종 전투에서 매우 긴요하게 활용되었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었다. 이 점에서 <동국지도>는 한 선비의 충의로운 삶의 자취였다. 전쟁이 끝나고 평화의 시대가 도래했을 때에도 무실의 유씨들은 선조의 체취가 묻은 지도를 소중히 간직하며 충열의 마음을 키웠고, 그것은 하나의 가법이 되었다. 그러나 사람도 물건도 세월을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 어느새 100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지도는 손자 유지(柳榰)에게 대물림되었고, 그 선명하던 글씨도 채색도 하루가 다르게 바래가기 시작했다. 유지는 걱정이 태산이었지만 개도(改圖:지금의 보존처리)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고, 글씨 솜씨 또한 반듯하지 않아 楷正하지 못했기 때문에 착수하지 못하였다.  비록 자신이 부리는 아전이었지만 유지는 위엄과 예의를 갖춰 지도의 내력을 설명하며 수리를 부탁했고, 이응매는 자신을 알아주는 마음에 감사하며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이윽고 보존처리작업이 시작되었고, 유지는 그 공정을 꼼꼼히 지켜보았다. 이응매는 맨 먼저 꿀을 먹여 만든 깨끗하고 얇은 종이를 지도 위에 덮어 한 부를 모사한 다음 이것을 물에 적셔서 지도를 한 장 한 장 떠내는 과정을 능숙하게 진행했다. 그리고는 부서지고 헤어진 조각들을 주워모아 배접지를 대고 글자의 획을 하나 하나 채워넣음으로써 일련의 프로세스를 마무리하게 된다. 한 장인의 솜씨와 열정 속에 <동국지도>는 선명하던 옛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고, 얼마 전까지 유복기의 종가집의 잘 이응매의 기술이 지금의 과학화 된 기술과 전문화된 인력의 솜씨를 능가할 수 있겠는가마는 비록 열악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과 조건을 최대한 활용하여 문헌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자 했던 열정만큼은 결코 요즘 사람들에게 뒤지지 않을 것이다. 이제 보존처리는 우리 연구원 장서각의 역점 사업의 하나가 되었다. 장비와 인력은 예산을 들이면 얼마든지 늘일 수 있고, 선진화된 기술 또한 배울 수 있는 길은 널려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다루는 인간의 마음일 것이다.  장서각은 고문헌을 그저 물건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조상의 얼이 담긴 민족문화자산으로 대하고자 한다. 유지와 이응매 두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고전의 향기를 가까이 할 수 있기에 장서각의 보존처리에는 인문학적 지혜와 품격이 있다. [사진] 이응매가 보존처리한 <동국지도>의 항해도 부분 [되살리는 기록유산]코너는 2013년에 새로 만들어진 코너로, 분기별로 장서각 보존처리에 관한 있는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매 3, 6, 9, 12월에 새로운 글이 소개될 예정이오니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사진]<동국지도>의 보존처리 배경과 과정을 적은 유지(柳榰)의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