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 후기 결혼생활 지침서이자 여성 교육 교재 『녀자초학』
『『녀자초학』(女子初學)』은 퇴계 이황의 적통을 계승한 학봉 김성일(金誠一, 1538~1593)의 9대 종손이자, 조선 후기 문신인 김종수(金宗壽, 1761~1813)가 1797년 장차 시집갈 열두 살 장녀를 위해 쓴 일종의 결혼생활 지침서이다. 영남의 대표적인 양반 가문인 학봉가는 일반 사대부 가문과는 달리 예법론의 대상에서 남녀의 차이를 두지 않았기 때문에 여성을 교육하기 위한 다양한 한글자료를 편찬하고 소장해왔다. 일찍이 김성일의 장자 김집(金潗, 1558~1631)이 『열녀전(列女傳)』을, 7대 종손 김주국(金柱國, 1710~1771)이 『학봉김션생행장(鶴峯金先生行狀)』을 언해한 데 이어 9대 종손 김종수가 『녀자초학』을 저술한 것이다. 보통 조선시대 왕실이나 양반 집안에서 전하는 여성 교육 교재인 계녀서(誡女書)는 『소학』, 『맹자』 등에서 발췌하거나 선현의 언행록에서 인용하여 쓰였으나, 『녀자초학』은 실제 생활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구체적인 예를 담고 있어 당시의 민중사고, 생활상, 풍속 등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가부장적인 가족 운영에서 혼인과 동시에 시댁에서 평생을 헌신해야 하는 조선 여성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인 순종과 화목을 강조하는 것으로 시작해 다른 덕목에 대해서도 기술한다. 그런데 다른 계녀서들과는 달리 책의 중반부터는 역사와 팔도 풍물, 벼슬 품계와 과거, 가족 생일과 조상 기일, 셈법(구구단) 등 실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지식도 담았다. 이러한 내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녀자초학』은 가문의 품격을 보여주거나 소장을 목적으로 저술한 책이 아니라, 부녀자들이 실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을 전달하기 위한 책이었던 것이다. 이 책은 본문 곳곳에서 후대인의 흔적을 볼 수 있는데, 대를 물려가며 읽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규듕요람(閨中要覽)』의 저본(底本)이 되기도 하여, 학봉가뿐만 아니라 조선 후기 사대부 여성 교육의 대표적인 교재로 보아도 지나치지 않는다.
□ 역사, 국어학, 교육학 등의 기초자료로 활용이 가능한 『녀자초학』 첫 완역본
『역주 여자초학』은 의성김씨 학봉종택이 소장하고 있는 한글 필사본 『녀자초학』의 한글로 흘려 쓴 원문을 판독하여 현대어로 풀어내고 주석을 덧붙인 역주서이다. 그간 김종수의 고본(稿本)은 훼손이 심하여 내용을 정확히 알기 힘들어 사실상 정밀한 연구가 어려웠다. 그런데 근래 김종수의 증손자가 베껴 쓴 책인 전사본이 세상에 드러났고 이를 참조하여 김종수의 고본을 더욱 정밀하게 판독하고 연구를 진척시켜 완역에 이르렀다. 『녀자초학』은 역사학·여성학·교육학 등 여러 학문 분야에서 가치를 지니는 책이다. 또 근대 국어의 표기·음운·문법·어휘 등에서 당시의 보편적인 언어적 특징과 함께 이 책에서만 발견되는 개별적인 특징도 있어 국어사적으로도 이번 역주서 발간은 더욱 의미가 깊다. 『역주 여자초학』을 통해 연구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녀자초학』과 그 속에 담긴 조선 여인의 삶과 조우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저자
김종수(金宗壽), 1761~1813년. 학봉 김성일의 9대 종손이자, 조선 후기 문신.
역자
김한별. 서강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부교수, 국어음운론 전공. 『19세기 전기 국어의 음운사 연구』, 「『학봉김션생행장(鶴峯金先生行狀)』의 서지와 언어」, 『역주 의성김씨 학봉종가 언간』(공역) 등
이현주. 한국학중앙연구원 책임연구원, 국어학(국어사) 전공. 『조선의 왕비 기록으로 만나다』(공저), 『역주 열성후비지문』(공역), 『천자문: 장서각 소장 왕실천자문 역해』(공역) 등
해제
개장(改裝) 경위와 목차
1. 부녀가 갖추어야 할 덕목
2. 부녀가 알아야 할 지식
발문(跋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