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포럼

일본의 한국학 연구 동향

      - 일본 대학 내 한국학연구소를 중심으로

저자 사진
박소영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정책실
책임연구원

   일본의 한국학 연구는 한일관계의 구조 변용과 함께 변모‧발전되어 왔다. 한반도의 식민 통치를 위한 기초연구의 성격에서 출발한 일본의 한국학 연구는 초기에는 인류학과 역사학 분야가 중심을 이루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배하고 한반도의 일본인 연구자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본토 일본 한국학 연구자 1세대를 형성한 이래 전전(戰前) 연구를 성찰하는 입장에서 새로운 한국학 연구를 지향해왔다. 1980년대 이후가 되면 한국이 경제성장, 정치적 민주화를 이루게 되고 냉전도 종식됨에 따라 일본 사회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은 양적‧질적 변화를 보이게 되며 한국학 연구의 외연과 깊이도 확대‧심화되는 흐름이 형성된다.


   21세기에 들어와서는 한일 관계와 상호 인식 형성과정에 대한 재조명, 양국을 둘러싼 정치‧외교적 이슈에 관한 정책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한국과 일본 사회가 안고 있는 공통된 문제, 미래 사회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정책 대응을 비교해 일본의 정책을 위한 참고 사례로 삼는 연구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연구 분야의 세분화‧전문화로 이어지고 있으며, 시공간적 배경도 현대 한국과 동아시아 지역으로 확대되면서 지역학 관점의 연구, 현대적 주제의 새로운 발굴, 학제 간 연구의 지향 등, 한국학 연구의 방향성이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일본의 한국학 연구는 일본 대학 내에 설치된 한국학연구소가 중심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일본 대학들은 한국학과 혹은 동아시아학과 등 학부과정과 대학원 과정을 설치하고, 교내의 재원과 일본 정부의 과학연구비 조성금을 기반으로 한국학연구소를 운영하며 교육‧연구 및 학술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해외 한국학 진흥을 담당하는 연구‧문화외교 기관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한국학 연구 기반 조성의 토대를 구축하고 중장기적인 연구를 수행하기도 한다.


   현재 도쿄대학(東京大学), 규슈대학(九州大学), 와세다대학(早稲田大学), 게이오대학(慶應義塾), 히도쓰바시대학(一橋大学), 도시샤대학(同志社大学), 리쓰메이칸대학(立命館大学)을 중심으로 한국학연구소가 활발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교토(京都) 지역의 경우, 이 지역 대학 4곳의 한국학 연구‧교육‧국제교류 활성화, 차세대 연구자 육성을 위한 교토 한국학 컨소시엄(Kyoto Consortium for Korean Studies. 약칭 KCKS)이 설립‧운영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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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교토 한국학 컨소시엄(Kyoto Consortium for Korean Studies)


   각 대학의 한국학연구소는 학문 연구의 전통과 학풍에 기반을 두고 관심 연구 주제의 설정, 연구 성과의 발신, 한국학 문헌 DB 구축, 일본 국내외 연구 협력 및 연구자 네트워크 운용 등의 측면에서 독자성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 한국학연구소의 주요 연구 활동을 토대로 일본의 한국학 연구 동향과 특징을 간략하게나마 살펴보고자 한다.


   일본의 한국학 연구는 전통적으로 역사, 그 중에서 일제강점기 연구와 근현대 한일관계사에 집중하여 왔으며 여전히 이 연구 분야가 한국학 연구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식민지배기와 냉전을 거치며 배태된 역사적‧정치적‧사회적 현상과 문제–한일 역사 갈등, 디아스포라, 재일코리안, 대북정책, 조선인 강제동원과 위안부 문제, 문화유산 환수 등-를 비롯하여 최근의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에 이르기까지 한일 양국 간의 첨예한 갈등 요소들은 여전히 중요한 연구 주제이다. 역사적으로 다양한 층위가 얽혀 있는 한일 관계 속에서 역사 문제의 기본을 고찰하고 양국의 상호인식 형성과정을 역사적으로 재조명하는 작업은 양국 국민이 상대국에 대한 인식을 전환할 수 있는 학술적 기반을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인식은 사회과학 분야로의 연구 주제 확장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한일관계를 비롯한 동아시아 각국의 상호 인식이 유동화되는 상황에서 연구의 공간적 범위가 동아시아로 확대되고, 그 안에서 전쟁의 상처, 화해와 평화의 복원을 위한 시민의 연대, 문화를 통한 상호 이해와 상처의 치유, 동아시아 여성과 젠더, 디아스포라와 한민족의 문화 및 정체성 등을 규명하는 연구들도 다수 등장하고 있다.


   한국의 외교 관련 기관의 후원으로 국제정치, 외교안보와 관련된 주제의 정책 연구도 수행된다.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한‧중‧미‧일 관계, 북한 핵문제, 북한 정치와 문화, 미국 정권 교체에 따른 한‧미‧일 관계, 지역협력 구상과 동아시아 질서 등은 정치외교 및 안보 분야 연구에서 중요한 연구 키워드를 구성하고 있다.


   최근의 연구 방향성으로는, 한 국가 단위의 틀을 넘어 지역화와 지역통합의 맥락에서 지역연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반도, 한국과 일본이라는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동아시아 혹은 더 나아가서 유라시아 북동부 연안 지역까지 확대하여 동아시아 및 세계사 속에서 한국을 좀 더 큰 구조적 변동의 측면에서 파악하고자 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또한 학제 간 연구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확대된 지역 내의 관계와 교류의 역사, 국경을 넘어선 연대, 미래지향적 화해와 공생의 실현을 중시하는 맥락에서 연구의 지평을 확대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의 한국학계는 한국과의 지리적 근접성, 역사적 긴밀성, 지정학적 중요성이라는 한일 관계의 특수성으로 인해 지금까지는 일종의 특권을 누려왔으나, 최근에는 한국학 연구가 글로벌하게 전개되고 외국에서의 한국학 연구 수준이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금을 일본 내 한국학 연구의 구조적 변환을 모색할 시점으로 여기며 공동연구를 통한 연구력 집결 또한 중요한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연구 환경의 변화 기로에 서 있는 만큼, 한국과 일본의 한국학계가 상호 교류를 증진하여 전통과 현대를 잇는 다양한 주제의 발굴, 연구 방법론 등을 함께 모색하고 양측 학계로부터 유의미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나갈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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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규슈대학 한국연구센터 총서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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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도시샤대학 코리아연구센터 총서 시리즈


<참고자료>
- 국내 자료
   한국국제교류재단(2018), 『2018 해외한국학백서』, 서울: 을유문화사, pp.104-116.
- 일본 자료
   게이오기주쿠대학 조선반도 연구센터(慶応義塾 朝鮮半島研究センター) 홈페이지: http://korea.kieas.keio.ac.jp
   교토 코리아학 컨소시엄 홈페이지: : https://kyoto-korea.net
   규슈대학 한국연구센터(九州大学 韓国研究センター) 홈페이지:https://rcks.kyushu-u.ac.jp
   도시샤대학 코리아연구센터(同志社 コリア研究センター) 홈페이지: https://do-cks.net
   도쿄대학 한국학연구센터(東京大学 韓国学研究センター) 홈페이지: http://www.cks.c.u-tokyo.ac.jp
   리쓰메이칸대학 코리아연구센터(立命館大学 コリア研究センター) 홈페이지: https://www.ritsumei.ac.jp/research/ricks
   와세다대학 한국학연구소(早稲田大学 韓国学研究所) 홈페이지: https://www.waseda.jp/inst/cro/institutes-list/institute-of-korean-studies
   히도쓰바시대학 한국학연구센터(一橋大学 韓国研究センター) 홈페이지: https://gensha.hit-u.ac.jp/activities/k-studies
   木宮正史(2012), 「日本の現代韓国研究をめぐる断想」, 󰡔東京大学大学院情報学環紀要󰡕83, pp.i-iv.