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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10년, 조선왕조의 상징공간이었던 종묘는 어떤 운명을 마주했을까? 국권 피탈로 대한제국이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지자, 종묘의 위엄도 자연스레 빛을 바랬다. 대한제국 황실은 이왕가로, 종묘도 국가 신전에서 한 가문의 사당으로 격하되었다. 외형적으로는 별다른 변화가 없어 보였지만, 종묘는 내부적으로는 식민 권력 구조 아래 대대적으로 재구성되었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 이왕직의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20세기 전반 종묘가 겪었던 변형과 재편의 역사를 객관적으로 복원한다.   국가 제사의 해체, 식민지 행정으로 편입된 종묘 책의 전반부는 거시적으로는 제도의 변화와 미시적으로는 물품의 관리 실태를 다룬다. 제1장에서는 국가 제사가 해체되고 이왕가의 제향으로 축소되는 과정을 제도적으로 추적한다. 향사이정(享祀釐整)을 통해 달라진 제향의 범위와 종류를 살피고, 축식(祝式)의 변화를 분석해 식민지 제향의 실체를 밝힌다. 이어 제2장에서는 종묘 내 건축물의 용도 변화와 물품 분류 체계를 다룬다. 물품 대장의 명칭이 통일되며 일본어가 정착해가는 과정은 식민지 행정이 공간을 어떻게 재편했는지 보여준다. 제3장은 제향의 핵심인 제물(祭物)에 주목한다. 제물의 구성과 규모를 조선시대와 비교 검토하고, 매달 올리는 천신(薦新) 물품의 공급 과정과 제사 후 남은 음식인 준여(餕餘)의 분

    • 도서명 역주 옥선몽
    • 저자 임치균·이태희·장유승·김지영·이민호
    • 발행일 2025-12-05
    • 정가 28,000원

    『옥선몽(玉仙夢)』은 19세기 말 조선의 지식인이 공유했던 학문적 지평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흥미로운 소설 작품이다. 주인공 허거통이 꿈속에서 전몽옥이라는 빼어난 인물로 태어나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가 현실로 돌아와 깨달음을 얻는 전형적인 환몽 구조의 소설이지만, 기존의 몽자류 소설과는 달리 『옥선몽』은 사건 전개뿐만 아니라 등장인물들이 펼치는 윤리, 사상, 현실 문제 등에 대한 논변을 비중 있게 다룬다. 작가 탕옹(宕翁)은 소설의 허구성을 인지하면서도 문헌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박학(博學)의 서사를 지향한다. 또한『옥선몽』은 구술 중심의 통속적 서술에서 벗어나 문인 취향의 섬세하고 우아한 문체를 보여준다. 한문뿐만 아니라 이두문, 백화체, 시(詩)·사(詞)·과문(科文)과 각종 문서식(文書式)의 다채로운 문체를 경험하게 한다. 이러한 특징들은 19세기 말에 이르러 소설이 단순한 오락물을 넘어 당대 지식인의 지적 교양과 문학적 자의식을 투영한 지적 창작물로 이행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책은 난해한 문체와 방대한 인용으로 인해 그동안 번역이 쉽지 않았던 『옥선몽』을 완역하여 학계와 대중 여러분께 선보인다. 국립중앙도서관본을 저본으로 삼고 서강대학교본을 정밀하게 대조하여 교감본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주해 작업을 진행했다. 무엇보다도 어려운 어휘, 지명

  • 진도문화원이 2020~2022년 사이에 조사·수집한 1,630건의 자료 중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이 전근대 시기의 고문서 307건을 선별해 정리하고 ‘고문서집성’으로 간행했다. 해당 자료를 지역별·가문별로 체계적으로 분류해 발간한 이 책은, 단순한 가문 자료 모음이 아니라 진도 지역사와 섬 공동체의 사회 구조를 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1차 사료를 집약한다. 수록 문서는 고군면 오하리·의신면 금갑리·접도리·칠전리, 조도면 신전리, 지산면 용동리, 진도읍 등 7개 지역에서 전승된 자료이다. 창녕조씨·청주한씨·밀양박씨·김해김씨 등 지역 중심 성씨의 문서를 포함하며, 무과 급제 기록, 관직 임명 문서, 호구단자, 소지, 혼례 관련 문서, 석전제 제관 임명 문서, 선무원종공신녹권 등 다양한 유형의 자료를 망라한다. 특히 진도읍에서 전래된 19세기 서간들은 일상·경제·건강·공무 등 지역사와 생활사 전반을 보여주는 중요한 기록이다. 이 책에 수록된 자료들은 개별 가문 기록을 넘어, 조선 중기부터 근대에 이르는 진도 지역사 전반의 흐름을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무과 중심의 관직 활동과 혼인

  • 『경의기문록(經義記聞錄)』은 사서와 역경 및 성리학의 여러 학설을 기호학파의 경학적 관점에서 비판 정리한 책으로, 한원진(韓元震, 1682~1751)의 대표적인 저술이다. 조선의 성리학은 리(理)와 기(氣)의 관계에 대한 관점에 따라 나뉘는데, 한원진은 이발보다 기발에 무게 중심을 둔 이이의 사상 노선에 속했다. 그는 이황과 이이의 설이 서로 모순된 것이 아니라 각각 특정 맥락을 전제하는 정당한 입론이라고 밝히면서도, 이이의 학맥을 통해야 주자의 성리학을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주자가 돌아간 뒤에 유가의 도가 우리나라로 왔는데, 그 도를 전수하는 데 책임진 분으로는 오직 율곡(이이)과 우암(송시열) 두 선생만이 가장 두드러졌다.” 이이와 송시열의 도통(道統)이 스승 권상하에게 이어졌다는 자부심과 함께 도통 전수의 막중한 책임을 지고 『경의기문록』을 지은 것이다. 이 책 『경의기문록 역주 (하권)』에는 『경의기문록』전체 6권 가운데 권4~6의 내용을 담았다. ‘권4 역학계몽’에서는 주자 역학의 체계와 기본 개념을 자세히 해설한다. ‘권5 부록’에서는 「역학답문」과 「문왕역석의」를 다룬다. 「역학답문」은 역학의 기본 원리를 이루는 개념들을 도해한 12개의 그림을 분석하고,「문왕역석의」는 선천역학

  • 『칠궁, 왕의 어머니가 된 일곱 후궁』은 조선 왕실에서 독특한 위상을 지닌 칠궁(七宮)을 집중 조명합니다. 칠궁은 왕을 낳았으나 왕후가 되지 못한 일곱 후궁의 사당으로, 조선의 유교적 제례 질서 속에서 종묘에 오르지 못한 생모들을 기리기 위해 별도로 조성된 공간입니다. 저경궁, 대빈궁, 육상궁, 연호궁, 선희궁, 경우궁, 덕안궁은 본래 독립된 사당이었으나,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육상궁에 합설되어 ‘칠궁’이라는 이름으로 통합되었습니다.  이 책은 영조의 궁원제 마련과 『궁원식례』 편찬을 비롯해, 정조·순조 대의 궁원 운영, 그리고 일제강점기 합사 과정을 망라하며 칠궁의 성립과 변화 과정을 자세히 보여줍니다. 특히 장서각이 소장한 봉모당 모훈서, 왕실 보첩(譜牒), 의궤와 등록 등의 희귀본 자료와 시각자료를 토대로, 각 궁이 형성된 정치적·사회적 맥락을 구체적으로 복원하였습니다. 나아가 칠궁을 단순한 후궁의 사당으로 보는 데 그치지 않고, 효·정통성·권력·식민지 경험이 교차하는 역사적 층위로 해석하며, 후궁들의 삶과 왕실 제도가 교차하는 공간으로서 칠궁의 위상을 새롭게 규정합니다.

  • 온건한 실용주의자 김안국, 강경한 이상주의자 김정국: 조선 전기 사림파의 두 기둥 조선 전기의 성리학자 김안국(金安國, 1478~1543)은 1498년(연산군 4) 과거 급제 후 중종 대 요직을 두루 거치며 정치적 격변 속에서도 온건하고 현실적인 노선으로 정치를 지속했다. 그는 정몽주와 길재의 절의를 잇고 사림파가 추구한 주자학 기반의 도덕적 정치와 학문적 노선을 계승한 인물로, 성리학 원리에 충실하면서도 실무적인 해석과 실천 윤리를 강조했다. 특히 학문 진흥과 인재 양성에 힘쓰고 부정부패 척결에 앞장서며 사림 세력 확립의 기반을 닦아, 이황 등 후대 학자들에게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었다. 김안국의 동생이자 문인이었던 김정국(金正國, 1485~1541)은 1510년(중종 5) 문과 급제 후 홍문관, 예문관, 사헌부 등을 거쳤다. 그는 주자학의 이기론과 도덕 정치 실현을 중시하며, 사림의 도의명분론을 강화하고 정치 참여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기묘사화(己卯士禍) 이전에는 조광조와 함께 도학 정치를 추진하며 부정부패를 척결했고, 사화 이후에는 낙향하여 학문 연구와 제자 교육에 전념했다. 그는 사림파 정치 이념 확립에 크게 기여했으며 후대에 도의와 절조의 상징으로 기억된다. 온건하고 실무적인 노선으로 중앙 정계에서 장기간 활동한 김안국과, 강경하고 개혁적인 성향으

  • 광복 80주년을 맞이하여 해방공간을 극적으로 살다 간 설정식(薛貞植, 1912~1953)의 문학 작품을 모아 기획한 책이다. 희곡, 논평과 대담, 단편소설, 신문 연재소설을 중심으로 미공개 자료를 수록하였다. 설정식의 생애와 작품을 유기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엮은이의 해설을 함께 실었다.   해방공간을 누구보다도 극적으로 살다 간 작가, 설정식 1988년 7월 7일 남북 관계에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온 기념비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7·7선언’이라고 불리는 이 발표는 북한 및 공산권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골자로 하고 있어 흔히 대북 포용 정책의 효시로 평가된다. 곧이어 월북 작가 120여 명의 해방 이전 문학 작품 출판을 허용하는 해금 조치가 이루어졌다. 그 덕분에 정지용과 김기림의 작품이 조명되고 재평가받았지만, 해금의 혜택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인식에 자리하지 못한 월북 작가는 여전히 많다. 이 책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설정식이 그 대표적인 예다. 1912년 함경남도 단천에서 태어난 설정식은 식민지기와 해방기를 누구보다도 극적으로 살다 간 지식인이었다. 17살의 나이에 광주학생운동 서울 시위에 가담했다가 퇴학당한 뒤, 그는 만주로 유학을 떠나 학업을 이어 나갔다. 그러나 만주사변의 빌미가 된 만보산 사건이 일어나면서

    • 도서명 감춰진 역사, 아시아의 한국전쟁
    • 저자 테사 모리스-스즈키·모 티안·리 나랑고아·캐서린 처치먼·페드로 이아코벨리 지음, 이상호·박성진 옮김
    • 발행일 2025-06-25
    • 정가 22,000원

    한국전쟁이 동북아시아 지역 사회와 개인의 삶에 미친 영향을 조명한 Korean war in Asia: A Hidden History(2018)를 번역 소개하는 책이다. 호주국립대학 테사 모리스-스즈키 교수의 주도하에 집필된 이 책은 한국전쟁을 단순히 한반도 내전이나 미소 냉전의 대리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 전역에 걸친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국제전으로 해석한다. 한국전쟁이 아시아태평양전쟁, 중국 내전 등의 이 지역 다른 분쟁들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제시하고, 전쟁이 주변국에 미친 영향력을 다각도에서 조명한다. 지난 75년간 우리에게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각인되어 있던 6․25전쟁을 동아시아 지역의 관점에서 ‘잊혀진 전쟁’, ‘잘못 기억된 전쟁’으로 새롭게 정의하며, 한국전쟁의 이면에 감춰진 이야기들을 파헤친다. 교전국의 이데올로기, 선전, 첩보 전략에 휘말려 국경을 넘나든 중국인들의 여정을 비롯하여 중국 내 조선족 사회, 일본 내 재일교포 사회, 전쟁의 영향을 많이 받은 오키나와, 만저우리 같은 지역에서의 삶이 한국전쟁으로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살펴본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혹은 야화 또는 음모설의 일부로 떠돌던 이야기를 실증적인 학술 연구의 대상으로 끄집어내어 한국전쟁의 정치적·사회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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